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질링 살인사건 찻집 미스터리 1
로라 차일즈 지음, 위정훈 옮김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우선 제목부터가 이국적이지 않은가. 다질링이라, 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 들어봤을 법한 차의 이름이다. 인도 히말라야 산맥 접경에서 난다는 고급 차라고 한다. 나도 예전에 펄 스타일로 만들어진 다질링 차를 즐겨 마셨던 기억이 난다. 돌돌 말린 찻잎이 인퓨저 안에서 퍼지면서 향을 맡는 느낌이 참 좋았었다.

그런데 차하고 살인사건이라, 도대체 어떻게 연결이 된다는 거지? 이에 대한 의문은 <다질링 살인사건>의 주인공 시어도시아 브라우닝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풀린다. 찻집 살인 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로라 차일즈의 페르소나라고도 할 수 있는 시어도시아는 미국 남부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州)에 있는 찰스턴에서 <인디고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당찬 여사장이다.

유서 깊은 미국의 제주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올드 맨션 투어 중의 하나인, <램프라이터 투어> 행사가 벌어지던 어느 맨션에서 악명 높은 부동산 개발업자가 의문사를 당한다. 그의 죽음에 대한 단서는 바로 그가 마시고 있던 차라고 한다. 이제부터 민완탐정 시어도시아의 활약이 시작된다.

조그만 마을의 풍문 덕분에 그녀의 찻집은 장사가 잘 되지 않기에 이른다. 단골손님을 상대로 해서 하는 장사가 다 그렇듯이 말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루머의 근원을 제거하고, 주변인들이 용의자로 몰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직접 나서게 된다.

여느 미스터리를 다룬 소설답게 작가 로라 차일즈는 한 명 한 명 주변의 의심스러운 이들을 리스트에 올린다. 이 과정은 주인공 시어도시아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자세한 심리묘사와 더불어 책을 읽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게다가 곳곳에 등장하는 대화들과 각주를 통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다양한 차의 종류들과 어떤 마음의 상태에는 어떤 차가 좋다는 식의 상세한 정보까지 곁들여 주고 있다. 아마 여류작가 특유의 섬세함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표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우선 <인디고 찻집>의 당찬 여주인 시어도시아가 오른쪽 눈으로 윙크를 하면서 차를 따르고 있다. 그 옆으로는 달브라도라는 그녀가 만들어낸 새로운 품종의 애견 얼 그레이(물론 차의 이름이다)가 씩 웃으며 자리하고 있다. 찻잔 옆으로는 살인사건의 피해자 휴즈 배런으로 보이는 작은 사람이, 찻집의 종업원 헤일리가 구운 과자와 함께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시어도시아의 앉은 자세이다. 아크로바트나 요가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나오지 않을 것 같은 포즈가 아닌가.

홍차라는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서도 이런 흥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로라 차일즈의 계속되는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후속작으로, 역시 같은 장소인 찰스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건파우더 녹차 살인사건>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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