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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쓸쓸할 때 - 가네코 미스즈 시화집
가네코 미스즈 지음, 조안빈 그림, 오하나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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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네코 미스즈의 작품은 사실 처음 만나본다. 작가분의 이름조차 낯설기에 오히려 아무런 편견없이 『내가 쓸쓸할 때』라는 시화집을 읽을 수 있었고 작품 그 자체에 대한 감상을 먼저 한 다음 작가분의 삶에 대해 알게 된 경우인데 그녀의 삶과는 어찌보면 동떨어진 밝고 명랑한 게다가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던 책이다. 

 

그리고 시의 중간중간 보이는 뭔가 가슴 짠함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나서 보니 그 따뜻함은 어쩌면 그녀가 실제 삶에서 누리지 못했던 바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자신의 삶과는 반대를 묘사하면서도 은연중에 표현되어버린 마음의 스산함이나 아픔이 밝은 시의 한 구절씩에 나타나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국내에도 그녀의 작품이 여러 권 소개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책처럼 그림이 더해진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책에 수록된 시와 그림이 잘 어울려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시집이기도 하다.

 

 

마치 초등학교 아이가 사물을 관찰하고 쓴 듯, 순수함이 묻어나는 시어나 표현이 참 좋다. 주변의 자연 사물들을 소재로 하여 시로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데 몇몇 작품들은 뭔가 반전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그렇지만 밋밋하지 않은 전개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소원」이라는 시를 보면 깊어가는 밤 졸리다보니 몰라 몰라 하며 그냥 잠들어 버린다. 그래도 하지 않은 숙제가 걱정은 되는지 자신이 자고 있는 동안 몰래 수학 숙제를 해놓고 갈 영리한 난쟁이 한 명쯤 이겠지라고 말하는 것은 귀엽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시는 읽다보니 이 책의 표제작과 비슷한 제목이기도 했던 『쓸쓸할 때』인데 내가 쓸쓸할 때 남들은, 심지어는 친구도 모르지만 엄마는 다정하다는 표현이 너무 인상적이였다.

 

앞서 조금 언급한 대로 가네코 미스즈는 이 시와는 달리 불운한 삶을 살았다. 계부에 의해 원치 않은 결혼을 했고 결혼 이후의 남편과의 관계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무려 512편에 달하는 시를 썼고 이를 수첩에 정리해서 한 권은 남동생에게, 나머지 한 권은 시인 사이조 야소에게 맡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죽기 직전까지 가장 많이 느끼고 있던 감정이 바로 이 시에 그대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그녀의 사정을 모르고 읽었을 때는 그저 어머니의 사랑을 표현한 책이구나 싶었는데 알고 나서 다시 읽으니 마음이 아려오는것 같다.

 

책을 편견없이 먼저 보고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후에 다시 한번 읽어도 참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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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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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은 곰곰이 생각해봐도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익숙한 작가도 아니거니와 단편집 치고도 상당히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롯이 작품 그 자체에 관심이 커서 이 책을 읽게 된 경우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무려 25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으로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본다면 얼핏 표제작만을 다룬 장편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책은 두껍다. 그러나 작품 하나하나의 길이 비교적 짧고 무엇보다도 스토리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워서 술술 읽히는 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의 가장 위대한 풍자 작가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였나 보다. 25편의 모든 작품이 다 풍자하고 있다고는 할 순 없지만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고 작가인 커트 보니것 스스로가 독일계 미국이 가정에서 태어났음을 단편 여러 곳에서도 간접적으로나 담아내기도 한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징집되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서 갇히게 되는데 이때 폭격을 경험하게 되고 이것을 자신의 장편소설인 『제5도살장』에 담아냈다고 하니 그야말로 인생이 소설 같은 작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생업을 위해 학위를 포기하고 여러 직업을 가지는데 이것 또한 그의 작품에 녹아들어 있을거란 생각도 해본다.

 

실제로 책에 등장하는 단편 중「영원으로의 긴 산책」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커트 보니것이 자신의 부인과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기도 한데 마치 영화 같은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오랜 시간 이웃으로 살았던 뉴트는 군대에서 친구 캐서린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 온다. 그가 그녀의 집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딱 일주일 남았던 시기다. 뉴트는 캐서린에게 낯책을 제안하고 캐서린은 반신반의하며 그를 따라나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뉴트로부터 사랑을 고백받게 되는데...

 

어찌보면 그녀와의 결혼을 일주일 앞둔 남자에겐 비극이나 다름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배우자가 자신과 사랑없는 결혼을 한 것 보다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둘의 마지막 장면은 진짜 영화처럼 감동스럽긴 하다.

