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안녕을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1 탐정 링컨 페리 시리즈 1
마이클 코리타 지음, 김하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조가 방을 가로질러 와서 내 옆에 무릎 꿇고 앉아 녹색 크레용으로 어린애가 갈겨쓴 일기의 한 대목을 읽었다.

'오늘밤 나는 작별을 했다'. p.84

(Joe crossed the room and knelt beside me, then read the diary entry, written in a child's scrawl with a green crayon:

Tonite I said goodby. * 어린애가 썼기에 일부러 작가가 오타로 쓴 것.)

 

모든 것이 '오늘밤 나는 작별을 했다'라는 문장에서 자라났다. 17살때, 부모님집의 잔디를 깎으면서 그 네 단어가 내 머리속을 떠다녔다. 책 전체가 바로 그 4단어 (Tonight I said goodbye)로 부터 나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그 타이틀에서 나왔다."

-마이클 코리타

*코리타는 퍼뜩 머리에 떠오르는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에 이끌려 글을 쓴다고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강력한 장소로서의 이미지말이다. 이 작품의 경우는, 어린아이가 크레용으로 쓴 "오늘밤 나는 작별을 했다"라는 문장과 이미지가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이었다. 수레의 바퀴살처럼 그것을 중심축으로 이야기가 뻗어 나온셈이랄까.

 

 

 

 

 

좌(左)데니스 루헤인, 우(右) 마이클 코넬리

막 첫번째 소설을 끝낸 문청(文靑)시절의 코리타는 장르소설계의 거장인 데니스 루헤인(Dennis Lehane)에게 자신의 이메일 주소가 포함된 팬 레터를 보내게 된다. 뜻밖에도 이 새파랗게 젊은 작가 지망생은 루헤인에게서 즉각적인 답신을 받는다. 코리타가 범죄 소설 작가의 꿈을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으로 갖게 된것은 16살때에 루헤인의 [가라,아이야 가라]를 읽고 난 후였다. 자신의 문학적 영웅에게 답장을 받은 코리타는 짝사랑하던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허락받은 사람처럼 기뻐했고, 그 뒤로 몇년간 코리타는 르헤인과 서신왕래를 지속하며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코리타는 만족할 수 없었고, 에커드(Eckerd)대학에서 데니스 루헤인이 주관하는 소설작법 강의를 통해 그를 멘토로 삼고 개인적 친분을 두텁게 한다. (고등학생 시절 몸담았던 신문사(Bloomington Herald Times)의 스포츠섹션 편집장이었던 밥 하멜(Bob Hammel)에게서 신문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은 충분히 받았지만, 창의적 글쓰기에 대해 제대로 배운적이 없기에 이 시기의 배움은 그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술회한다.)

크라임 소설계의 또다른 거장, 마이클 코넬리(Michael Connelly)와는 2004년 자신의 첫번째 소설 [오늘밤 안녕을(Tonight I said goodbye)]이 출간된 이후로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코리타에 따르면 하루에 1500단어씩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는 것도 코넬리의 영향이라고 한다. 마이클 코넬리가 작가 지망생에게 종종 주는 충고인,"머리를 쳐박고, 한명의 독자를 위해 써라 (Keep your head down and write for an audience of 1)"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셈. 코리타는 시리즈 탐정물이나 형사물의 주인공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해리 보슈'라고 주저없이 꼽을 정도로 코넬리의 영향력을 감추지 않고있고, 요즘은 코넬리와 주말에 야구를 보러가거나 정기적인 골프 파트너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장르소설계에서 최강의 원투 펀치라 불리울만한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이 이 젊은 작가를 지지하고, 보통 이상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나는 던적스럽게도 코리타가 '윗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처세술'에 대한 책을 썼어도 그것은 분명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젊은 친구가 힘있는사람 비위를 잘 맞추어 주는 천부적인 재주가 있다는 건 부러운 일이군,이라고 까지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저 내마음속에서 이 재능있는 젊은 작가에게 헤살을 부리고 싶다는 뒤틀린 질투심에서 나왔던 것이다.

나는 그의 처녀작 [오늘밤 안녕을]을 읽고 난 이후에, 쟁쟁한 거장들이 그의 작품을 앞다투어 칭찬하고 기꺼이 그와 가깝게 지내는 이유를 어렵지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재능이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재능.

 

 

 

맞춤인생 :작가가 되기 위해 살다

코리타의 인생은 이쪽 계통(크라임소설)의 글을 쓰기 위해 고도로 계획되고 집중시킨 삶처럼 보인다.

마치 어떤 부위의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무엇을 먹고 어떤 운동을 반복적으로 해야 효과적인지 아는 사람처럼, 자신의 삶을 작가가 되는 방향으로 집요하고 효율적으로 몰고갔다.

코리타는 18살의 어린 나이에 사설 탐정 잡지 'PI (Private Investigator) Magazine'의 편집자였던 돈 존슨(Don Johnson)밑에서 사립탐정 조수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는데,전업작가가 되기 전까지 8년간 보험사기부터 부당한 죽음조사에 이르는 다양한 사립탐정일을 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었다. 특히 사립탐정이 주인공인 링컨 페리시리즈의 세부 묘사에 있어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소위 "글로 키스를 배운사람"에게 "실제 경험자"가 갖게 되는 우월함이 그의 글에는 훈장처럼 빛나며 박혀 있다. 탐정 분야에 대해서는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 잘 알기에, 추측이나 책을 읽어 간접적으로 아는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진짜다움을 획득하게 되었다고 할까. 거친 비유를 하자면, 진품이기에 짝퉁제품에서 보여지는 디테일의 조잡함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가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성 크라임소설계에 힘차게 파고 들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원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성 때문이었다.

그는 또한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블루밍턴 헤럴드 타임즈(Bloomington Herald Times)라는 지역신문의 신문기자로도 활약했었는데, 이때의 경험을 통해 마감일에 맞춰 글쓰는 법과 명쾌하고 간결하게 쓰는 방식을 배웠다. 그리고 기사때문에 자신이 만났던 다양한 군상들이 그의 소설에서 살아있는 캐릭터가 되었다.(특히 이무렵, 그의 글쓰기를 지도했던 신문사 편집장인 밥 하멜(Bob Hammel)은 코리타를 세인트 마틴 출판사와 연결시켜주었고, 여기에서 출판사 편집장인 피터 울버튼(Peter Wolverton)이 그의 작품을 눈여겨 보게된다. 데뷔작 [오늘밤 안녕을]의 헌제에 코리타가 밥 하멜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현한 이유는, 그가 코리타에게 있어서 일생의 은인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또한 인디애나 대학에서 형사 사법학(Criminal Justice)을 전공한 것은, 그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이 분야의 책을 쓰려고 벼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로써 법과 경찰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글에 권위의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것이다. 보는 바와 같이 그의 이력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식으로 용의주도 했다는 느낌이다.

 

 

 

 

 

오늘밤 안녕을

코리타는 인디애나 출신이지만, 그의 부모님이 클리브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그도 어린시절 이곳에서 보냈다) 이 지역을 어떤 도시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링컨 페리 시리즈의 무대를 이곳으로 상정하게 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클리브랜드는 매우 블루칼라(육체 노동자)적인 색채를 띠고있는 도시고, 제조분야의 직업들이 점점 사라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라는 것. 이런 사실이 느와르적인 세계의 분위기와 퍽 잘어울린다는 것이다.

클리브랜드의 유명 사립탐정인 웨인 웨스턴이 자살을 하고, 그의 아내와 딸이 실종된다. 웨스턴의 아버지 존은 며느리 줄리와 손녀 딸 베시를 찾아달라고 탐정인 링컨 페리와 그의 나이많은 동료 조 프리처드에게 의뢰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링컨과 조는 탐문조사를 해나가던 중, 웨스턴의 죽음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 러시아계 마피아와 지역의 거부와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여느 탐정소설처럼 '실종된 사람찾기'로 시작하고, 우여곡절 끝에 가리워졌던 사건의 진상에 바투 다가선다는 이야기.(그 사이사이에 총격전도 있고,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반전도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장르의 규칙에 충실한 정통 하드보일드 탐정소설로 볼 수도 있고, 나쁘게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울것이 없는' 진부한 스타일로 볼 수 도 있다. 개인적으로 장르의 규칙을 따르려고 한 것은 다분히 영민한 작가의 의도라고 느껴진다. 그때문에 젊은 작가다운 파격적인 신선한 시도는 책에서 찾을 순 없었지만, 더할나위 없는 안정적인 느낌으로 레이몬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을 좋아했던 향수를 자극하여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실제로 필립 말로나 샘 스페이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이책을 구입한 미국 독자들이 꽤 있었다.

사실 코리타는 대학교 1학년때 링컨 페리시리즈의 첫편(비공식적 작품, 당연히 출판되지 않았다)을 이미 썼고, 세인트 마틴(St. Martin) 출판사에 보내지만 -약간 설익었기 때문이었을까- 출판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보았던 편집장 피터 울버튼(Peter Wolverton)은 코리타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더라도 기꺼이 읽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코리타가 본작 [오늘밤 안녕을]을 완성했을 때, 세인트 마틴 출판사의 피터 울버튼과 사립탐정 소설 경쟁부분(Private eye novel contest) 두군데에 보내게 된다.

