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 보인다. 진심으로
사악해 보인다. 얼굴이 대놓고 나 악당이다 싶은 표지가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 『디즈니의 악당들 1. 사악한 여왕』이다. 제목에서부터 악당과,
사악함이 등장하는 이 책은 확실히 흥미롭다.
디즈니하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런 모습이 더욱 독보이게
하는 조연으로서 활동하면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결국엔 권선징악에서 '징악'을 담당하고 있는 악당들, 책은 바로 이런 디즈니의 악당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주목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존재들, 철저히 주인공을 위한 보조로 여겨졌던 이들의 삶에 대해
조명한 경우가 얼마나 있었을까?
최근 선보이는 작품들을 보면 영웅적인 주인공 못지 않게 주목을 받는 이가 있다면 매력적인 악당이다.
때로는 주연보다 더 눈길이 가고 더 인상적이여서 더 많은 인기를 받기도 하는데 이 책은 바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는 디즈니가 새롭게
기획한 시리즈로 다양한 디즈니 명작 속의 악당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있다.
그들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해서 지금 대중들에게 악당으로 인식되었는가를
보여주는데 그 첫 번째 캐릭터가 바로 백설공주의 새엄마이자 계모가 나쁜 새엄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우리나라에 팥쥐 엄마가
있다면 서양에는 바로 이 사람, 백설공주의 새엄마인 여왕이다.
책에서는 여왕이 어떻게 백설공주의 새엄마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아내와 사별한 왕이 왕국 내의 유명한
거울 장인을 만나러 왔다가 왕비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아내로 삼게 되는 스토리가 그려진다.
이
속에서 만난 왕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악당 그 자체인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순진무구하고 조심스럽고 백설공주와 잘 지내고 싶어하고
친엄마만큼 그녀를 사랑할거란 다짐도 한다. 게다가 왕이 왜 자신에게 사랑을 빠졌나 의문을 가질 정도로 어쩌면 소심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겸손하다.
그렇다면 왜 왕비는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부족했을까? 왜 그토록 끊임없이 불안함을 가지고 살았을까?
큰
이유로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살았던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제대로된 사랑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아버지는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에 목말랐던 그녀는 누군가의 칭찬과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았다. 게다가 왕은 그녀와의 결혼 이후 백설공주와 자신을 성에 남겨두고 자주 전쟁터에 나갔다.
낯선 장소, 낯선 환경 속에 그녀는 남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갑작스레 생간 딸과도 잘 지낸다는 것은 다 큰 어른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악행이 모두 상쇄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녀의 성장기,
그녀가 직접적으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왕비도 처음부터 그렇게 악독한 사람은 아니였음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던 책이고 앞으로 어떤 캐릭터가
그 뒤를 이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