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핑팡퐁
이고 지음 / 송송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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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착하기 전에 기다리지 못하고 결국 인터넷으로 <어떤 핑팡퐁>을 몇 편 읽었다. 다음이었던가, 네이버였던가. 연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오늘 책이 도착해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역시나 알고 있는 에피소드들은 재밌었고, 내가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과 주인공들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나자 마음이 푸근해졌다. 아, 만화 핑팡퐁에는 동물 가면을 쓴 이들이 등장하는데 저자 이고 씨에 의하면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뭐 그런 뜻인가 보다.

 

아마도 3년 전, 고양이 핑이 씨와 사자 레드 씨의 연애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어던 핑팡퐁>도 같이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핑이 팡이 그리고 퐁이 씨가 테드 할배에게 두 장(설마 이억?)을 뜯어내어 카페를 시작했다. 핑팡퐁은 카페 피파포를 아지트로 삼은 바리스타 게릴라들이다. 그냥 저냥 우리네 일상에서 볼 듯한 그런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렇다, <핑팡퐁>의 이야기들에는 극적인 요소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다. 자극적인 조미료 스타일의 내러티브에 중독된 어떤 이들은 싱겁다고 할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팟캐며 방송 그리고 소설에 이르기까지 지천이지 않은가. 이고 작가는 어쩌면 이런 담백한 이야기로 승부수를 띄운 건지도 모르겠다. 남들과 달리.

 

혼밥이 어느새 시대의 대세가 된 지도 오래지만, 주변에는 의외로 혼자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아는 어떤 형도 그랬다. 아니 보통 점심은 혼자서 먹어야 할 텐데 그럼 매 끼니 굶었단 말인가. 난 그 시절부터 이미 홀러 부가킹 햄버거 먹기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혼밥이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그럴 때 내가 그 형의 밥친구라도 되어 주었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 그리고 이고 작가는 타인의 시선이 매우, 몹시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특히나 상대방이 나를 판단하려고 든다면 더더욱. 퐁이의 시선에서 제발 나를 판단해 주지 마세요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 걸 목격하더라도 제발 참견하지 마시고 못 본 척하고 가주셨으면 참 고맙겠다. 그런데 나라면 같이 먹자고 하는데 매몰차게 내 시간이니 넘어 주지 마세요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러지 못하겠지.

 

나의 주장을 강력하게 펴지 못하는 장면도 공감이 갔다. 딱히 뭘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없지만 그건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 점심 때, 회사에서 단체로 나가 밥을 먹게 됐다. 사실 어제 먹고 싶었던 순댓국을 먹어서 오늘은 아무거나 먹어도 문제가 없었지. 오늘은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고 하대. 그래서 쭐래쭐래 선두를 따라갔다. 13명이나 되다 보니 주문이 밀려서 가장 늦게 주문한 우리 테이블에 음식이 늦게 나왔다. 아유 정말, 해물 누룽지 파스타 먹다가 입을 델 뻔 했네. 이미 다 먹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고. 그냥 먼저 가실 것이지 뭘 참. 상대방을 배려해 준다는 게 항상 미덕은 아니지 싶었다.

 

자신보다 먼저 입사한 후미고 씨를 제치고 남성 발렌타인 씨가 먼저 승진하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랄까 뭐 그런 점에 대한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핑팡퐁 친구들이 모여 눈 내리는 가운데 망년회에 참석한 후미고 씨에게 재규어 사장 소키 씨가 카드인지 연하장으로 그녀의 마음을 달래 주려고 하지만, 난 마음에 들지 않더라. 그러니까 승진과 그에 따른 봉급인상 등등의 혜택 대신에 연하장 하나로 그냥 때우려는 거였나 싶기도 하고. 누구처럼 프로 불편러까지는 아니겠지만 마음에 쫌 불편했다고 말하고 싶다.

 



엔딩에서는 연애의 끝은 이별 아니면 결혼이더라는 오래 전부터 결혼하지 않겠다고 떠들어 대던 선배의 애인(지금은 그의 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애도 둘이나 있다)이 말해주던 명언이 생각났다. 뭐 그렇게 가는 거지. 듣자 하니 기존에 발표된 에피소들 중에서 선택해서 책으로 나왔다고 하던데, 그럼 책에 없는 에피소드들도 웹툰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일까. 그나저나 핑팡퐁들의 삶을 관통하는 고고한 유영은 계속되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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