피터 울버튼은 만약 콘테스트에서 수상하지 못해도 책의 판권을 사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이 작품을 높게 평가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코리타는 최우수 사립탐정 소설 신인상을 수상했고, 당당히 책을 계약하게 되었다. 요컨데 이 이야기의 핵심은, 편집자가 콘테스트의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고 그의 어린 나이도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출판하고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양날의 검-나이 (그가 대머리끼가 없었더라면 난 그를 미워했을 것이다.)

 

말이 나온김에 언급하자면, 마이클 코리타와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바로 '나이'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중 금붕어의 똥처럼 끈질기게 따라붙어 코리타 자신도 널더리를 낼 정도다. 그가 만약 국내 작가였다면, 그래서 국내 검색엔진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다면 '코리타 몇살'이나 '코리타 데뷔 나이'같은 연관 검색어가 뜨지 않았을까.

데니스 루헤인이 최초로 작품을 쓴 것이 서른살이었지만, 그때 당시 이 분야에서 가장 어린축에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오늘밤 안녕을]로 신인상을 수상할 당시 그의 나이(음주를 할 수 없는 21세가 되지 않은 나이였다)가 얼마나 화제가 될만한 것인지를 알수 있다. 심지어 데니스 루헤인은 그의 나이를 언급하면서 '만약 코리타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는 대머리의 징후마저 없다면, 나는 정말로 그를 싫어할 것이다 (코리타는 젊은 나이지만, 숱이 상당히 없는 편인데, 이 정도의 재능있는 젊은이가 젊어보이기까지 하면 그를 미워했을거라는 루헤인식 유머.)'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그의 나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독자들은 그의 나이에 흥미를 갖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시하기도 한다. 코리타가 진정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작품이 내용이 아니라 나이에 의해서 평가받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의 어린 나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강하긴 하지만 담금질을 아직 하지 않은 칼처럼 부러지기 쉬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작품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작품 어딘가에 아직 농익지 않은 젊은이 특유의 치기나 헛점이 분명 몸을 숨기고 있을 거라는 생각. 그것은 어쩌면 세상의 모든 처녀작에 대해 품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독한후 나의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는 국어사전적 의미에 완전히 부합되는 것임이 판명되었다. 무엇보다 이야기에 속도감이 있었다. 간결한 문체와 짧고 분명한 대화가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속도감을 부추기고 있었다.

 

 

문체,시점, 그의 작법

오직 이야기의 흐름에만 집중하며 읽던 어린날의 코리타는 데니스 루헤인의 [가라,아이야 가라]를 읽고 그의 산문(prose) 자체에 매료된다. 루헤인의 문장 자체가 담고있는 힘과 울림에 깊은 영향을 받은 듯한 코리타의 문체. 그래서인지 나는 이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문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다른 탐정소설의 특징처럼, 장식적이거나 화려하게 미사어구를 쓰지 않고, 간결하고 날렵한 문체를 보여준다. 그의 문체는 군살 한줌 없는, 공들여 단련된 날씬한 몸을 연상케한다. '쓸데없는 말은 모두 생략할것'. 이것이 그의 글쓰기 멘토들이 문체에 대해 주문했던 단 하나의 명제였다. 그 영향일까. 코리타 스스로도 "좋은 글쓰기란 화려한 문체보다는 간결하고 정확한 것"에 있다고 믿고, 그 특징을 그대로 데뷔작에 반영 시켰다.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것은 메마른 문체를 지향하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령 "내 등의 근육은 지미 헨드릭스가 솔로를 연주한 후의 기타 줄 같이 느껴졌다(p.182)"같은 문장처럼, 재치있는 표현이 책 전체에 산재해 있어 읽는 재미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소설답게 1인칭 시점을 사용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사용은 최초의 스탠드 얼론인 [Envy the Night]을 3인칭 시점으로 쓸때까지 계속된다. 1인칭 시점은 장단점이 뚜렷한 시점인데, 역시 장점이라면, 독자가 주인공에게 자연스런 친근감을 느끼고, 이야기 속으로 뛰어 들기 쉽다는 점이다. 반면에 작가가 서투르게 사용하여, 주인공의 심리묘사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짓 따위를 하면, 이야기의 속도감이 늘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데뷔작에서 코리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나는 또 그의 나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얄미울정도로 노련한 베테랑처럼 1인칭 시점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

코리타는 글을 쓸때 아우트라인(대체적인 줄거리)을 만들지 않고 쓴다고 한다. 스토리 전체를 미리 짜고 쓸것인지 아닌지는 작가 개인의 취사선택이겠지만, 내 생각에 코리타는 스토리자체는 언제나 가변적이고 유동적인체로 놓아주는 것이 좋다고 믿는 스타일인듯 싶다. 아우트라인을 정해놓으면 스토리라인상에서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생각과 방향성에 제한받기 쉽기때문이다. 등장인물을 틀 속에 가두거나 옭아매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 속에서 활보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스타일인 그의 작법에 맞춰 이 책을 읽어나가도 흥미로울 것이다. 코리타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때, 끝이 어떻게 될지 작가도 모르고 시작하는 스타일인 셈인데, 실제로 [오늘밤 안녕을]을 쓸 당시, 첫번째 초고에 대한 교정을 하기 전까지 누가 살인을 하는지, 작가자신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쓴 장면에서 오직 한,두장면만 앞을 내다 볼수 있다고 한다.

 

 

 

서스펜스, 긴장감

영화나 소설에서 주인공이 악인보다 너무 강해서 별다른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코리타는 잔인한 러시아 마피아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부패한 거부와 같은 강력하고 거대한 악의 축을 설정함으로써 서스펜스를 높였다. 다 아는 이야기라 말하기도 미안하지만, 주인공의 신변에 대한 염려과 걱정은 독자를 다음 페이지를 향해 끊이없이 전진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이런 장르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서스펜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라임 소설에서 서스펜스가 없다는 것은 폭주족에게 오토바이가 없는 것과 같다고할까.

사실 이 분야의 작가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자명한 사실이긴 해도,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듯 싶다. 영화라면 불길한 음악이나 거칠고 낮은 조명, 이상한 카메라 앵글따위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지만, 소설은 다르다. 코리타의 이 소설은 링컨 페리를 중심으로 1인칭 '나'로 진행되므로 독자는 자연스레 그의 심리상태에 동화되어 그의 신상을 걱정하게 되지만, 그 캐릭터의 깊이가 없다면 공감이 만들어지기 힘들어서 서스펜스가 담길수 없을 공산이 크다. 읽어본 독자는 알겠지만, 코리타는 그만의 방식으로 주인공에게 입체감을 주었고, 따라서 주인공이 맞게되는 위험에 대해 독자는 자기 일처럼 마음을 졸이게 된다. 게다가 서스펜스를 주어야하는 장면에서 묘사를 최소화하고 행동과 대화로 표현해서 속도감을 높이고, 서스펜스가 늘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후반부는 '시간압박'과 같은 전통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증폭시켰음은 물론이다.

 

 

 

 

 

총평

하드보일드 장르가 현대사회에서 거세된 수컷의 마초적 성향을 일깨우기에 인기가 있다던가, 이런 장르 소설을 통해 독자는 거대한 악의 세계에 대항하는 영웅에게 자신을 동일시 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던가,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행간에 녹아있는 미국 문화의 어두운 단면에 대한 알레고리라든가 메타포같은 것들은 그런것을 찾아내는데 능숙한 분들이 해주기 바란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이 재밌다'는 간명한 사실이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에두른 말을 해대며, 먼길을 이렇듯 돌아왔다. 사실 그 한마디면 족하지 않은가. 이런 장르 소설에서 '재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리 차일드가 이 작품에 대해이야기한 "서스펜스, 긴장감, 트릭, 매력..모든 것이 충만한 일급 데뷔작'이란 말은 에누리 없는 사실이다.이 책을 읽어 본 독자는 리 차일드가 세인트 마틴 출판사의 홍보 담당자에게 점심을 얻어먹고 고마운 마음에 마지못해 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진지한 철학척 성찰이나 미학적 아름다움 같은 것을 희구하지 않는다면, 이 책의 선택에 후회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코리타의 데뷔작이 느와르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인간 본성에 대한 아픈 물음이나, 미국 사회에 대한 우회적 비판을 뼈저리게 보여준다고는 말 못하겠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코리타만의 고유한 지문이 뭍어 있는 점때문에 아껴주고 싶다. 이 작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이 맘에 들었다. 사설 탐정일에 실제로 몸담고 있어서였을까. 그의 책 속에서 작가가 진심으로 '사설탐정들의 일을 이해하고 존경하며 그들의 삶에서 견뎌야하는 무게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장에서 보여준 의외의 따스한 느낌도 좋았다. 그것이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그 따스함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나는 억지로 짜내는 듯한 '감동의 강요'를 합을 맞춘 듯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무술장면만큼이나 촌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인데,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코리타는 선을 넘지 않고 절제한다. 그렇다. 과잉하지 않은 점이 이 데뷔작의 미덕일 수 있겠다.

