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Alliteration (두운법)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일련의
몇 단어를 같은 음(音) 또는
같은 글자로 시작하는 기법이라는데, 예를
들면 busy as a bee (벌처럼
바쁜)이나
safe and sound (아무탈 없이, 무사하게) 같은
것이 그 예죠.
좀
더 파고들어 알아보니, 영어는
리듬(동작성, 감정의
파동성, 움직임)이
강한 언어이기 때문에, 일정한
음이 반복되면 듣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분을 줄 수 있고, 반복되는
최면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군요. 다시
말하면 두운법(Alliteration-頭韻法)이란
한 문장 내 여러 단어의 머리 부분에 일정한 자음이나 모음을 같이 사용하면서 같은 감정이나 기운을 운율적으로 이끌어 내는 단어 사용법을 말한다고
합니다.
'
저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우의 시 'The Bells(종소리)'에
등장하는 "What a tale of terror does the turbulence tell!"라는
싯구는 한국말로 옮기면 ‘얼마나
무서운 얘기를, 혼란을
말하는지 들어봐! (p.414)’라고
번역됩니다만, 파열음인
t 사운드의
반복으로 인한 두려움의 증폭을 우리말로 느끼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
시구는 두운법의 대표적인 예로 여러 글에 인용되더라구요. (아무튼
포우의 이 명시 [종소리]는
알에이치 코리아에서 출간된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더 레이븐]에
번역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고, 이
시에 대한 제프리 디버의 굉장히 흥미로운 에세이도 놓치지 마시길!)
(2012년 나온
책들중에서 고품격 표지와 책만듦새 시상을 한다면 단연코 세손가락 안에 들어갈 듯한 작품입니다.소장 욕구의 게이지를 높여주는 종류의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 (Mickey Mouse)나
도널드 덕 (Donald Duck), 벅스
버니(Bugs Bunny)도
사실은 두운법으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생각해보니
던킨 도너츠( Dunkin Donuts), 코카콜라(Coca Cola), 크리스피
크림(Krispy Kreme)도
두운법이군요.
아래의
문장은 제가 좋아하는 두운법의 예입니다.
Kangaroo kicked kiwi's kidney. (캥거루가
키위(새이름)의
콩팥을 찼다)
All apples are alike. (모든
사과들이 비슷하다)
Curiosity killed the cat.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
It takes to two tango. (탱고를
추려면 두 명이 필요하다=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 아동용 소설을 쓰는 '레모니 스니켓'과 더불어
'제프 린제이'는 자신의 타이틀을 병적으로 두운법으로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두운법 애호자(lover of alliteration)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죠. 제목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서일까요, 초창기의
멋진 제목에 비해 최근작[ Double Dexter]는 너무 게으른 제목이 아니냐는 실망감을 나타내는 독자들도 있을 정도더군요. 과연 다음
작품은 어떤 제목으로 나올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D로
시작하는 두운법으로 최고의 예는 ‘제프
린제이’의
소설 제목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시다시피
자신의 전작을 모두 편집증적으로 D로
시작하는 두운법을 사용했습니다. 두운법을 사용하면, 원어민들은 한 뼘가량 더
고상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Darkly Dreaming Dexter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Dearly Devoted Dexter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
Dexter in the Dark (어둠속의
덱스터)
Dexter by Design (친절한
킬러 덱스터)
Dexter is Delicious (국내 출간예정)
Double Dexter (국내 출간예정)
번역하시는
분(네, 우리가
아는 그 전설의 번역자 분입니다)과
비채 편집부가 제목을 한국어로 바꾸실 때, alliteration(두운법)을 살리시는 것에 대한
고민을 분명 하셨을 듯 싶습니다.
이상 스릴러 잡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