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2

 

- 비엣 타인 응우옌 - 동조자(The Sympathizer)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비엣 타인 응우옌의 첫 소설이다. 퓰리처상 수상작이라고. 월남 출신 작가로 역시나 월남 패망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나는 월남군 병참 대위 출신으로, 사실은 공산주의자 스파이였다. 고정간첩으로 어린 시절 친구인 만과 더불어 민족해방전선의 일원으로 비밀경찰을 지휘한 장군 휘하에서 참모로 활약했다. 아 게다가 가톨릭 사제인 외국인 아버지와 하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혼혈로 어디에서고 환영받지 못하는 이방인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한 것도 그의 성공의 비밀이었다.

 

다시 한 번 처참한 패전까지도 자기네 문학의 일부분으로 소화시켜 버리는 미국 문학의 힘을 엿볼 수가 있었다. M-16을 거머쥔 양키가 허큘리스 수송기를 타고 사이공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까? 비참한 패배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월남 출신 작가가 서술한 이방인 혼혈 스파이야말로 그 역할에 제격이지 않은가. 놀라운 배치가 아닐 수 없다.

 

괌을 거쳐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나에 대한 이야기까지 읽었다. 자신의 모교에서 일자리를 얻고, 후원금을 바탕으로 임대거처를 구하고 중고차를 구하는 과정이 낯설지 않은 이국땅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난민들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로 받아 들여졌다. 그전에 임시로 거처하는 난민수용소는 미국 사회에 이질적인 난민들을 위한 신병수용소라고 콕 짚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우리도 지금 난민문제와 직면하게 되지 않았는가. 숱한 혐오와 차별을 뚫고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그네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달에 읽은 <전쟁의 슬픔>의 작가 바오닌은 최후까지 발악하는 월남 공수부대를 상대로 탄손누트 공항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르면서 거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는데, <동조자>의 주인공 나는 비록 절친 본의 아내 린과 대자 덕을 잃긴 했지만 미국에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남은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등장할 지 기대해 본다.

 

 

그리고 여담으로 영화화되기에 아주 좋은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서 아마도 곧 영화화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주인공 나를 캐스팅한다면? 아마도 다니엘 헤니가 어떨까 싶다. 혼혈이라는 강점도 있고... 아 베트남어 실력이 문젠가.

 

 

올해 초에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난민들>(Refugees>도 나왔다고 하는데 <동조자>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 아마 소설집도 곧 나오지 않을까. 분량도 적고 해서 지금 원서로 주문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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