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공자는 제나라에 갔다가 고대 순(舜)임금이 제작했다는 소(韶)라는 곡(曲)을 듣고 감탄해서 외쳤어요.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기에 절로 나온 감탄이었지요. 공자는 고기를 먹어도 고기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에 심취했어요.

 

 공자가 감탄했던 소를 오늘 날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실제 듣게 된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분해서 하품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 아악(雅樂)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곡조가 너무 느려  절로 하품이 나오며 눈꺼풀이 무거워지더군요. 모르긴 해도 순임금이 제작했다는 소도 필시 아악류의 점잖은 음악일테니, '하품 운운'이 무리한 추측은 아닐듯 싶어요.

 

 그런데 점잖은 음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고대인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맹자>에 이런 고대인에 관한 일화가 나와요. 맹자가 양나라 혜왕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칭찬하자, 양혜왕이 낯빛을 붉히면서 이렇게 말해요: "저는 선왕(先王)의 음악 - 소같은 류의 - 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올시다. 세속의 음악을 좋아할 뿐입니다." 양혜왕이 즐겼던 세속의 음악이란 오늘 날 우리가 즐기는 대중가요 같은 걸 거예요. 한 나라의 왕이 이러니 일반인들이야 더하지 않았겠어요? 점잖은 음악을 듣고 감탄하며 고기 맛을 잊었던 공자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사진은 소무원(韶舞園)'이라고 읽어요. '소무'는 위에서 말한 '소'를 가리켜요. 보통 노래는 춤과 동반되기에 춤추다란의 의미의 '무'를 추가해서 부르죠. '원'은 동산이란 뜻이구요. 소무원의 일차적인 의미는 '순임금의 음악 소무를 즐기는 동산'이란 의미이고, 이차적인 의미는 '고상한 음악을 즐기는 곳' 혹은 '풍류 동산'정도가 될 듯 싶어요. 이름이 특별해서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니 이곳 주인되는 분이 전직 성악가였다고 나오더군요. 서양 음악을 하신 분이지만 동양 음악에도 조예가 있으신 듯 싶어요. 어찌됐든 주인에게 어울리는 동산 이름이에요. 해미에서 예산 가는 길에 찍었어요.

 

오늘 날 음악은 개인 취향으로 치부되지만 과거에는 치국(治國)과 관계된 중요한 문화로 취급되었지요. 왕조가 바뀌면 음악을 정비하곤 했던 것이 그런 이유죠. 공자만 해도 자신이 정치를 한다면 정성(鄭聲, 정나라의 음악. 음란한 음악의 대명사)을 추방하겠다고 했는데, 음악을 치국과 밀접하게 인식했기에 나온 발언이죠. 우리도 70년대 '건전 가요'운운하며 대중가요를 단속한 적이 있는데, 일면 이런 전통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음악을 개인 취향으로 치부하든 치국의 도구로 생각하든 명심할 점이 있어요. 그 명심할 점을 맹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타인과 함께 즐겨라!" 이것을 명심한다면 개인 취향이 갖게 될 문제점인 자폐성이나 치국의 도구가 갖게 될 문제점인 강제성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 같아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音(소리 음)과 召(紹의 약자, 이을 소)의 합자예요. 순임금이 제작한 음악이란 의미예요. 音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召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순임금의 음악은 전대(前代) 요임금의 맥을 이은 음악이란 의미로요. 순임금음악 소. 의미를 확대하여 '풍류'라는 뜻으로도 사용해요. 풍류 소. 韶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韶代(소대, 태평한 세대), 韶警(소경, 총명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舛(어그러질 천)과 無(없을 무)의 합자예요. 춤춘다는 뜻이에요. 발을 전후좌우로 옮긴다는 의미의 舛으로 춤춘다는 뜻을 표현했어요. 無는 음을 담당해요. 舞를 상형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양 손에 깃털 장식물을 들고 춤추는 모습을 그린 거라고 봐요. 춤출 무. 舞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舞踊(무용), 舞臺(무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口(에워쌀 위)와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과수원이란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과수원은 타 구역과 구분 짓기 위해 울타리를 쳐 에워싼다는 의미로요. 袁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과수원의 울타리는 대개 길다는 의미로요. 일반적으로 '동산'이란 의미로 사용하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동산 원. 園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庭園(정원), 果樹園(과수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韶 순임금음악(풍류) 소   舞 춤출 무   園 동산 원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臺   (   )代   果樹(   )

 

3. 좋아하는 음악이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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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ㅡ 글 창에 사진의 위부분만 보이곤하잖아요 . 글을 클릭하면 완전창이 뜨고요 . 윗부분만 보곤 먹구름이 잔뜩이네 하며 원글을 보니 웬걸 나무였네요.^^
재미진 이야기 잘 듣고 갑니다~^^

찔레꽃 2017-02-08 13:56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 지난 번 그장소님의 ‘선배와의 조우‘ 이야기는 단편소설처럼 읽었습니다. 역시 필력이... 그나저나 그 글에서 크게 아프셨던 일이 있었던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늘 건강 유의하셔요~

[그장소] 2017-02-08 18:41   좋아요 0 | URL
아 ㅡ 고맙습니다.^^ 그 덕에 집순이 다된걸요. ㅎㅎ 찔레꽃님도 건강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