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 간서치 이덕무와 그의 벗들이 들려주는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 풍경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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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명문장가로 알려진 이덕무는 18세기 학자로서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는 그의 유고가 총망라된 <청장관전서>를 기초하여 그 책에서 실린 문장을 소개해줌과 동시에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책이다. 저자가 알아낸 바로는 저본으로 번역한 규장각 소장본과 캘리포니아 대학가 아시마 린타로로부터 사들인 소장본을 대조해본 결과 권수는 71권, 책 수가 33책에 이르는 방대하고 다종다양한 저술들이다. 영처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이덕무의 세계를 알 수 있을 뿐더러 좋은 문장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다. 


무엇하나 놓칠 수 없을만큼 대문장가이자 다독을 즐기던 이덕무 그리고 18세기 조선의 지식 혁명이 어떤 배경으로 이뤄졌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건 지식인들 사이에서 불었던 새로운 학문과 사상 그리고 지적탐구와 새로운 지식, 정보에 대한 열망이 불타올랐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명나라 이시진이 지은 의학서인 <본초강목>과 왕상진이 편찬한 <군방보>, 데라시마 료안이 1713년에 편찬한 <화한삼재도회> 등은 당시 조선 지식인들에게 신문명과 낯설고 다양한 정보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덕무는 이 책을 탐독하면서 지식 뿐만 아니라 사상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었다. 


북학파는 청나라를 오랑캐라며 업신여기는 풍조를 개탄하며 비록 오랑캐라 하더라도 부국안민의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면 스승으로 섬기고 배워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이덕무의 스승인 박지원은 북학파의 리더로서 그의 저서인 <북학의>에 그 뜻이 그대로 실려있다. 그 영향으로 인해 청나라든 왜든 배울 수 있는 건 가리지 말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지식인으로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책은 545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고 조선시대 학자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고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많은 책을 읽고 있음에도 끊임없는 탐구정신으로 많은 책을 저술했고 진정한 지식인의 풍모까지 엿볼 수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깃든 정신은 사뭇 가볍게 쓰는 요즘과 달랐다. 예전에 한창 문학에 대한 열정이 타올랐을 때 명문을 만나면 느끼는 그 희열과 감동이 느껴졌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인문학적으로 읽는 재미가 탁월했던 이 책은 책장에 두면서 틈날때마다 읽고 싶어질만큼 지적으로 충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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