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오른 1917 - 만화로 보는 러시아 혁명
존 뉴싱어 지음, 팀 샌더스 그림, 김원일 옮김 / 책갈피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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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지난 주에 읽는 책에 대한 기억도 잘 나지 않다니. 요즘 너무 이 책 저 책 점프해 가면서 읽는 부작용이 생긴 모양이다. 러시아 혁명 발발 100주년으로 작년에 이런저런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한 권도 읽어 보지 못했다. 물론 다양한 책을 사모으긴 했지만, 읽지 않고 사두기만 하는 책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난 금요일날 도서관에 들른 길에 존 뉴싱어의 그래픽 노블 <붉게 타오른 1917>을 빌려서 읽었다.

 

1917년 2월, 독일과의 장기간에 걸친 전쟁으로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페트로그라드의 노동자들이 드디어 봉기하기에 이르렀다. 무능력한 차르는 군대를 동원해서 노동자 인민들을 탄압하고 무력진압도 마다하지 않지만, 노동자들의 편인 군대는 인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다. 페트로그라드의 각 공장에서는 노동자 대표를 선출하고 소비에트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이미 1905년 러일전쟁의 와중에 평화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차르에 분노한 대중은 이번에는 로마노프 왕조를 무너뜨려 버렸다. 만화에도 등장하는 시민들이 차르의 거대한 동상을 무너뜨리는 장면은 어쩌면 소비에트 시대 독재자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상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수호하는데 급급했던 지주와 자본가들은 시대가 바뀐 줄 모르고 절대 권력자가 등장해서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면 총검에 의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인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소비에트는 수백년 동안 러시아 사회를 지배해온 계급 질서를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한편 영국에서 파견되어온 노동당 의원이자 노조지도자인 윌 손은 러시아 대중들에게 독일과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전열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동의 적은 독일이고 임시정부와 협력해서 전쟁을 계속할 것을 종용한다. 이에 남자 주인공 표트르는 동지들에게 무산계급 대중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전쟁을 잘 하기 위해 혁명을 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혁명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어쩌면 제국주의 영국 왕실 역시인민에 의해 강제로 폐위된 사촌 니콜라이 황제의 전례를 따라 분노한 대중의 혁명으로 왕실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무산자 계급혁명을 원하는 볼셰비키들을 두려워한 임시정부 지도자들은 갖은 꼼수로 대중을 호도하지만, 각성한 인민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선의 러시아 병사들은 자신들과 마찬가지인 무산 계급 독일 병사들이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쟁으로 엄청난 이윤을 챙기는 자본가 계급과 애국주의로 포장된 선전, 선동으로 서로에게 증오심을 품고 끝없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러시아 혁명 지도자 레온 트로츠키는 러시아에서 시작된 혁명이 세계로 전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대 내의 불온한 움직임을 알아차린 임시정부 전쟁장관 케렌스키는 독일군을 상대로 도발을 감행하지만, 독일군의 반격으로 러시아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후퇴한다. 페트로그라드의 노동자와 병사들은 권력 장악을 도모하지만 역시 혁명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잠시 숨을 죽인다. 이 때 병사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가상의 인물 표트르였다면, 팔토 공장의 나탈리야는 각성한 노동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다수 대중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임시정부를 대신해서 소비에트 대표로 볼셰비키를 선출했다.

 

미국 출신 사회주의자이자 저널리스트 존 리드는 당시 페트로그라드에서 급변하는 정세를 기록했다. 그의 기록은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라는 제목으로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와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더불어 세계 3대 르포 문학으로 간주된다. 빵, 토지, 평화라는 간단명료한 슬로건으로 무장한 러시아 민중은 결국 케렌스키 정부를 전복시키는데 성공한다.

 

이상이 존 뉴싱어가 간략하게 다룬 1917년 러시아 혁명의 개요다. 물론 그 이후의 사태 발전과정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어떤 학자는 스탈린의 독재정치까지도 러시아 혁명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그 주장은 아무래도 너무 멀리 나간 게 아닐까 싶다. 러시아가 대독일 전선에서 이탈하면서 동부전선의 위협으로 해방된 독일군이 서부전선으로 집중한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러시아 혁명에 대한 개요로는 어떨지 몰라도, 좀 더 집중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러시아 혁명에 대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지금 읽기 시작한 책들부터 다 마무리 지은 다음에 그래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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