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가상화폐 비트코인 붐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중이다. 88세대를 넘어 78세대 그리고 실업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뉴스에 너도나도 그리고 20-30대 젊은이들조차 가상화폐 투기장에 뛰어 들고 있다는 소식이 우울하기만 하다. 결국 냉혈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신분제 사회로 고착되고 마는 걸까하는 상상이 끔찍하기만 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신분상승을 이룰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초상이라고 해야 할까. 앤디 위어의 달나라 이야기 <아르테미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26세 처녀 재즈 바샤라는 용접공의 딸로 달나라 도시 아르테미스에 거주 중이다. 지구별도 마찬가지겠지만, 달나라 역시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부자놈들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 온갖 향락을 누리지만, 가난뱅이 노동자들은 관처럼 생긴 숙소에 살면서 겅크라는 형편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고작이다. 소설에서는 재즈가 수학 천재라고 하는데, 과학에 전혀 지식도 없고 관심도 없는 문학 소비자로서는 알 바 아닌 듯 싶어서 건성으로 건너 뛰면서 읽었다. 그리고 보니 앤디 위어의 전작 <마션> 영화에 등장한 비과학적인 기술을 지적한 이들도 있었지 아마. 존경하는 바이다. 아, <마션>에 대한 한 줄 평으로 <화성판 삼시세끼>를 명명한 이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한조각의 존경심을 격하게 날린다.

 

한 2,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달나라 도시 아르테미스에서는 사람들이 기즈모라는 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슬러그라는 가상화폐를 사용한다고 한다. 어디나 그렇듯 사람사는 곳에서라면 상품과 용역의 교환을 위한 화폐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아니 그런데 아르테미스에서는 그런 화폐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공기다. 진공 상태의 달나라에서 인간이 생존하려면 공기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데 이 공기는 산체스 알루미늄에서 수확기로 채굴한 달나라 광석을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거의 무한정으로 산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대가로 산체스 알루미늄은 달나라 도시를 운영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의 80%를 거의 무상으로 사용하다시피 한단다. 이거 정말 수지 맞는 사업이 아닌가.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인 독점 사업인 마당에야. 노르웨이 출신 갑부 사업가 트론 란비크라는 작자가 아르테미스의 밑바닥 업종인 짐꾼이자 밀수꾼 재즈를 고용해서, 산체스 알루미늄의 수확기 네 대를 뽀사 버리고 그동안 잉여로 쟁여둔 산소를 가지고 사업을 독점하려는 기획에 나서면서 문제가 생긴다. 다시 말해 기똥찬 범죄 프로젝트가 아닌가. 특히 416,922 슬러그가 반드시 필요한 재즈에게 강렬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재즈는 자신이 목표하는 슬러그를 벌기 위해 달나라 도시 아르테미스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을 그런 가공할만한 범죄에 뛰어든 것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빤하다. 원대한 범죄를 기획한 사업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살해당하고, 재즈 역시 범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단순하게 브라질 범죄집단이 가세한 산체스 알루미늄의 사업을 방해했다는 이유 말고도, 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정보 통신업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광섬유 케이블 ZAPO까지 얽힌 그런 방대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가속을 붙인다. 게다가 무중력 상태의 달나라에서 벌어지는 액션 활극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전작 <마션>의 대성공으로 아마 분명 <아르테미스>도 곧 영화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 아랍계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는 누가 캐스팅이 될 지 궁금하다. 반항적이면서도 수학 천재라는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냉소적인 유머 감각도 탁월해야 한다는 조건이 수반된다. <마션>에서는 맷 데이먼이 모든 걸 다 해냈다면, 이번에는 재즈 바샤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니 과연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버금갈 만한 그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구별에서 이식된 재산 정도에 따른 계급 사회가 범우주적으로 확산된다는 점도 딱히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다. 산소와 중력이 없는 달나라에 세금과 경찰력과 같은 국가적 통제가 없는 무정부적인 상태로 출발했다는 설정은 좋았지만, 도시가 성장하고 도시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각종 규제와 세금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행정 규제 같은 행위들은 없을지 몰라도, 우주를 관통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의 축적을 위한 인간의 욕망의 신기루를 본 것 같은 기시감에 씁쓸해졌다.

 

어쨌든 소설은 재밌었다. 영화는 언제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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