마이클 코리타의 나이 서른살. 어느덧 이젠 나이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도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한 대담에서 탐정 시리즈만으로 30권을 내놓는 작가는 결코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숨은강]이나 [사이프러스 하우스]같은 호러물로 가지를 뻗어 나가면서 글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가고 있다. 마음 속에 이야기꾼이 있어 글을 쓴다는 마이클 코리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져 나는 이 작가 근처를 기웃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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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감정으로 분칠된, 감정의 과부하가 걸려있는 글은 질색인데,기리노 나쓰오는 일단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수분기를 철저하게 뺀 그녀의 메마른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대표작 [아웃]을 읽은 후, 그녀의 글을 열심히 찾아서 읽게 되었는데, 어느 작품을 들춰보아도, 혹독하고 어두운 세계에 대한 작가의 어둑씬한 응시가 일관되게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것을 불편한 마음으로 읽다보면, 어느새 끝을 알수 없는 깊고 어두운 바다 밑쪽으로 자맥질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그 어둠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거기에는 뭐랄까, 불가해한 매력같은 것 이 도사리고 있어서, 두려우면서도 엿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로즈가든]에서 히로오가 미로에게 끌린 이유가 이런 비슷한 느낌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런 까닭에 꾸준히 그녀의 책을 읽게 되는것 같다. 악의로 가득찬 세계에 대해 섣부른 희망따위는 집어치운채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 이런 세계관과 기리오 나쓰오의 관계는 마치 알콜 중독자와 술처럼 분리해낼 수 없듯이, 표리일체(表裏一體)가 되어 버렸다.

 

 

그녀가 몸에 두르고 있는 이 암울한 세계관이 견디기 힘들다면, 역시 이 작가의 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세계관을 떠안고, 그 진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면, 역시 읽는 수 밖에 없다. 뼈속까지 얼어붙을 것같은 날씨에 마시는 독한 술같은 그녀의 소설. 나는 기리노 나쓰오의 팬이 되지 않는 것과 팬이 되는 것, 둘 중에서 후자를 선택하기로 한다.

 

 

 

[로즈 가든]을 잘 읽기 위해서, [얼굴에 흩날리는 비],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다크]를 다시 꺼내 뒤적거리며 읽었다.(그렇다고 뭐 더 잘읽게 되는 것을 반드시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르 소설들은 한번 읽고 나면, 꽝난 복권처럼 두번 다시 쳐다보기 싫어하는 독자들도 있는 듯 싶은데, 내 경우는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을 읽게 되는 경우, 이전 작품이나 이후 작품을 다시 읽어 본다. 그러면 -운이 좋다면,-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재발견하게 되는 일이 왕왕 있다.(그렇다고 해서 그 '무엇인가'가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ㅎㅎ)

 

 

 

[ 나는 현관 옆 나무문을 열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30평 남짓한 정원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나뭇가지도 울창해서 마치 작은 정글 같았다. 미로는 아마 있는지도 모를 테지만, 정원 여기저기에 붉은 장미와 노란 장미가 피어 있었다. 시들어버린 장미가 있는가 하면, 지금이 한창때인 양 흐드러지게 핀 것도 있었다.([로즈 가든],p.25/ 최고은 역)]

(인도네시아의 정글 속으로 강을 거스러 올라가는 히로오와 정글처럼 보이는 장미 정원으로 들어가는 고교시절의 히로오가 묘하게 포개진다.)

 

 

 

 

 

 

 

이 단편집 내의 몇개의 작품은, 추리소설의 성향을 띄고 있지만, 작품집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추리'보다는 '소설'이다.

 

특히 표제작인 [로즈 가든]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추리소설의 개념에 가닿은 작품이라 부르기 힘들다.

 

 

(정작 기리노 나쓰오는 미스테리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종종 밝히고 있다. 그녀의 소설을 즐기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초기 몇작품 이후 그녀 작품내에서 미스테리적 색채는 휘발되어 버린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수수께끼 맞추기에 급급한나머지 이야기는 빠져있어 소설적 매력이 전무한 난삽한 작품들보다는, 그녀처럼 장르적 울타리를 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쪽에 신뢰가 간다. )

 

 

물론 내 경우에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여타 단편들 보다는 작품집으로 묶기 위해 시기상 가장 마지막으로 쓰여진, 표제작 [로즈 가든]에 기리노 나쓰오가 가장 많은 공을 들인것이 느껴진다.

 

이 작품에는 [다크]에서 언급되어진 학창 시절의 미로( "미로는 그 자체가 남자를 조바심 나게 만드는 존재였다. 천진난만한 예쁜 얼굴이면서도 아수라 같은 격렬한 분노를 지니고 있는게 틀림없는 소녀. "[다크],p.169/ 권일영역)가 남편 히로오의 시선에서 그려져 있다.

 

(이 단편집에 묘사된 미로보다, 두 세배 정도의 더 농밀한 어둠에 휩싸인 미로와 만나고 싶다면, [다크]를 읽으시라.)

 

 

미로의 남편 히로오가 인도네시아의 마하캄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강(江)의 상징성이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바.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미로와 얽혀있는 자신의 과거를 향해 기억을 되작이며, 추억의 상류를 향해 나아간다.

 

 

히로오는 미로와 멀어지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정글로 들어가지만, 결국은 미로에 대한 너울거리는 감정에 바투 다가갈 뿐이다.

 

박남철 시인 방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서울을 만나기 위해 더더욱 부산으로 내려간 셈.

 

그동안 미로 시리즈(장편)에서 덜 입체적으로 그려졌던 히로오의 존재감과 가려져있던 학창시절의 미로의 모습을 메워주는 단편이기에 미로 시리즈에 관심있는 독자로서는 놓칠 수 없는 단편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작품 이 외에도 귀신소동을 다룬 [표류하는 영혼],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혼자 두지 말아요], SM플레이를 소재로 한 [사랑의 터널] 모두 각각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단편들이다. 단편소설의 특성상 굵직한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되어버려, [얼굴이 흩날리는비]나 [다크]에서 드러냈던 미로의 헤아릴수 없는 '고독감'이 보여지지 않아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나는 미로가 지문처럼 지니고 있는 이 '고독감'을 어쩔줄 모르고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편 모두, 게이인 도모(도모베)가 주요 인물로 나오는데, 이 인물은 장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과 [다크]에 모두 등장했던 인물이라 어쩐지 반갑기도 했다.

 

 

 

 

정직하게 말해서, 이 작품이 -밤에 읽게 될 경우, 새벽을 하얗게 지새우게 되어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해야하는 소시민의 생활 리듬에 지장을 줄만큼 재미를 보장할 정도-라고 까지는 말 못하겠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밀도 있게 전개해 나가서, 금방 읽어 버렸다. 재밌다. 기리노 나쓰오는 역시 솜씨있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필력이 있다. 딱히 그녀의 전작들을 읽지 않은 독자도 (소설의 주인공인 미로를 몰라도) 전체적으로 포진되어 있는 자극적인 소재의 강력한 흡입력으로 인해 나처럼 소설적 흥미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기리노 나쓰오의 팬이라면, 이 얇지만 내용적으로 두께감있는 이 소설집을 꼭 읽어보라고 쫓아다니며 닦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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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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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나

젊은 날의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창문에 기웃거렸었다. 밖에서 까치발에 높이 뛰기를 해가며 그 안을 들여다보고자 애썼다. 애가 타도록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집채만한 외로움과 함께하던 시절과 맞물려 있어서, 예전에 읽었던 그의 작품들을 다시 펼치면, 조금은 위험해 진다. 봉인되었던 기억들이 다시 비집고 나오기도 하고, 이지러져있던 추억들이 다시 모양새를 잡아가기 때문이다. 지나간 세월이 회한과 함께 속절없이 부우욱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게 읽으라고 해도 읽을 수 없지만, 옛날의 나에게 있어서 하루키의 말들은 치유와 위안에 다름 아니었다. 하루키의 책들은 그시절, 내안의 틈새로 노도와 같은 기세로 새어 들어오는 현실에 대한 우울함을 막아내는 네덜란드 소년의 팔뚝 역할을 했었다.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온기가 있는 타인을 단단히 껴안게되듯이 그의 책들이 방사하던 따뜻함을 쪼이던 시절이 분명 내겐 있었다. 글이 이렇게 치졸한 감상주의에 빠져 버리는 게 싫지만, (그렇다고 너무 감상을 걷어내버린 글의 질박함도 곤란하다), 하루키의 책을 말할때 누기(漏氣)를 완전히 지우고 메마르게만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데면데면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의 책에 대한 절실함이랄까, 강한 애착은 많이 희석되었다. 어떤 종류의 감정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을 역류해 올라가지 않는 한 말이다. 요컨대, 젊은 날의 뾰족한 감성으로는 더 이상 그의 책을 읽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루키의 언어표현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아무리 노력해도 열 일곱살때에 느낀 일요일 아침의 분위기는 되살아나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틀림없이 나이를 먹어 온 것이다."(양을둘러싼 모험에 나오는 말) 현재의 감성이 꾸덕꾸덕 말라버린 나는 훨씬 물기있고 말랑말랑하던 감수성을 가진 나로 돌아가 그의 책을 읽고 싶은 것이다,라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잡문집의 등장

