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한 인문학
이봉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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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한 것을 금기 시 했던 것도 동양보다는 서양이 더 엄격했던 것 같다. 인간에게 섹스는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안되는 금지된 놀이로 19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정조대를 사용해야 했다는 사실이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들린다. 문란한 성행위를 방지하고자 했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를 한 사례들도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롤리타>를 써서 롤리타 신드롬을 일으킨 러시아 출신 작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다. 사회적으로 금기 시 된 것을 문학으로 승화했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이다. 이 책이 재미를 주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한 주제에서 모두 다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목처럼 음란하게 들리지 않고 인문학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읽는 재미가 있으니 몰입감은 한층 더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주제일수록 음지의 영역을 만들고 폐쇄적으로 다뤄지게 된다. 공개적으로 말하면 안되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그 때문인지 성 평등 지수가 낮고 여성들의 높은 자살률과 세계 최하위의 행복 지수는 억압된 성과 성문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제대로 성을 배우지도 못했고 성을 주제로 말한다는 건 낯 부끄러운 일로 치부해 왔다. 이 책은 금기, 억압, 차별, 편견, 전복이라는 대주제로 우리가 미쳐 알지 못했던 성에 대해 왜곡되고 편견어린 시선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성에 대해서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데 전두환 정권 때 3S 사업 중 하나로 국민들의 관심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스포츠, 섹스, 스크린을 활성화시키며 이를 활성화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성 산업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폐지되었는데 그 이후로 단속이 강화되면서 윤락 업소들이 쇠락하게 되었지만 다른 이름으로 유사 성행위 업소가 단속을 피해 생겨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 음지로 갈수록 더 노골적으로 되는 것은 억압이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걸 반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문학적으로 성에 대해 다루면서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과 편견 속에서 바라봤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가정과 학교, 회사에서도 충분히 성 교육이 이뤄지고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보수적이며 유교적인 문화와 관습으로 인해 너무 감추려 들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들이 양산되는 것 같다. 적어도 콘돔과 피임약 사용법 정도는 알려줘도 될텐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과 관련된 다양한 얘기와 관점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도 이를 양성화 함으로써 건전한 성 문화와 또 다른 성 판타지의 도구로써 바라보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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