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일 :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스타워즈 팬이다. 나온 시리즈들을 망작이라는 <라스트 제다이> 빼고는 모두 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리지널 만한 작품이 없는 것 같다. 나머지 외전들까지 포함해서 봐도. 조지 루카스의 마법이 40년이 흘러 기존 팬들 외에 새로운 팬들을 영입하지 못하는 걸가. 블로그에 올라온 리뷰들을 검색해 보니, 그저그런 SF영화로 보는 시선들이 다수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 시간은 흘렀고, 스타워즈 새가에 대해 생소한 이들은 오리지널 시리즈부터 다 봐야 하는지 묻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런 것 같다.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스타워즈 새가의 팬들도 영화가 발표되면서 성장하고 진화하게 된 게 아닐까. 아무래도 앞으로의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이 다루던 시절과 지금은 너무도 달라졌으니 말이다.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에서는 어쨌든 과거의 영광을 발판 삼아 향수에 젖은 팬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계속해서 영화를 찍어내고 있는 중이다. 스핀오프 <로그 원>에 이어 이번에는 스타워즈 새가 최고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헌 솔로의 기원을 찾아 나선다. <로그 원>에서 막판 깡패 다스 베이더의 등장으로 모든 게 한 방에 해결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오래 전 해리슨 포드가 맡았던 헌 솔로 솔로로 영화를 이끌어 가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스핀오프에서는 왜 스타워즈 새가 갤럭시 화 화 어웨이~ 흐르는 자막이 등장하지 않는 거지. 오리지널에 대한 예우일까? 궁금했다. 임페리얼 아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 젊은 날의 헌이 주인공이다. 식량과 의약품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하이퍼퓨엘의 원료 코악시움이 중요한 시대다. 돈 대신 크레딧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근데 난 왜 갑자기 뜬금없이 가상화폐와 유러가 생각나는 거지. 전 세계를 아우르는 화폐라는 개념에서는 크레딧, 그리고 통합화폐라는 점에서는 유러화가 생각났다.

 

코렐리아 행성에 살면서 미래의 파일럿의 꿈을 꾸며 사는 헌과 여자친구 키라(그렇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애인 레이아 공주 이전에 첫사랑 키라가 있었다!)는 소년 갱단의 일원으로 코악시움을 탈취해서 지긋지긋한 행성을 떠날 궁리를 한다. 헌은 가까스로 손에 넣은 코악시움을 가지고 키라와 함께 탈출을 시도하지만 추격자들에게 키라가 잡히고 자신만 떠나게 된다. 추격을 피하기 위해 제국군에 입대하게 되는데, 이 때 솔로라는 성을 얻게 된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떠돌이 모험가의 일생이 시작된 것이다.

 

원래 제국군 해군 비행사를 지행했지만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고 땅개로 전쟁에 참전해서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언젠가 제국군에서 탈출해서 코렐리아의 키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혹독한 전장을 전전한다. 우연히 만난 미래의 멘터이자 우주불한당 토비아스 베킷단의 일원으로 전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이 때 먹잇감으로 던져진 우리에서 친구이자 전우 우키족 츄바카(츄이)를 만난다. 그러니까 이 스핀오프에서는 헌 솔로의 기원과 그가 맺게 되는 관계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베킷 일당은 드라이덴 보스의 명령으로 밴더원 행성에서 코악시움을 수송하는 열차를 습격할 계획을 세운다. 어때? 예전에 미국의 대서부를 가로 지르는 금괴수송 열차를 탈취하려는 무장강도단이 연상되지 않나. 미국 문화의 이런 단면에서는 기존 문화의 복제와 재생산이라는 이데올로기적인 단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하지만 이때 보안관도 아닌 엔피스 네스트라는 그룹이 등장해서 베킷 일당의 코악시움 탈취는 실패한다. 크루 리오 듀란트와 여전사 밸이 습격 중에 장렬하게 죽는다.

 

우주악당 드라이덴 보스(폴 베타니 분)를 찾아간 베킷과 헌 그리고 츄이는 새로운 제안을 제시한다. 아, 그전에 헌이 꿈에 그리던 애인 키라를 드라이덴 보스의 기지에서 기적적으로 재회하는 장면도 있었지.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데, 결국 영화를 알려주지 않는다. 어쩌면 헌 솔로의 행적보다도 더 궁금한 게 그녀의 지난 3년에 대한 이야기였다. 혹시 이 이야기도 나중에 스핀오프로 써먹으려고 준비해 두었나.