하루키의 작품을 이젠 여상스레 읽고 그에 대한 애정이 진행형이라기보다는 완료형이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엔 하루키라는 이름 위에 커다란 방점(傍點)이 찍혀 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던 중 나는 신간 [잡문집]의 출간 소식을 접했다. 초대형 히트를 기록했던 1Q84가 나온 후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책이기에 아무래도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잡문집이라는 책 제목을 듣고, 하루키가 기존에 쓴 수필집을 짜집기 한 책인 줄 알았다. 일반적으로 나는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수필이라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만약 에세이(수필)가 일기장에나 쓸 법한 억지 감정을 쥐어짜는 감상주의로 흐를 경우, 문학적 성취는 고사하고 작가의 이미지가 범속함으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 작가에 대한 환상만 바스러질 뿐이다. 그러기에 수필은 붓가는대로 만만하게 쓸 글이 아니고 작가가 위험부담을 안고 신중하게 써야하는 글,이라는 뿌리깊은 편견이 내겐 있었다. 하지만, 하루키의 수필들을 읽어보니, 산뜻한 예외였다. 일상의 이모저모를 차분하게 반추하여, 그가 소설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다른 질감의 진정성을 획득한다고 느껴졌다. 수필의 진맛을 알게 해주어서 였을까, 번역되어진 그의 수필들은 대부분 지금도 내 서고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수필엔 독자와 작가 사이를 가르는 막을 제거해주는 기능이랄까. 개인사가 투영된 그의 글은 아무래도 독자로 하여금 개인적인 만남을 허용하고, 심지어 촉각적인 접촉을 했다는 기분이 들게하는 유사체험을 선사해 왔다.

알아보니, [잡문집]은 대체적으로는 음악이나 인물, 번역등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에 가깝지만, 수상소감이나 인사말, 대담, 짧은 소설들도 집어 넣은 모음집 성격의 책이었다. 기존에 번역되어진 것을 얄팍한 상술로 재구성 한것이 아니었고, 예상 외로 책이 두툼하여 (500페이지) 나는 주먹을 꼭 쥐며,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빼어나게 멋진 책의 외양

책의 장정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무도 말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지만, 이 이야긴 꼭 해야겠다. 간명하게 말해서 책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

거리를 걸어 갈 때 사람들의 고개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 책이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렇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좋다. (하루키의 다른 책들이 보면) 질투가 날 정도로 예쁘다.(책에 눈이 있다면 이런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하루키의 많은 책들(대부분의 영문판 포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의 압도적 존재감이다.

호들갑을 떨며 이야기하자면, 함께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소유욕을 들끓게 만든다고나 할까?

결국 책의 장정이란 덤일 뿐이고, 중요한것은 내용,이라는 해묵은 표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출중한 외모이다.

와다 마코토가 그린 회색 쥐와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깜장 토끼가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 구멍 안에 있어서, 독자가 그걸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컨셉.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가차없이 주문 버튼을 누르지 않고는, 견딜수 없을 정도로 재밌어 보였다. 구매를 거부하기 힘들다.

그리고 한가지 더! 출판사의 혁신적인 시도에 대해 말하고 싶다. 구멍을 뚫어 입체감을 준 것 뿐만아니라, 뒷부분의 100페이지 정도를 다른 질감의 초록색 종이로 만든 점은 상찬받아 마땅하다.(겉표지인 주황색과 보색관계인 초록이 매우 돋보인다.)

책의 장정과 활자, 종이 색깔, 띠지 붙이는 법,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신경쓰고 주문하는 까탈스럽고 깐깐한 하루키조차(일러스트레이션 1984년 2월호, 인터뷰) 분.명. 이 한국판 번역의 결과물에 만족스러워 했을 것 같다.

 

 

메인보컬 하루키 (feat.와다 마코도 & 안자이 미즈마루)

아무튼 책이 쉽게 망가질수도 있다는 결함을 제외하면, 다른 만듦새는 아주 맘에 들었다. 욱씬거리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일본 원서의 표지도 보았다. 원서에도 와다 마코도씨와 안자이 미즈마루씨가 그린 귀여운 회색쥐와 깜장토끼가 있었다. 출판사측에서 바꿔서 만들수도 있었겠지만, 원서의 이 귀여운 이미지를 살려 국내 표지에도 정한 것은 매우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이 두사람의 존재는 이 책 [잡문집]에선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두사람이 이 책의 하중을 떠 받고 있는 두개의 큰 기둥이라고까지 말할 순 없겠지만, 생략해서는 안될 중요한 조력자 같은 존재라는 거.( 이 책을 음반으로 비유하자면, 하루키가 메인 보컬이고, 이 둘은 피처링을 맡았다고나 할까.)

사실 와다 마코도와 안자이 미즈마루..이 두 이름은, 하루키의 책을 쭉 읽어왔던 독자들은 자신의 벨소리만큼이나 친숙한 울림이 있는 이름들이다.

실제로 책 말미에 회색쥐와 깜장 토끼라는 제목이 붙은(해설 대담 안자이 미즈마루 X 와다 마코토)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주 친한 친구들이 나와 하루키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들추는 토크쇼의 만담같다는 느낌을 주는 글이었다.

이 글을 통해서 꽤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 가령, 안자이 미즈마루의 본명이 '와타나베 노보루'라는 사실. (몰랐었다.)

와타나베라는 이름은, [노르웨이의 숲]의 남자주인공 이름이기도 하고, [패밀리 어페어]라는 단편에서 여동생의 남자친구 이름이 '와타나베 노보루'였고, [밤의 원숭이]라는 작품집에 [연필깎이]와 [문어]라는 작품에도 '와타나베 노보루'가 나온다. [태엽감는 새]에서 주인공 아내의 오빠로 나오는 '와타야 노보루'도 이 이름에서 변주되어 진 것이다. 하루키가 집착하고 있는 이 이름이 사실, 안자이 미즈마루의 본명과 그들의 우정에서 연유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이밖에도 1Q84의 여자 주인공인 '아오마메'라는 이름의 탄생비화도 이 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을 수가 있는데, 이런 것이야말로 하루키 팬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이라, 너무 흥미진진했다. 이것은 이 책이 갖고 있는 재미의 한 작은 예일 뿐이다. 하루키의 팬이라면, 이 책의 재미는 캐내도 캐내도 끝이 없을 것이다. 재미의 매장량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매장량 수준을 육박한다고나 할까. 나는 수많은 크릴새우 떼속에 뛰어든 혹등고래처럼 신이나서 그 재미를 마구 흡입했다.

 

기존 하루키 팬들에겐 더할나위 없는 선물

이렇듯 신이 나서 이 책을 읽은 것은, 하루키의 작품들은 내 책읽기의 원점이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고, 균형이 일그러지 않도록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골고루 읽었지만, 하루키와 관련된 책이 나오면 주저없이 지갑을 여는 버릇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펭귄의 몸이 추운 남극에 적응하도록 특화되고, 진화되었듯이, 나의 독서방향도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과 음악들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어 진화되어 갔던 셈이다. 재즈나 스티븐 킹은 하루키를 알기 전부터 원래 좋아했었지만, 레이먼드 챈들러의 전집을 읽거나,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카버, 샐린저,리처드 브라우티건을 찾아 읽은 것은 전적으로 하루키에게 빚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되면, 이 책은 더이상 단순한 하루키 세계로 여행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내 안에서 하루키와 나눈 문화적 동질성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밑줄 긋기 하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다시 말하자면, 평소 하루키를 즐겨읽던 독자들에게 이책은 그의 세계인식과 현실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의 조화로운 문학적 성취에 대한 후일담을 만나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겠고, 하루키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편리한 출발점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나침반 삼아 하루키와 그가 소개하는 작품들로 나아갈 수 있을런지 모른다. (이렇게 쓰고, 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뭔가 개운치 않다.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을 순 있겠지만, 역시 재미에 대한 손해를 상당부분 감수해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여야 겠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지니고 있는 깊이와 넓이 만큼으로 밖에는 세상을 바라볼수 없는 법이라서, 하루키의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가 이 책의 미덕을 얼마만큼 발견할 수 있을까,하고 쓸데 없는 걱정이 생긴다. 가령, 이 책에 실린 '토니 타키타니를 위한 코멘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인 '토니 타키타니'를 읽은 독자와 읽지 않은 독자가 느끼는 재미의 양과 질은 아무래도 다르지 않을까.

 

 

하루키가 좋아한 작가들 그리고 번역

하루키가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에서 "[위대한 개츠비] 를 세번 읽는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라고 나가사와의 말을 빌려 스콧 피츠 제럴드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드러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그간 각종 수필집에서 지칠 줄 모르고 보여주었던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이 책에서도 볼 수 있는데, '스콧 피츠제럴드'와 '기량 있는 소설'이 바로 그것이다. 하루키에게 있어서 피츠 제럴드는 '독자'와 '책'의 만남보다는 '두 사람'의 만남처럼 운명적 해후였다고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는데, 그런 전후 사정을 알기에 그가 이 책에서 그에 대해 들려주는 목소리에는 유달리 힘이 실려있다.

