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다
이언 맥과이어 지음, 정병선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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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언 머과이어의 두 번째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2016년에 발표된 <얼어붙은 바다>(The North Water>는 미국문학 전문가인 작가가 10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머과이어 씨는 영국 출신으로 작가와 비평가이기도 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허먼 멜빌의 <모디빅>을 떠올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작가의 <모비딕>에 대한 오마쥬라고 해야 할까. 장르는 역사소설 그리고 스릴러다. 포경선 볼런티어 호를 타고 고래를 잡으러 떠난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일랜드 출신 군의관(오, 베테랑 메딕!) 패트릭 섬너의 시점에서 기술된다. 그가 선한 캐릭터라면 작살수 헨리 드랙스는 그야말로 악의 화신이다. 이 악당은 소년 사환 조지프 해너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렇다고 해서 섬너가 마냥 착한 인물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볼런티어 호가 항해에 나선 것은 1859년, 2년 전 세포이 항쟁 당시 델리 포위전을 체험한 섬너는 군의관이면서 동시에 아편쟁이기도 하다. 고래와 물개 사냥이 주임무라고 생각하고 볼런티어 호에 승선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케미컬 할러데이(chemical holiday)"를 즐기면서 시나 쓰고 싶어 하지만, 그의 동료들은 음흉한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다.

 

볼런티어 호의 선장 브라운리, 일등항해사 캐번디시 그리고 작살수 드랙스는 배를 고의로 침몰시켜 보험금을 타먹을 궁리를 하는 중이다. 21세기도 아니고 자본주의가 발흥하던 시절에도 그런 범죄가 있었구나 싶었다. 드랙스는 보험회사 직원인 제이콥 백스터와 공모해서 배를 침몰시키고 어쩌면 목격자가 될 수도 있을 가능한한 많은 수의 선원들을 죽이는 계획을 세운다.

 

한편, 어이없게도 섬너 선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어쩌면 그것도 작가가 고안해낸 영국 북쪽의 차가운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모종의 음모에 대한 거리두기 기법이었을까. 원양 항해 중인 포경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가공할 만한 경력을 지난 범죄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릴러과 폭력에 대한 작가의 탁월한 서술에 대해 서구 언론들은 높이 평가해 준 모양이다. 그 결과 2016년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 탑10 책으로 선정되었고, 같은해 맨부커상 롱리스트에도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이때 수상작은 폴 비티의 <셀아웃>이었다.

 

현재 포경선 볼런티어 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소설 <얼어붙은 바다>의 한 축이라면, 또다른 축은 몰핀 중독자가 되어 즐기던 유급휴가가 악몽으로 바뀐 섬너의 과거사다. 세포이 항쟁 당시 델리 포위전에서 부상 입은 메딕이 경험하는 그야말로 북극과 열대 사이의 냉온탕을 오가는 이야기, 어때 이 정도면 궁금하지 않은가.

 

줄거리를 더 썼다간 스포일러가 될 판이니 이 정도에서 자제하는 것으로.

그리고 아직 읽어 보지 않았기에, 일단 별은 기대별 네 개로 정했다.

아마 맨부커상이 미국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언 머과이어 씨가 2016년 맨부커상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만. 폴 비티 씨 운빨이 좋으셨네요.

 

자꾸 덧붙이게 되는 하드커버 원서의 표지가 국내 번역판의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그런 느낌. 기회가 닿는다면 원서로도 만나 보고 싶구나.

 

유튜브에서 먼저 읽은 외국 리뷰어들이 반드시, 제발 읽어 보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왜 이렇게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제임스 설터의 새로 나온 소설집부터 시작해서 아서 페퍼, 어제 막 시작한 <여덟 개의 산>, 앤디 위어의 <아르테미스> 등등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은데 어쩌란 말인가. 일단 책부터 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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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1-17 1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책고민이 이만저만 아니군요ㅎ;
<모비 딕>도 에이허브부터 주요 인물이 그리 선한 캐릭터만 아닌 것이어서 이 책의 주인공 설정도 재밌네요. 책 교통체증으로 저는 여름쯤 읽어 볼래요ㅎ

레삭매냐 2018-01-17 14:20   좋아요 1 | URL
연초부터 책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랍니다.

읽을 책들이 갑자기 너무 많아져서요.
작년에 읽다만 책들도 읽어야 하고...

속히 읽고 또 책 사고 그래야겠습니다.

moonnight 2018-01-20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십니까 레삭매냐님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이 책에 대한 얘기가 자꾸 들려서 일단 사야겠군 싶었는데 레삭매냐님 글을 읽으니 막 안달하게 됩니다. 못 읽고 쌓여 있는 책이 너무 많지만 어쩔 수 없어요ㅠㅠ; 말씀대로, 속히 읽고 또 사고 할 수 밖에^^;

레삭매냐 2018-01-20 20:21   좋아요 0 | URL
이언 머과이어 씨가 십년 만에 낸 책이라는
점만으로도 대단하지 싶더라구요.

책이 나오기 전에 유튜브에 올라온 서양 리뷰
어들의 추천을 들었는데 꼭 읽어야 한다고 하
니 정말 회가 동하더군요 :>

그만큼 강렬하다는 말이겠죠. 기대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