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타협 미식가 - 맛의 달인 로산진의 깐깐한 미식론
기타오지 로산진 지음, 김유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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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기타오지 로산지 씨가 오늘날에 계셨다면 난무하는 먹방을 보면서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 아마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지 못하는 세태에 한숨을 쉬며 따끔한 호통을 치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지상파부터 케이블, 종편, 유튜브까지 먹방이라는 콘텐츠가 이렇게 많이 방영된 적이 있을까 싶다. 하루 종일 사람들은 먹방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경제 성장으로 웰빙 바람이 불면서 이왕이면 좋은 식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다 보니 모두 미식가가 된 듯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린다. 기타오지 로산지 씨가 생각하는 미식가는 음식을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이다. 미식가는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보니 신선한 식재료의 조리법부터 어떻게 해야 맛있게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음식 맛을 잘 보는 것뿐만 아니라 질 좋은 식재료를 어디서 구하며,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할 줄 안다.


음식의 세계는 다양하고 읽기만 해도 흥미롭다. 이 책은 저자가 76년 미식 인생을 살아오며 깨달은 미식론을 담았는데 1930년에 쓰여진 것을 감안하고 읽었지만 많은 점에서 공감이 갔다. 1장 미식가의 길 앞장에 나오는 부분이다. '단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아름답고,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삼시 세끼 맛있는 음식만 먹고, 좋아하는 음식만 먹어라. 시시한 식기로는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의지를 품고 인생을 깊게 의미 있게 살아라.' 이 말에 그의 생각이 함축되어 있다. 이왕 삼시 세끼 먹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편의점에서 값싸게 간편식을 찾아 먹는 청춘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는데 오히려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이러니하다.


최상의 음식은 텃밭에 키운 채소와 국내산 재료로 많은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재료 본연의 맛을 내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미식가의 길을 그래서 외롭다. 이미 맛에 대해 알아버렸으니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식재료에 따른 요리법을 제대로 알고 있으니 맛에 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기타오지 로산지 씨 미식론의 직실적인 말은 시원하고 통쾌한 맛이 있다. 맛에 대한 집요한 고집은 그가 어디서 무엇을 맛있게 먹었는지에 초점을 두게 된다. 맛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져 귀담아듣게 한다. 이렇게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기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찾아다녔을지 짐작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휘황찬란한 맛의 세계에 빠져든 것 같다. 그의 미식에 대한 철학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은 진정한 맛과 요리를 대하는 자세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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