피츠제럴드 뿐 아니라, 그의 책 전반에 편재해 있는 하루키가 사랑한 작가들(J.D.샐린저,레이먼드 챈들러,레이먼드 카버,스티븐 킹,폴 오스터등)에 대해 읽는 것을 나는 즐기는데, 그것은 그 글은 하루키만이 쓸 수 있는 타입의 글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얄팍한 지식에서 나오는 평론과 해설이 아니다. 아주 깊이 들어갔다 나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력과 분명한 관점을 보장해준다. 예전에' 집사재'에서 출판한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시리즈를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책의 말미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레이먼드 카버의 해설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지역을 아주 잘아는 유능한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 책 [잡문집]의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에는 예의 하루키의 애정이 짙게 착색된 작가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급 번역가로서 그가 번역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수차례 반복해서 읽었다. 하루키에게 있어서 명번역이란 '매우 뛰어난 하나의 대응'이라는 의미이며 '유일무이한 완벽한 번역이란 원칙적으로 있을 수도 없으며, 그런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는 작품에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며 잘라 말하고있다. "고전이란 불릴만한 작품에는 몇가지 대안이 필요하며, 양질의 몇 가지 선택지가 존재해 다양한 측면에서 집적하여 오리지널 텍스트의 본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게하는 것이 번역의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고 밝히고 있다.

 

 

총평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하루키의 글답게 지독하게 공감되는 비유들이 범람한다. 글의 수준도 수상소감이나, 책의 번역문 서문들이라 공들여 써서 고르게 균질성을 성취하고 있다. 예루살렘상 수상 수락에 대해 국내외 비난 여론이 들끌었던 시절 진땀 흘리며 썼을, 어찌보면 자기 방어적인 느낌이 많이 나는, '예루살렘 수상 인사말' 처럼 하루키의 팬이라면 놓칠수 없는 글들도 내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조금은 편향적이고 전문적인 [재즈의 초상]이나 [또하나의 재즈 에세이],[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보다는 덜 딱딱하지만, [무라카미 라디오]나 [작지만 확실한 행복]류의 가벼운 에세이보다는 덜 부드러운 글들을 담고 있다.

(내심 기대했던) 미수록 단편소설은 아주 짧아서, 단편이라기 보다는 '손바닥 장(掌)'자를 쓰는,장편(掌篇)이라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듯 싶은데, 원래 작품집 [밤의 거미원숭이]에 올려 놓으려다 뺀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이런 소설류의 정수는,하루키의 독특한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짧은 픽션집 [밤의 거미원숭이]내에 더 괜찮은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독자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 글이 하루키의 팬으로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에 함몰되어 총제적 인식으로부터 멀어진 글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다. 뭐 반박의 여지는 없지만, 적어도 급조된 관심으로 쓴 것이 아니란 사실만은 말하고 싶다.

1979년부터 2010년까지 하루키에게 있어서 나름 중요한 순간에 썼던 글들의 모음집. 작가나 출판사나 정성을 다했다는 느낌이 드는 책.

기존 하루키의 팬들은, 마치 오랫동안 좋아하며 들어왔던 가수의 콘서트장에서 친숙한 노래들을 마음껏 듣는 기분이 들것이다.

이 책의 등장에 가벼운 흥분으로 맥박이 빨라진 하루키의 팬들이 분명 여럿 있었을 것이다.

하루키의 팬이고 아니고를 떠나, 이런 책을 사기위해 줄을 서서 오래도록 기다린다해도 (설마 그런일은 없겠지만) 나는 별로 억울하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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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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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을 읽다

 

많은 사람들이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The Snowman)]은 겨울이 가기 전에 국내에 출간 되어야한다며 재촉했었고 나도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 중 한명이었다. 그런데 ,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겨울철에 나오면 더 괜찮겠지만 (운좋게도 2월 말경에 나왔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을 듯 싶다. 왜냐하면 이런 일급 작품은 계절을 타지 않기때문이다. 책이 선풍기나, 어그부츠 같은 계절 상품은 아니지 않은가. 실제로 이 작품은 노르웨이에서도 '여름'이라 할 수 있는 2007년 6월에 공개되었고,(출판사는 꼭 Snowman이란 제목을 붙여야 하냐며 불평아닌 불평을 했다는 후문이다.) 얼마되지 않아 노르웨이에서 가장 빠르게 팔리는 책으로 판명되었다.

또 혹자는 매력적인 홀레 형사가 등장하는 이 "해리 홀레(Harry Hole) 시리즈"가 순서대로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이 작품 (이것은 홀레시리즈의 일곱번째 작품)을 그냥 스탠드얼론으로 생각하고 읽어도 별 무리가 없을 듯 싶을정도로 독립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시리즈의 이전 내용을 몰라도 큰 지장없이 읽힌다.

네스뵈의 홀레 시리즈가 영어 번역될 때 시리즈의 첫번째부터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첫번째[배트 맨(The Bat man)]과 두번째 [바퀴벌레(The Cockroaches)]가 각각 호주와 태국의 해리 홀레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노르웨이가 아닌 이국에서 활약하는 노르웨이 형사를 그리고 있어 작가 스스로도 외국에 첫번째 소개작으로는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했던 거다. 노르웨이 작가로서 노르웨이의 이야기로 매력을 뿜어내고 싶었던 것이랄까. 아무리 좋게 보아도 노르웨이인의 시각으로 호주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1번타자가 되는 것이 영 께름칙했을 듯 하다. 게다가 시리즈의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작품에 첫번째, 두번째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작가 스스로가 스포일러가 되는 것을 매우 싫어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시겠지만) 다섯번째 작품 [악마의 별]부터 출간하는 조건으로 판권을 팔게된다. [악마의 별 (The Devil's Star)]이 네스뵈의 영국 공습을 위한 첫번째로 선택된 이유는 작품자체의 질이 높았기도 했지만, 세번째 작품인 [개똥지빠귀(The Redbreast)]의 내용이 다소 무거운 감이 있어 처음으로 해리 홀레를 시작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국내도 해리 홀레 시리즈의 순서대로 나오지 않고, 일곱번째인 [스노우맨]부터 출간되었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한 이유들이 그 중 하나 일 수 있겠다. ) 그러나 홀레시리즈가 영국 내에서 자리를 잡고 있고, 폭발적인기를 얻고 있어서 영국 출판사 Harvill Secker(Random House in UK)는 올해(2012년) 10월과 내년에 첫번째와 두번째 시리즈를 출간하기로 결정했다고한다. 다만 노르웨이어 원제목 [배트맨]과 [바퀴벌레]는 다른 이름으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한다.

이렇게 남의 나라 번역에 대해 구구절절 길게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어떤 사람에겐 이 출간소식이 프란체스코 수도회와 베네딕투스 수도회의 차이만큼이나 어찌되건 상관없는 관심밖의 이야기겠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이미 홀레 형사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로서는 벌써부터 다른 작품이 번역되기를 고대하게 되었기때문이다. 뛰어난 작품이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나에게는 미미한 위성요소에 불과했던 이 노르웨이 작가의 [홀레 시리즈]를 읽고 싶어서 안달이 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첫번째로 영국에 소개된 The Devil's Star도 읽고 싶고,작가가 개인적으로 아낀다는 The Redbreast도 하루빨리 읽고 싶은 국내 독자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가 노르웨이말을 모국어로 쓰는 관계로, 일단 영어번역이 되어야 국내번역이 좀더 용이해 질거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지 않은가.)

 

 

 

 

영상같은 소설 그리고 영화화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을 처음 만났던 것은 작년에 우연히 보게 된 책 홍보를 위한 북 트레일러 영상에서였고, 그땐 작가 이름보다는 인상적인 영상이 우선 파란 감자처럼 내 머릿속에 박혔었다.

[한 어린 소년이 한밤중에서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곧 자신의 엄마가 집에서 사라졌다 것을 알게된다. 엄마를 찾으러 내려가면서 그는 계단에 젖은 발자국을 발견한다. 두려운 마음을 갖고, 아이는 창밖을 바라본다. 소복히 눈이 쌓여있는 창밖에서 달빛을 받고 있는 눈사람을 본다. 눈사람의 검은 눈으로 침실 쪽을 쳐다보고 있다. 눈사람의 목에는 핑크색 스카프가 둘러져있다. 그 스카프는 자신이 선물했던 엄마것이다...]

이런 분위기로 시작하는 영상은 짧지만, 거역할 수 없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영화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런 분위기라면, 영화화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영화화 결정이 났다고 한다.

책을 읽은 독자는 느끼겠지만, 네스뵈의 이 소설은 영화같은 장면전환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더더욱 영화로 만들면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독자를 굉장히 궁금하게 만드는 장면에서 챕터가 끝나버리고, 과감한 생략 후 다음장면으로 연결된다. 가령, 희생자를 죽이려고 하는 연쇄살인마가 "자,이제 시작할까?"라고 말한후 그 다음에 해리 홀레가 희생자의 목을 눈사람과 함께 발견하는 장면이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이런 스타일이 영화에서의 편집처럼 빠른 속도감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만 여겼는데, 잔인한 장면묘사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방식은 네스뵈의 의도이다. 잔인한 나머지 장면은, 독자 자신의 공포로 채워 넣길 저자는 기대한다. "상상력이 내달리도록 하면, 공포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덮은 후에도 공포와 불안의 잔향이 저항하기 힘든 거대한 졸음처럼 독자를 엄습한다. 불가항력이다.

