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 낯선 세계에서의 익숙한 조우
채주석 지음 / 푸른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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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세계 여행을 다니는 꿈을 꾼다. 기간이 어떻게 되든 다녀온 사람들이 부러운 건 매한가지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고 하지만 낯선 세상을 보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인 것이다. 몇 년 사이에 세계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감흥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는데 <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를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여러가지 운이 따라줘서 순탄해보이는 듯한 여행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타지에서 말도 안되는 생고생을 하면서 700일간 세계를 떠돌아 다닌 것이 아닌가. 처음엔 호주 홀리데이로 큰 돈을 벌어보고자 아르바이트 해선 번 돈 100만원을 들고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힘들게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부터 좋은 복지와 말 그대로 큰 돈을 쥘 수 있는 닭공장에 취직하면서 겪은 일들.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저자는 막막했을 순간을 잘 이겨내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생긴 인연으로 호주에서 캐나다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남미로, 남미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인도로 여행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말도 제대로 떼지 못할만큼 영어 실력이 형편없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레 늘게 되었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 있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행하고 부딪히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여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몇 달간 머물고 생활하면서 보냈는데 인연이 이어지다보니 자연스레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되었다. 마치 꿈만 같은 일이다. 일생을 살면서 그런 기회가 몇 번이나 올까?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몰랐을 이야기들을 저자 입담 덕분에 간접으로나마 재미있게 엿들을 수 있었다. 돈보다는 시간이 재산이라 마음껏 여행하고 그 안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을 그 순간들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마추픽츄 정상에 올라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된 도시를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거대하고 신비스러운 자연 속으로 들어갔을 때의 감동은 여행의 큰 기쁨이다. 제주에서 한 달을 보냈을 때도 내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었다. 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한 적도 많다. 


젊음이 재산이라고 참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여행하면 돈 들어갈 일이 많을텐데 어떻게 700일을 여행할 수 있었을까? 비행기나 철도를 이용하면 교통비가 많이 들텐데 예산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지구 한 바퀴를 돌아다녀 집으로 왔을 때 모든 일들이 거짓말 같다고 한다. 지난 2년간의 세계 여행이 마치 꿈만 같단다. 큰 돈을 번 것도 아니고 180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얻은 소득은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자신감과 많은 추억들이 살아가게 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저자가 이 책으로 세계 여행을 다녀왔다는 자랑거리로 썼다기 보다는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지내면서 마음이 성장해가는 것을 느꼈다. 결국 다 사람이 사는 공간인데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그래서 다시 찾아갔을 때는 친구처럼 반겨줄 사람들을 얻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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