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아옌데의 45주기를 기념하며

 

우연한 기회에 아리엘 도르프만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칠레의 사회민주주의는 종언을 고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조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카스트로가 선물로 칼라슈니코프를 들고 있었다지. 피델에게 체가 있었다면, 그에게는 문화 전사 아르헨티나 출신 아리엘 도르프만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혁명가들의 조국이 같구나. 31살의 도르프만은 그 때 아옌데와 함께 죽었어야 했다고 했던가. 지금은 도르프만이 자신의 두 번째 조국이었던 칠레를 그렇게 엉망으로 만든 미국 시민이 된 것도 역시나 아이러니라고나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 아옌데 사망 45주기를 기념해서 이달에는 아리엘 도르프만을 읽기로 했다. 책이 당장 수급이 되지 않는지 며칠 있다 배송이 된다 해서, 당장 도서관에 달려가 그의 책들을 빌려다 읽어야지 싶다.

 

이하 아리엘 도르프만의 바이오는 영문 위키를 내 마음대로 번역한 내용이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1942년 5월 6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제국 시절 오데사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리엘의 아버지 아돌프는 아르헨티나 경제학 교수였다. 어머니는 베사라비아 키시네프 유대인 후손이었다. 아리엘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으로 이사했고, 다시 1954년에는 칠레로 이주했다. 그는 칠레 대학에서 수학했고 그곳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1966년에는 앤젤리카 말리나리치와 결혼했고, 1967년에는 칠레 시민이 되었다. 1968년에서 1969년까지 미국 UC 버클리 대학원에서 수학하다가 칠레로 더돌아갔다.




1970년에서부터 1973년까지 도르프만은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의 문화 고문으로 일했다. 그동안 미국의 문화제국주의를 비판한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벨기에 출신 아르망 마테라르와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1971년). 도르프만은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발발하기 전날에 모네다 궁 야간근무를 하게 되어 있었으나 친구 클라우디오 히메뇨와 바꿨다.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도르프만은 칠레를 떠나도록 강요 받았고 망명해서 파리와 암스테르담 그리고 워싱턴DC에서 지냈다. 1985년부터는 미국 듀크대학에서 문학과 라틴 아메리카 연구를 가르치고 있다.


도르프만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피노체트 독재의 공포에 대해 자주 다룬다. 그는 인터뷰에서 세상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인들이 사라져 버리고 고문당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신의 대표작 희곡인 <죽음과 소녀>에서는 오래 전 자신을 고문했던 의사라고 믿는 고문 희생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주인공 파울리나 살라스는 의사 미란다를 죽음의 벼랑 끝까지 밀어 붙이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복수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과다. 1994년에 시고니 위버와 벤 킹슬리를 캐스팅해서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을 맡아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도르프만은 ‘삭막하면서도 고통스러웠던 칠레식 민주주의로의 전환’이 자신의 대표적 희곡의 중심 주제였다고 밝혔다.


1990년 칠레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된 뒤에 아리엘 도르프만과 그의 아내는 산티아고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요즘 즐겨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아리엘 도르프만을 검색해 보니, 그의 저작에 대한 포스팅보다는 희극/연극에 대한 포스팅이 압도적이었다. 그가 쓴 저작보다 아마 국내에서는 연극으로 더 유명한 기분이다. 문득 그의 연극도 기회가 되면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엘 도르프만의 대표작은 희곡 <죽음과 소녀>다. 1994년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도르프만의 희곡을 바탕으로 시고니 위버를 주인공으로 한 <진실>이란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느낌이다. 부랴부랴 네이버 검색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훑어 본다. 그리고 슈베르트가 작곡한 동명의 <죽음과 소녀>도 찾아서 들어 봐야지. 영문판에는 총은 든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자신을 고문한 의사 미란다의 턱을 움켜 쥐고 총을 든 모습이 그려져 있다. 멋진 포스터가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몇 권의 책들이 번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원제와는 사뭇 다른 <체 게바라의 빙산>, 원제는 <유모와 빙산> 정도. 그런데 구글링해 보니 원래 표지는 무척이나 야했다. 아니 작가의 홈피에서 본 것이었던가. 1992년 칠레가 피노체트의 야만적인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고통스러운 전진을 하던 시절, 세비야 엑스포에 실제로 출품한 빙산에 대한 이야기를 아리엘 도르프만이 소설화한 거라고 한다. 오늘 도서관에 가서 냉큼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24세 청년 가브리엘 매켄지의 이메일 유서로 아마 시작됐지.

 

다른 두 권도 빌려 왔는데 아르망 마텔라르와 공저한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블레이크 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이다. 전자의 부제는 무려 “디즈니 만화로 가장한 미 제국주의의 야만"이다. 놀랍군, 미국 듀크 대학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화강의를 하면서 이런 도발적인 제목을 발표하다니 말이다. 월트 디즈니가 개발한 착취 시스템은 유명하지. 국제법에 따라 지적재산권 시효가 끝난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지들 맘대로 20년 더 늘려서 해먹질 않나, 그들에게 상호간의 규칙 따위는 지킬 필요가 없는 그런 것이다. <블레이크 테라피> 역시 매력적인 책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정보 부족으로 패스.

 

 

 

 

 

 

 

 

 

 

 

 

 

 

칠레 시민들에게 9월 11일이 잊을 수 없는 그런 날이 되었던 것처럼, 칠레 시민들이 합법적으로 세운 사회주의 정부를 구박하던 미국인들에게 9월 11일은 똑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압도적 군사력으로 모네다 궁을 압박해 오던 쿠데타군에게 항복하고 망명하라는 군인들의 협상조건을 거부하고, 별이 된 아옌데 대통령을 추모하며 부족한 글을 맺는다.

 


Rest in peace, Dr. Allende. #NeverForget as the other meaning in the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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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9-13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아리엘 도르프만, 이란 작가가 제 눈에 띄면 레삭매냐 님이 생각날 것 같군요.

이 글 읽으며 많이 배워 갑니다. 유익한 글로 추천합니다!!!!!

레삭매냐 2018-09-13 11:40   좋아요 2 | URL
저도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

그리하야 <체 게바라의 빙산>과 <도널드 덕>을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아마 후자부터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