 

소설과 비교해서 영화가 너무 강한 매체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해리 홀레시리즈를 영화화하는 것에 주저했던 요 네스뵈는 마침내, 홀레 시리즈의 영화화를 허락하게 되었다. 책으로 상상하는 해리 홀레는 수백만명 이상의 모습이 될 수 있는데, 한사람으로 제한되고 고정되어 버리는 게 싫었던 것이다. 여러 영화사에서 판권을 사기위해 그에게 타진해왔었지만, 그때마다 마틴 스콜세지가 아니면 그걸 만들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식의 농담을 하면서 거절했다고 하는데, 말이 씨가 되었는지, 결국 마틴 스콜세지가 그의 작품에 감독을 맡게 되었다.

영화화가 되어도 이 소설 고유의 매력은 따라갈 수 없을 듯 싶다. 판권을 팔때 꼭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허락했기때문이다. [스노우맨]이란 작품의 묘한 아우라는 7할이상이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에 기인한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휘발되어 버리면,무지방 우유로 만든 카페라떼처럼 위화감있을 듯 싶다.(아,맛이없다) 그러나 셔터 아일랜드 이후로 다시한번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콜라보레이션을 스릴러에서 보고 싶은 영화팬들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뜬금없이 러시아 인형 마트로쉬카를 사진에 넣은 이유는, 일단 이 인형이 눈사람 형태를 닮았다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작품 안에 숨겨진 무엇인가가 계속해서 나온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 반전의 반전이 반복된다는 뜻이기도 하고.흠흠.)

 

다채로운 이력과 핍진성

 

저널리스트, 주식 중개인, 축구 선수, 저인망 어선 어부, 택시 운전사(비록 본인은 형편없는 택시기사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록밴드의 리더이자 작곡가등의 다양한 이력은 그의 소설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핍진성을 획득하게 만들고 있다. 핍진성을 '진짜와 같은 정도'로 보았을 때, 경험에서 비롯된 글쓰기는 상당히 그럴듯한 개연성을 성취할 수 있다.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서 많은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여 세밀한 사실성을 부여해야하는 것이 소설(fiction)의 기본이라면, 그의 다양한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되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콘서트 장면이라든가, 다양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그가 갖고 있는 록밴드의 경험에 의해서 상당한 설득력과 권위를 갖게 만든다.(여담인데, '음악이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해준다'고 믿는 네스뵈.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은 다른 해리 홀레 시리즈에서도 두드러진다고 한다. )

정식 작가수업을 받은 것도 아니고, 다소 뒤늦은 나이(37세)에 데뷔를 한 후에도 식지않는 필력을 왕성하게 보여주는 것도, 그가 갖고 있는 재능도 재능이지만, 이러한 원체험에서 길어올리는 양이 상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인터뷰에서 요 네스뵈는 소위, '글길 막힘'(writer’s block-작가들이 글을 쓸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애를 먹는 상황)을 한번도 경험해 본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600페이지가 넘는 이번 작품에서 그의 말이 결코 허세나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두께가 두꺼워질 수록, 서사의 흐름과 무관하게 설정된 디테일을 남발하게마련인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심지어 압축적인 밀도의 매력까지(이건 단편의 특징아닌가!)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은 사람은 알겠지만, 희생자들 모두 비밀을 품고있고, 그 비밀이 풀려지는 것만을 즐겨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인데, 그것에 더하여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건전개에 독자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소중한 눈 보호법 리스트 중에 '1시간 독서후에는 10분간 눈에 휴식을 주세요'라는 말이 있다. 이 문구를 무색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눈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그 10분을 쉴수가 없었음을 고백한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주인공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하는데, (전작을 모두 읽지 못했지만) 시리즈가 계속 인기를 얻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요 네스뵈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해리 홀레를 매우 개성적이고 공감가는 인물로 만들었음을 방증하는 듯 보인다.

밟을 수록 단단해지는 눈처럼, 그 캐릭터는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단단하게 구축되고 진화 되었을 것이다.

몇몇 독자들은, 해리 홀레가 마이클 코넬리가 탄생시킨 '해리 보슈(Harry Bosch)'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름도 똑같다. 1970년대에 노르웨이에선 옷을 어떻게 입는지 몰라서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입는 시골 촌뜨기를 'Harry'라고 불렀다고 하는데,요 뇌스베가 주인공 이름을 해리라는 진부한 이름으로 지은 이유는 그것이 평범하고 촌스럽기에 주인공에게 어떤 독특한 캐릭터를 부여하기 때문이라고한다. 내생각으론 맡은 사건에 대해 근성을 갖고 맹렬히 추격하는 열정이나, 내적 결핍을 지녔고, 타자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고독한 형사 이미지의 공통점이 홀레와 보슈를 같은 괄호안에 집어 넣으려는 이유일 듯 싶다.

알콜 중독자이자 일 중독자인 홀레형사. 중독이란 결국 외로움의 증거이고, 외로움이란 결핍에서 기인한다.강인하고 냉철하지만 다소 자기비하적이고, 분노를 머금은 이런 쓸쓸하고 인간적인 이미지가 독자를 끌어당긴다. 홀레는 특히 모순적인 양면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에서 해리보슈와 차별화 된다. 그것은 디즈니 캐릭터 플루토와 구피의 차이 만큼이나 큰 차이다. (둘다 비슷한 느낌의 강아지 캐릭터이지만, 플루토는 말을 못한다)

모순으로 가득찬 인물인 홀레 형사.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우리는 매료된다.

네스뵈가 자신의 창조물인 해리 홀레에 대해 " 매우 시니컬하면서도 로맨틱한 사람이다. 법체계를 믿고 그것의 옹호자이기에 그는 범죄자를 사냥한다. 한편 그는 반항자이기도 하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는 점점더 그가 쫓는 사람들과 닮아갔다. 홀레는 어두움쪽으로 표류하는 중이다. 여러측면에서 그 자신도 범죄자이다. "라고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p.135에 등장하는 "안돼 말려들지마.악은 존재가 아니야. 날 차지 할 수 없어. 오히려 그 반대지. 악은 텅빈 공간. 선의 부재야. 지금 내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대상은 나 자신이야."라는 홀레의 말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그래픽 소설인, Sin City에서 Frank Miller가 창조한 선과 악의 투쟁이라는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는데, 그것에 매료된 네스뵈는 이처럼 해리 홀레 내면에서 선과 악의 분투를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숨을 쉬던 구멍은 총신이 아니라 숫자 8이었다. 밑에 있는 동그라미는 크고, 위의 동그라미는 작은 8.

밑의 커다란 원과 위의 작은 원.p.270

해리는 담배연기로 된 작은 원이 큰 원을 따라잡아 8모양이 되는 걸 바라보았다.p.315 )

*말할 것도 없이 8은 눈사람의 모양.

 

 

왜 눈사람인가?

 

눈사람이 겨울을 상징해서, 추운 노르웨이의 분위기를 보여주기에 적합하다는 일차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이렇게만 독해하면 좀 진부하다), 요 네스뵈는 좀더 다층적인 이유로 스노우맨을 이용한듯 싶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녹아 무너져버리는 눈사람은 유전병에 의해 시시각각 무너져 내리는 육체 대한 알레고리로도 읽힐 수 있고, 눈사람 만들기를 겨울철 눈온뒤에 함께하는 '가족행사'로 보았을 때 그 무너짐은 혼외정사로 인해 붕괴되는 평화로운 가정을 상징할 수도 있다. 아니면, 만들어지기만 하고 그냥 방치되어 내버려지는 것이 특징인 눈사람은 외도로 인해 태어난 후, 애정결핍 속에서 크는 아이들을 표상할 수도 있다. 어쩌면, 요 네스뵈는 (그가 이 책 어딘가에서 해리 홀레의 입을 빌어 말하는) "선의 부재로서의 악( an absence of goodness)에 대한 매개물로 눈사람을 조각해냈는지도 모른다. 녹아 없어져 사라지기에 그가 말하는 "악은 존재가 아니며 텅빈 공간과 같은 것(a void)"과도 잘 부합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던 것은 언제였나? 어렸을 적 이후로 만들지 않아, 이제는 아삼아삼하기만 한데,눈사람은 어쨌거나 어린아이들에게 친근하고도 무해한 존재였다. 그러나 여기 동심파괴 수준의 눈사람이 있다. 가위눌림이 걱정 될 정도로 두려운 악의 상징으로서의 스노우맨이다.

친근한 것들이 돌연 두려운 존재로 변이를 할때, 인간의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가령 다정한 엄마가 사실은 호랑이었다는 해와 달의 이야기처럼!) 공기처럼 익숙하게 누려온 것을 생소하고 섬뜩한 존재로 탈바꿈시키면서, 눈사람을 전복적으로 재조명한 요 네스뵈의 시도가 참신하다.