 

드라이덴 보스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코악시움을 만들어서라도 보스에게 진상해야 했다. 케셀 행성에서 채굴 중인 정제되지 않은 형태의 코악시움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전에 베킷과 헌, 키라 그리고 츄이는 새로운 건달 랜도 칼리시언을 만나 미래에 헌 솔로의 애마가 될 밀레니엄 팰콘을 타고 케셀 행성으로 출발한다. 그전에 랜도 수하의 안드로이드 L3로 크루에 합류하는데, 랜도와 모종의 썸을 타는 관계라고 해야 하나. 갤럭시 최고의 내비게이터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 아울러 “Equal rights"를 주장하며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안드로이드 해방을 꿈꾼다.

 

케셀 행성에서 코악시움을 캐내기 위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반노예 상태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외계종족들의 모습이 왜 그리 익숙한 거지. 자본주의 경제를 돌리기 위해 꼭 필요한 노동력의 원천이 결국 인간이라는 점을 디즈니가 꼭 집어서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천하의 디즈니가 그럴 리가 없겠지 싶다. 아니 그렇게 기술이 발전한 미래라고 한다면 힘센 안드로이드들을 잔뜩 만들어서 광산에 투입하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될 게 아닌가. 아마 미래에도 그건 불가능한 모양이다.

 

11개의 코악시움 캐니스터를 싣고 케셀 행성을 탈출하던 제국군 모함을 만난 솔로 일행은 자신들의 뒤를 쫓는 타이 파이터와 괴물 그리고 중력장을 피해 이제 실전을 통해 유능한 파일럿으로 변신한 솔로의 진두지휘 아래 도주에 성공한다. 만신창이가 된 팰콘을 타고 도착한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엔피스 네스트와 무장한 클라우드 라이더들이었다. 자,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날 것인가. 배신의 드라마가 반복되는 가운데, 시퀄을 위한 떡밥들이 다량 투척되고 무엇보다 베일에 쌓인 신디케이트 크림슨 돈의 두목이 그 유명한 다스 몰이라는 점에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정작 에피소드 원에서는 그냥 그렇지 않았던가. 검 스타일의 라이트세이버가 아니라, 창 같이 양쪽에서 광선검이 나오는 아이디어는 정말 멋졌었는데.

 


헌 솔로는 엔피스 네스트로부터 반란군과 함께 제국에 싸우자는 제안을 받는다. 헌은 처음부터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결국 시스라는 거악과 싸우기 위해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반군에 합류하기는 하지만. 헌 솔로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바로 <This is America>로 이름을 날린 도널드 글로버/차일디시 갬비노다. 개인적으로 스타워즈 새가 시리즈 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제국의 역습>에서 친구이자 경쟁자인 헌을 제국군에게 팔아 넘기는 랜도 칼리시언 연기를 도널드 글로버는 매력적으로 해냈다. 도박 일차전에서 랜도의 속임수에 헌이 넘어갔다면, 2차전에서는 그의 속임수를 간파한 헌의 승리로 결국 팰콘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니까 갤럭시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아무도 믿어서는 안되고(희대의 깡패 토비아스 베킷의 충고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걸어야 한다. 한 마디로 판돈이 클수록, 얻는 것도 크다는 말인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기면서 헌은 그렇게 멋진 우주 건달로 커가는 모양이다.

 

어쩌면 <헌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에피소드 4로 이어지는 오리지널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크림슨 돈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키라의 미스터리, 베킷의 말을 믿고 태투인 행성(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으로 향하는 헌 솔로와 츄이에게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시퀄에서 부디 기대하시라. 일단 <헌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결정적이 한 방은 없었지만, 무언가 기대를 하는 떡밥들을 사방에 투척해 두었으니 론 하워드 감독이 어떤 식으로 시퀄에서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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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4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9-14 11:40   좋아요 0 | URL
무언가 강력한 MSG가 필요한데
론 하워드가 너무 약하게 친 모양입니다 :>

아님...
각본을 맡은 로렌스 캐스단이 문제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