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살인법 - 독약, 은밀하게 사람을 죽이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닐 브래드버리 지음, 김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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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은 상상에 그치겠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 간단한 방법이 좋을 것이다. 독약은 어떨까. 음식이나 음료에 소량만 뿌려도 효과는 탁월하다. 즉사를 원한다면 청산가리를, 심한 고통을 주고 싶다면 스트리크닌을, 서서히 죽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비소를 선택하면 될 일이다. 다만 부검에서 탄로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어쩌겠는가. 남의 목숨을 빼앗으려면 자신의 목숨 정도는 걸어야 하는 법이니.

역사에 남은 독살 사건을 예로 들며 독약의 원리와 신체 반응을 설명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돈과 권력을 위해 독살을 일삼은 왕과 귀족, 연쇄살인범들의 이야기는 범죄 소설을 능가한다. 최첨단 검출 장비가 나오기 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독약에 희생되었을까. 지금이 19세기가 아니라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사용자의 마음에 따라 약이 독이 되기도 하고 독이 약이 되기도 하니 모든 독성 물질 앞에서는 신중해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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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어 - INFP 공감 100배 에세이
우유곽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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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성격 테스트인 MBTI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눈 것인데 어떤 성향이 두드러지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테스트 결과를 보고 자신과 비슷하다며 놀라고 이를 친구들에게 권하며 놀이처럼 공유한다. 사실, 성격은 정확히 구분할 수 없지만 큰 틀에서 보면 유형화할 수 있다. 보통은 자신이 조용한지 활발한지 논리적인 행동을 하는지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지 안다. 누구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때로는 그렇게 행동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는데 MBTI 검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주니 신기해하며 납득하기도 한다. 난 이런 유형에 속하니까 이렇게 행동하게 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맹신하면 좋지 않겠지만 참고용으로 알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16가지 성격 유형 중에서 INFP, 즉 인프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먼저 잘해주려 노력하며 누구에게나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성격이라는데 이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상처받고 관계를 포기하면서 자신이 유별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저자는 MBTI를 알게 된 뒤로 주변에 자신 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며 위로를 얻었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어주고 싶어 그림을 그려 나누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프피가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많으니 이런 성격 유형이 궁금하다면 보는 걸 추천한다. 외로운 건 싫지만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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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꽃향기 -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과 함께한 침묵의 고백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재형 옮김 / 뮤진트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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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술관에서 하룻밤 머무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적막한 미술관에 홀로 앉아 그림과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거쳐온 삶을 관조하는 기분은 어떨까. 꼬리를 무는 질문에 자답하며 사색하는 그녀만의 시간은 어쩐지 몽롱하고 아름답다.

모로코에서 살던 시절을 회상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여성의 자리는 집 안에 있고 집에 머물러야 안전하다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마음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기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로 강요되는 여성의 역할은 타의에 의한 것이니 유쾌할 리 없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왜 스스로 선택할 수 없나. 그러나 미술관에서 어린 시절의 야래향나무 꽃향기를 맡으며 눈물짓는 저자는 그 시절을 잊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자유를 맛보려고 밤에 몰래 나가던 소녀는 이제 묻혀 버린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다. 그게 문학의 역할이기도 하므로.

저자는 일상을 지배하는 이슬람교 문화권에서 자랐지만 믿음이 없어 힘들었다는 고백을 한다. 왜 안 그랬겠는가. 자신만 다른 것 같았을 텐데. 대부분의 종교는 선을 표방하고 죄를 뉘우치는 사람을 포용한다. 사람들은 종교 단체 안에서 좋은 말을 듣고 나누며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기분을 만끽한다. 나쁠 건 없다. 다만 어떤 종교든 종교가 삶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언덕 정도면 적당하리라. 종교가 없다면 저자처럼 문학에서 위로를 받아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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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귀 살인사건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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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보험계리사 헨리. 일에만 몰두하는 그는 동료들과 사담을 나눌 생각이 전혀 없다. 팀 분위기를 해친다며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 그에게 날아든 형의 부고. 형이 놀이공원을 남겼단다. 사고뭉치 형이 남긴 놀이공원은 아니나다를까 재정 상태가 엉망이다. 주변에 얼쩡대는 수상한 사람들은 위험해 보이기만 하고 막대한 빚은 숨통을 조인다. 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동생이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거나 사안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장난스러운 유서를 남겼을 리가.

첫 장부터 시작된 추격전에 흥분하며 책장을 넘긴 소설이다. 이성적인 헨리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은 초반의 긴박한 사건에 비해 다소 평이하지만 간간이 웃음을 자아낸다. 예측 가능한 세계에 살던 사람이 불확실한 세계로 건너가는 게 어찌 쉽겠는가. 허나 고통 뿐인 세상이 따뜻하고 행복하기도 한 곳이라는 걸 깨닫기도 하니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시체는 늘어가고 빚은 해결되지 않고 경찰과 악당은 번갈아 나타나 정신을 쏙 빼놓지만 수학을 잊을 정도로 폭 빠져든 사람이 생긴 것만으로도 세상은 달리 보인다. 역시 변화하는 데 사랑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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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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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홀로 있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되는지 풀어놓은 이야기에 각자의 삶이 담겼다. 이민자가 되어 친구 하나 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던 일,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 지낸 일상, 8개월 동안 섬에서 지냈던 일, 코로나19가 퍼지던 시기에 격리되었던 경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순간 등 다양한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사람마다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다르고 그 감각이 머무는 시간도 다르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외로움은 사람을 고립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하니 좋다 나쁘다를 따질 수 없을 것 같다. 22편의 짧은 글 중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몇 편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라진 뒤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나선 작가의 경험에 눈길이 갔다. 사람은 더불어 살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외롭다는 감정은 때로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매일, 매 시간 홀로 있는 게 아니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길 법도 하다. 이 시간 덕분에 나무도 보고 꽃도 보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끝나면 우리는 가족, 친구들, 직장 동료와 시간을 공유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므로 고독을 즐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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