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장인이다 - 행복하게 일할 것인가 불행하게 노동할 것인가
장원섭 지음 / 영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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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장인이란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뛰어난 기술력과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베테랑이다. 몇 십년을 그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몸에 베여 인생의 전부를 건 사람들이 그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장인을 떠올릴 때 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일 것이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일일수록 다른 직업을 택하지 않는 한 장인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술을 연마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하고 계속 하고 싶어져야 오래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일은 그 일을 하면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이 장인 정신으로 일하기란 자기 사업체가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반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란 어렵다. 일자리가 생겨도 경쟁률이 심하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기업 문화와 위계 질서가 강한 회사생활을 못 버티고 퇴사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 문제를 청년들에게 돌리는 건 가혹한 것 같다.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2위에 오른 장시간의 노동은 저녁있는 삶을 힘들게 한다. 워라밸은 요즘 일과 삶이 분리되어 균형잡힌 생활을 원하는 뜻인데 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왜 우리 사회는 이런 최소한 것조차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어차피 회사를 다니며 일한다는 건 생계를 위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이제 밑바닥부터 경영진까지 치고 오르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한 가능성일 뿐이다. 

일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건 일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 덕분에 연장근무, 야간근무 등 시간외근로는 급여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아무리 늦게까지 일해도 1.5배의 수당을 받을 수 없다. 애초에 연봉을 그만큼 올려주는 것도 아닌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간외근로에 대한 합당한 댓가를 담보시켰다. 우리는 단지 회사에 고용되어 일할 뿐이다. 누구든 불안정한 직장에서 임금체불에 대한 걱정을 하며 일하려 할 직장인도 없고, 장시간 일한다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낄 직장인들이 있을까? 같은 일을 해도 더 나은 연봉과 복지, 대우를 받으면서 자신의 일에 회사의 성장과 함께 할 때 행복하게 일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퇴사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 직장에서 하는 일이 나를 더욱 힘들고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장인으로 인정받는 길은 힘들고 고되며,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하지만 꼭 장인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일 뿐이다. 그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선순환되는 일을 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몰입하며 일할 수 있는 일. 그래서 직장인의 삶과 장인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벗어나 회사에서도 자신의 역할이 분명하고 책임감있게 일할 수 있도록 신뢰하고, 그 열정의 노력이 충분한 보상으로 피드백이 이뤄질 때 누구나 내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 선순환이 곧 회사에 보탬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행복하게 일하려면 사회의 합의로 저녁이 있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일하고 싶어지는 일터가 될 때 노동이 불행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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