 

 

 

책 장정에 대해

 

영국의 Harvill Secker (Random House in UK)에서 번역 출간된 네스뵈의 소설 커버를 구경한 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8권중 5권이 눈덮인 산속을 걷는 남자이거나, 눈이내리는 장면이 들어있을 정도로 천편일률 적이다. 그건 조금 식상하다고나 할까. 출판사측은 눈내리는 노르웨이의 춥고 스산한 겨울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 스노우 맨도 이팝나무 꽃처럼 하얗게 눈이 쏟아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요 네스뵈는 '외계행성의 무적함대처럼' 쏟아진다고 표현했지만) 추운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눈은 원심 분리하기 힘든 상징적인 존재인듯. 역시나 이번에 국내 출간된 스노우맨 역시 표지에 눈이 등장한다. 하지만 비채 출판사는 예상과는 달리 미시적인 존재로서의 눈(雪)을 표현해냈다. 그점, 각별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평생을 눈결정체를 찍는 일에 바쳐서 스노우맨이란 별명을 가진 윌슨 벤틀리도 이 장정을 보았다면, 분명 흐믓해 했을테고, 책 장정에 이끌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처음으로 읽어달라고 졸랐던 어린 날의 요 네스뵈도 이 책을 보았다면, 그의 첫번째 리스트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눈결정체 모형사진과 눈(물)방울 사진은 영등포 타임 스퀘어에서 찍은 것)

 

 

 

총평

이런 부류의 책이 갖는 큰 골격이 비밀과 폭로라면, 그 둘 사이에 내용을 적절하게 채워 넣어 독자를 긴장과 두려움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요 네스뵈. 어린시절부터 형제들과 친구들에게 귀신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던 아이였다는 작가는 성공적으로 그의 특기를 이 책에서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는 독자를 솜씨좋게 쥐락펴락한다. 몇번의 크고 작은 반전이 책의 곳곳에 눈사람처럼 웅크린채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인양 끝까지 입을 다물어야 하겠지만, 이 책이 빠른 호흡을 갖고 있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드는 미덕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장르문학에 대해 문을 걸어 닫고, 합판을 정면에 못질해 둘 정도로 배타적인 이분법(순수/장르)을 가진 완고한 독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이 책은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심지어 장르소설은 결국 '도피의 문학'이고 '표현의 문학'은 아니라는 편견을(이 논란에 대해 챈들러가 그 옛날에 쓴 [심플 아트 오브 머더]에도 등장하는걸 보고 이것의 뿌리깊음에 놀랐었다) 가지고 있는 독자라 할지라도, 마음을 바꿔 매료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하물며 기실 요즘 문학계는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지워지고 있지 않은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서가에 꽂은 이후에도 한동한 자율신경계의 출렁거림을 느끼는 귀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장르소설에 대한 경험치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털세움근이 수축하여 소름이 돋는 독자도 있을것이다), 바로 이 책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초일류 크라임 스릴러를 통해 노르웨이를 방문할 수 있는 여권을 발급해준 요 뇌스베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끝으로, 이젠 Harvill Secker 출판사가 발간할때마다 책표지에 박아넣었던 '제 2의 스티그 라르손'이란 딱지는 더 이상 필요없을 듯 싶다. 요 네스뵈 (Jo Nesbo), 그 이름 자체로도 훌륭한 브랜드가 된 듯 보인다. 그의 책 헤드헌터(Head Hunter)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평판(reputation)"을 이제 그가 세계적으로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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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4-1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리뷰도, 사진도 멋져요.
마치 사진작가가 찍은듯한 사진들인걸요!

에세르 2012-04-29 00:44   좋아요 0 | URL
앗,댓글을 지금 보았네요~(한동안 블로그 신경못썼는데, 이제 좀 신경좀 쓰려구요!)좋은 말씀감사드려요~ 사진작가는 언감생심이구요~ㅠ 더욱 노력해야겠지요..ㅋ

즐건독서 2012-04-1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기대하고 봐서 그런지 100점만점에 85점 정도 주고 싶네요. 인물들의 이름이 나름 자주 접하는게 아니라 헷갈리기도 했지만.. 글구 왜 나는 범인이라고 첨 찍으면 그 사람이 범인일까요? 이것도 학습 효과인가봐요.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이런류 좋아하시는 분은 보셔야 할듯..

에세르 2012-04-29 00:46   좋아요 0 | URL
너무 기대치가 높으면, 만족하기 힘들더라구요. 아주 기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85점정도라면, 꽤 높네요!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육감이 발달한 노련한 독자들이라면 범인을 맞추실 수 있을듯 싶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nude 2013-09-2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계시네요. 놀랍게 읽었습니다.
스노우맨의 책 머리에 '시르스텐 함메르볼 네스뵈에게 바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혹시 표기된 사람이 요 네스뵈 작가와 어떤 관계인지 아시나요?
궁금해서 찾아 보았지만 답을 찾지 못해 문의 드려 봅니다.
 
숨은 강 - 판타스틱 픽션 BLACK 1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4
마이클 코리타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숨은강(So cold the river)에 빠지다

유령이나 귀신, 초자연적인 영기나 혼, 초능력따위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마이클 코리타의 [숨은강]을 읽는다면, 움츠려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 어딘가에 씌여있는 '난 미신을 믿지 않는다. 그래도 어두워진 후에 공동묘지를 지나고 싶지는 않구나'. (p.193)라는 언명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책을 덮었지만, 나는 아직 토네이도가 한바탕 휩쓸고간 웨스트바덴 마을에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악몽같은 후반부는 뼈가 얼얼할 정도의 파워로 독자를 몰아부친 느낌이다. 숨도 쉬기 힘들정도의 압도적인 공세.

잠들어있는 모든 혼을 깨울것 같은 거센 바람의 포효 소리가 귓속의 달팽이관을 뒤흔든다.

여진(餘震).

마음 속에선 희석되지 않는 공포때문에 진동이 여러 차례 계속된다. 동공은 커지고 맥박은 빨라진다.

[숨은강]은 이성적 설명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미지의 것에 대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이 바로 공포라는 점에서 공포소설의 본령에 충실하다. 읽어본 독자는 알겠지만,이 작품은 품격을 잃지않는 공포물이다. 시종 무거움과 어둠으로 착색된 분위기가 고전적인 고딕스타일에 가까운 공포감을 준다. 탐정소설을 썼던 코리타는 단순하고 움직임이 빠른 능률적인 문체를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 문체의 미덕때문인지 (물론 그 문체 때문만은 아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 이런저런 다른 생각이 틈입할 새 없이 빠르게 넘어간다.(지나치게 재주를 피우지 않고, 불필요한 말을 생략한, 군더더기 없는 메마른 문체는 작가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는 'Paranormal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스릴러' 의 선례가 될 수 있겠다. 뒷통수를 치는 반전없이 정면승부하는 묵직한 돌직구같은 공포소설이랄까.

대부분의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공포의 제왕이라 불리우는 스티븐 킹이 자주 보여주었던 풍경과 지형, 그리고 분위기를 떠올리게 될것 같다.공포소설을 쓰면서 킹의 자장(磁場)을 벗어나긴 힘들다. 혹자는 이 소설이 호텔을 배경로 하고 있고 환각에 대한 설정때문에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연상시킨다고 했지만, 나는 소설의 속도감,리듬감 그리고 분위기에서 몇년 전에 스티븐 킹이 초심으로 돌아가 썼다는 [듀마키]를 떠올렸다. (코리타 스스로도 스티븐킹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는다. 서스펜스 소설을 쓰면서 킹에게 영향받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헛소리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특히 킹이 쓴 글쓰기에 관한 책 [On Writing(유혹하는 글쓰기)]이 그의 교과서였으며, 여름에 읽을 최고의 책으로 킹의 [Bag of Bones(자루 속의 뼈)]라고 밝히기도 했다.)

 

 

작가 스스로가 망설였던 전환기적 작품

[숨은 강]은 영미권 스릴러 대가들이 높이 평가하는 작품이기에 읽고 싶기도 했지만, 코리타가 기존의 출판사(St. Martin's Press)와 결별하고 새 출판사(Little, Brown)로 옮기면서까지 고집했던 책이기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링컨 페리 시리즈를 쭉 내왔던 St. Martin Press와 헤어진 이유는 출판사측이 코리타가 전통적인 크라임 소설의 영역내에서 글쓰기를 원했지만, 코리타는 자신에게 편안하고 안온한 분야인 탐정소설 외에 다른 쪽 (초자연적 공포물)으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서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리타는 초자연적 공포물에 대해 관대한 Little, Brown 출판사와 차기 작품 5권을 계약하게 되었는데, [숨은강]이후에 나온 [The Cypress House]와 [The Ridge] 모두 공포물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 [숨은강]은 스타일이 이전 작품과는 달라서 자신의 경력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작가 스스로도 걱정이 앞섰던 작품이었다. 심지어 가명(필명)을 사용하여 출판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마치 아가사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마코트'라는 필명으로 6권의 로맨스 소설을 썼듯이!)

링컨 페리(Lincoln Perry) 시리즈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다가, 기존 팬들이 그의 새로운 스타일에 마뜩치 않아 할수 있기에 적잖게 망설여야 했음에 틀림없다. (먼저 썼던 최초의 스탠드얼론인 [Envy the Night]은 그래도 크라임 소설이었지만, [숨은강]은 초자연적 호러물로 180도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스타일의 변화는 마이클 조던이 농구가 아닌 야구를 하겠다고 했을 때만큼이나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고 걱정하게 만들었다고 할까.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이 작품은 코리타의 경력을 더욱 빛나게 해준 작품이 되었던 것이다.

