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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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는 구름이 가볍게 둥실 떠 있는 모습이라든지, 소파가 푹신하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커튼이 살랑이는 모습이라든지, 고양이털처럼 보드랍고 가벼운 상태를 표현한 말입니다.'라고 책의 맨 앞장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출판사 측은 푹신푹신한 느낌을 주려고 쿠션감이 느껴지는 하드커버 재질로 책 표지를 제작했습니다. (이점은 일본어 원서와도 차별성을 둔듯 합니다. 대단!)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릴적 길렀다는 집 고양이 '단쓰'와의 추억을 시적인 언어로 아름답게 써 나간 '후와 후와'.

이 작품을 위해 지인의 고양이가 저의 집을 친히 방문하여 촬영에 임해주었습니다.


고양이의 이름은 '아치'...

고양이 종은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이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걸 감안하면, 묘한 우연입니다.

'아치'의 주인은 아치가 너무 푹신푹신해서 자주 안아준다고 하는데, [후와후와]라는 제목이 연상되는 대목이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수많은 삽화를 그렸던 '안자이 미즈마루' (1942-2014).

하루키가 '이 세상에서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고 고백했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친했다고 하네요.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본명이 '와타나베 노보루'라는데, 하루키의 팬들이라면 너무도 친숙한 이름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루키의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와타나베 노보루' ;와타나베'란 이름은 바로 안자이 미즈마루씨의 본명이었던거죠. 그정도로 하루키가 애정을 품었던 친구였네요.)

이제 안자이 미즈마루씨가 고인이 되어, [후와후와]는 이 세상에 유일작으로 남은 '무라카미 하루키 &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가 만든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미즈마루씨는 이 그림책을 제작할 당시, 일러스트레이트를 의뢰받고, 매일 매일 '푹신푹신'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푹신푹신한 질감의 느낌을 더 잘 살리기 위해서 미즈마루씨는 고양이의 몸 전체를 그리기 보다는 부분적 표현을 의도적으로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림책을 넘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고양이의 꼬리나, 등, 얼굴 일부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푹신푹신한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 철저하게 그림에서  (고양이는 물론이고, 다른 사물조차도) 그림자는 배제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양이 몸의 일부만 사진에 등장시켜 푹신한 느낌을 강조했답니다.

 

'매력적인 그림이란 그저 잘 그린 그림이 아니라 역시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 아닐까요. 그런 걸 그려가고 싶습니다.' 안자이 미즈마루씨가 한 말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 이 말이 전적으로 이해됩니다. 처음엔, 이렇게 대충 그렸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볼수록 매력이 있는 미즈마루씨만의 그림입니다.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는 걸 성격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미즈마루씨의 철학이 그대로 베어있는 그림들입니다.)

 

 

  

'가르릉거리는 고양이 소리 듣는 걸 좋아한다. 가르릉가르릉 소리는 마치 멀리서 다가오는 악대처럼 점점 커진다. 조금씩 조금씩. 고양이 몸에 귀를 바싹 갖다대면, 소리는 이제 여름 끝자락의 해명처럼 쿠루룽쿠루룽하고 커다래진다. 고양이의 보드라운 배가 호흡에 맞춰 볼록해졌다가 꺼진다. 또 볼록해졌다가 꺼진다. 마치 갓 태어난 지구처럼.'..이라고 [후와후와]에서 하루키는 쓰고 있습니다.

촬영 내내 저도 고양이의 가르릉 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고양이와 방에서 촬영하면서 (이 책에 나와있는 하루키의 표현을 빌자면),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하루키가 여섯살인가 일곱 살 무렵에 '단쓰'라는 고양이를 기억하고 이 책을 썼듯이, 저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이 책을 위해 흔쾌히(?) 모델이 되어주었던 '아치'를 기억하겠지요. 가르릉거리는 소리와  따스한 온기를 품은 푹신푹신 솜털같은 고양이 털이 제일 먼저 떠오를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사랑스런 책 [후와 후와]도!

 

후와 후와는 무라카미 하루키,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의 유일무이한 그림책으로 따스한 하루키의 시적인 에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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