Philip Kerr라는 작가는 "시리즈 작가들은 언제 멈춰야할지 모른다,며"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시리즈를 너무 많이 쓴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코리타는 과감하게 링컨 페리 시리즈를 잠정 중단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는데도 다른 방식을 찾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면에서 그의 행보는 데니스 루헤인이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살인자들의 섬]을 출판했을 때와 비교되기도 한다.( 한 인터뷰에서 코리타는 데니스 루헤인이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한가지 스타일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루헤인의 용기를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리타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된 작품이 데니스 루헤인의 [가라, 아이야 가라(1998)]였으며, 심지어 데니스 루헤인의 워크샵 강좌에 학생으로 강의를 들은 경험도 있다고 하니,루헤인이야말로 그에게 많은 자양분을 제공한 듯 싶다. )

 

영감

Joshua Bell과 Edgar Meyer(작곡)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곡 "Short Trip Home".

이 곡은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에게 욕조에서 흘러넘치는 물처럼, 코리타에게 엄청난 영감을 가져다 주었다.

("Short trip Home"..제목도 의미심장하다. 15장에서 조시아가 꾸는 꿈속에서 노인이 "고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여러차례 강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음악을 들으며 (특히 같은 트랙을 반복해서) 글 쓰는 것이 버릇이라는 코리타는 이 바이올린 곡으로부터 [숨은 강]의 스토리텔링 감을 자극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음악이 어떤 이야기를 필요한다고 느꼈기에 이 작품을 썼으며, 이 작품을 쓰면서 수천번을 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음악을 찾아보았고, 처연하고 구슬픈 바이올린 멜로디를 들으면서, 바이올린 연주이야기가 나오는 9장과 27장, 30장을 다시 읽어보았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그를 품에 안아들고 터널을 지나 의식세계로 안내했다. 아름답고 편안한 노래였다. 음악이 잦아들면서는 너무도 슬퍼졌다. 음악을 보내기가 싫었다.(27장/p.214)" 이 글 그대로다. 과거를 초대하는 선율.

코리타는 특히 '9장-시간이 흐른 뒤에'와 30장 -만가(輓歌)'에서 눈을 감고 죽은 사람을 위한 바이올린 곡을 연주하는 소년의 음산한 이미지를 이 음악을 듣고 떠올렸다.(이 음악을 듣고 떠오른 이미지를 고스란히 쓴 부분이 30장(만가)이니,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음미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캠밸 브래드포드의 뒷이야기들 전부가 이 노래로 부터 나온 이미지에 빚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작가가 밝히고 있을정도로 이 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담인데, Joshua Bell과 Edgar Meyer 모두 코리타의 인디애나 대학 동문이다.)

 

주인공

주인공 에릭 쇼는 한물간 헐리우드의 카메라 감독이라 이제는 장례식 비디오를 촬영하는 인물이지만, 초감각적 인식능력을 가진사람이다. 과학과 이성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직관과 무의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한 사람. 이른바 '밤의 눈'으로 '낮의 해'를 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사진을 보고 사진의 장소가 사진속 인물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장소일거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아내거나, 자동차를 구매하기 전에 끔찍한 자동차 사고가 일어날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는 것처럼 설명하기 힘든 초자연적 현상을 겪는 인물이다.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으로 이성적 생각의 눈을 해제하고, 초감각 경험의 눈으로 접속하여 사물을 볼 수 있는 인물로 상정한 것은, 이 책에 '초자연적 스릴러(supernatural thriller)'라는 타이틀을 붙일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연구를 무시하는 가장 큰 이유를 마음이 물리적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을 못하기 때문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불가해성이 공포의 불을 지피는 질료가 된다고 본다.

이 소설 내에서 적극적인 내러티브의 주체중 한명인 앤 맥키니는 날씨와 기후에 집착하는 노파로, '살아있는 과거' 같은 존재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자신을 찾아온 에릭 쇼에게 생수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과거의 재현을 느끼는 그녀는 독자에게 "너희들이 찾으려 한 건 그들의 야망이 빚어 낸 유물이다"라는 소설 도입부의 말을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코리타가 공포 소설에서 드러내고자하는 것은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방식으로 현재와 시시각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 앤 맥키니는 과거에 정보를 알려주는 저장소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기상학을 연구하여 미래(날씨)를 예측하는데 이는 그녀가 과거와 미래를 잇는 매개체로서의 은유가 덧씌워진 존재임을 암시한다.

 

배경

코리타는 초자연적 요소가 들어가는 소설을 쓸 때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을 중시한다.

독자에게 친숙하고 알고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플롯을 끌어나가는데, 이번 작품 <숨은강>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렌치리크 (French Lick)와 웨스트바덴 (West Baden) 마을을 실존하는 장소였고, 생수 사업에 대한 역사도 사실이었다. 지금은 아름다운 5성급 호텔들이 자리잡고 있는 유명한 곳이다. (코리타가 느끼기에 숨이 멎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호텔과 촌구석에 가까운 이 지역과의 이질적인 부조화는 그에게 위화감을 가져다 주었다.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있는 그 기묘한 동거. 그 이유가 신비한 치료제로서의 생수가 가져다준 명성때문인 점에 그는 주목했다. 알카포네에서 루즈벨트같은 유명인사들이 이 생수의 효능을 보고자 이 지역을 방문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배경과 역사가 작가의 상상적 도정에 초자연적인 스릴러적 요소를 부단히 심어주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실을 기반으로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초자연적인 이야기가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허황된 느낌을 상쇄해준다. 실제로 마을과 호텔을 방문했던 많은 미국독자들은 이 마을의 숨은 뒷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며 읽었다고 한다.

가령,p.144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마을에 대한 구절은 적어도 미국 독자들에겐 이 책의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켜준다.

[...플루토가 악마가 아니라, 대지와 지하에서 비롯된 부의 신이라셨어. 그래서 회사 이름을 그렇게 붙이지 않았겠어? 아버지가 흥미롭게 생각하신 신화는, 플루토가 맡은 임무가 바로 죽은 자들이 강을 건너 심판을 받기 전에 스틱스 강둑에 묶어 두는 역할이라는 부분이었지. 본질적으로 플루토는 여관주인이야. 이 마을에서 물 다음에 나타난게 뭐겠어? 여관들. 아름답고 놀라운 여관들이야."...]

총평

콜론(:)과 세미 콜론 (;) 만큼이나 비슷하게 생겨먹은 세상의 많은 공포물들 중에서 이 작품은 흰 바둑알 속의 검은 바둑알처럼 소재의 차별성이 느껴진다. 세상에, 생수가 주는 공포라니!! 초,중반부에 생수가 만들어내는 기이한 두려움을 따라가기만 해도 충분한 재미를 주는데 후반부는 보편적인 시간의 흐름을 엉클어 놓을 만큼 폭풍같은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장르 소설(장편)의 경우 후반부 진행에 비해 초반부의 긴장감이 헐거워서 서사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흔한데, [숨은강]의 경우는 초,중반에도 이완되지 않고 기복없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완급조절의 솜씨가 어지간하다고 할까.

8살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가보았던 -한때는 8대 불가사의라고 불릴 정도로 웅장했지만-폐허가 되어버린 웨스트 바덴 스프링 호텔을 작가는 잊을 수 없었고, 18년후에 이 호텔과 마을 배경으로 묵직하고 순도 높은 공포물을 창조해냈다. 모티프가 된 씨앗을 그는 세밀한 조사와 상상력으로 무럭 무럭 자라나게 했던 것이다. 단순한 일차원적 공포를 넘어서서 작가가 등장인물에 대한 따뜻하고 부드러운 시선을 작품에 심어넣은 점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가령 구원을 상징하는 듯한 앤 맥키니의 마지막 장면은 작품의 품격을 높여준 듯 느껴졌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이나 좀비, 괴물류의 으스스함에 기대어 공포감을 주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살과 피를 사방으로 튀게 만드는 발동기를 단 톱 대신에 코리타가 선택한 것은 하늘과 땅을 이어 놓은 노끈 모양의 거대한 토네이도이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이 만드는 파괴적인 공포는 그가 선택한 장르에 적합한 설정이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Lilapsophobia (토네이도에 대한 공포증) 환자가 꽤 많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선 토네이도에 대한 공포심이 대중들 마음의 밑자리에서 유통되어왔다. 그 밑바닥에 소용돌이치는 공포심을 예리한 칼날처럼 파고든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포소설의 선호도에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한 평가의 부침(浮沈)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나는 이 서늘한 작품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작가의 다른 작품인 링컨 페리 시리즈에 관한 관심이 생겼다. 다행히도 코리타가 21세의 나이에 썼던 기념비적인 데뷔작, [오늘 밤 안녕을(Tonight I Said Goodbye)]이 국내출간 되어있다. 공포물과 탐정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의 필력을 뽐내는 마이클 코리타. 공포물에서 빼어난 솜씨를 보았으니, 이제 코리타 소설의 모태가 된 탐정물에서 그의 진짜 색채를 확인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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