 

이외에도 가장 먼저 나오는 「내가 사는 곳」은 백과사전 영업사원이 메사추세츠주의 케이프코드에 위치한 반스터블 마을에 있는 스터지스 도서관에 영업을 하러 갔다가 경험하는 일로 그곳이 명성과는 달리 정말 어찌보면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풍경을 지녔음을 묘사하는 이야기이고 「해리슨 버저론」은 2081년을 배경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해졌음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 평등이라는 것이 뛰어난 능력도 하향평준화, 뛰어난 외모도 하향평준화시키고 있음을 말한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핸디캡 부여 사령부'의 기준에 조금이라도 뛰어나면, 그러니깐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나면 그게 외모든, 지적 능력이든 핸디캡을 부여해 아름다운 외모는 못나게 변장시키고 뛰어난 지적능력은 몸에 마치 족쇄를 채우듯 핸디캡을 부여해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또 머릿속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이 형별을 받고 감옥으로 잡혀가게 된 조지와 헤이즐 부부의 아들 해리슨 버저론을 통해서 또다른 의미의 평등이 가져온 인류 통제를 풍자하고 있다.

 

 「아담」이라는 작품은 한밤 중 시카고 병원의 배경으로 아내의 출산을 앞둔 대기실을 무대로 한다. 딸만 낳은 남자,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아이의 출산이나 그 첫 아이를 잃고 난 뒤 이 아이만큼은 건강하게 키워내고픈 남자를 등장시킨다.

 

특히 두 번째 남자 하인츠의 경우에는 독일에서 나치에게 모든 가족이 끌려 간뒤 유일하게 혼자 살아 남고 그의 아내 애브천 역시도 그렇게 만난 사람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독일의 난민 캠프에서 첫 아이를 낳지만 그 아이를 결국 죽게 되고 지금 두 번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사히 아들을 낳은 하인츠의 감격스러운 모습, 그리고 아내 애브천 역시 그러한 마음임을 보여주는 대목은 안타까우면서도 그들 가족에게 행복을 빌어주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표제작이기도 한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은 지구의 인구가 무려 170억 명이 된 시기에 세계 정부가 인구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도입한 두 가지 방법 중 윤리적 자살의 장려와 윤리적 산아제한의 강제적 실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살 선테의 도우미를 통해 스스로의 목숨을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정책과 약물을 투입해 남녀의 성욕을 제어함으로써 산아제한을 하는 정책을 동시에 실시한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결국 이런 두 정책에 반기를 든 소위 저항자인 시인 빌리의 등장과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사실 이야기 속 배경이 되는 시대에서도 큰 반역이나 다름없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의 윤리로 따져도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인지 빌리가 지속으로 저항자를 만들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남기는 작은 약병에 적힌 ‘몽키 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의미하는 바는 책을 통해서 직접 만나보면 좋을것 같다.

 

한편으로 각 이야기의 끝에는 작품이 쓰여진 연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런 상상력의 산물들이 그토록 오래 전에 쓰여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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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
송정림 지음, 채소 그림 / 꼼지락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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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니?』라는 제목에 이끌렸던 책이다. 게다가 표지 속 여성의 표정도 한 몫 했는데 뭔가 마음이 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울거나 아예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면 덜 했을텐데 뭔가 공허해보이는 듯한 표정이 괜시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이 저리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니 책 속에 담긴 이야기가 더욱 궁금했던 것이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열심히, 그리고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어떤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말이 100% 틀리다고는 할 순 없다.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말 노력한다면 원하는 바를 다 이룰 수 있을까? 누군가의 말처럼 열심히만 살면 그렇게 산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까? 요즘은 문득 그렇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코 그 열심히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어쩌면 점점 더 세상은 스스로의 노력이 소위 성공이라 불리는 것들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어진다.

 

그렇기에 송정림 작가가 말하는 제목의 책에 눈길이 갔고, 책에 담긴 이야기들에서 시선이 한참을 멈추어 있었던것 같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불현듯 찾아오는 우울감을 경험하는 청춘들을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어 본다면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지금의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공감할만한 이야기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와 함께 문득 드는 생각이란 너무 열심히 살려고 애쓰기 보단 진정으로 날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이라는 말처럼 거창한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스산할 즈음 무엇이든 나를 지켜 줄 방법 하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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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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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여러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어쩌면 만남에서부터 화제가 되었고 때로는 만남 이후 지속적인 관계의 유지와 그 과정에서 쌓인 스토리로 인해 비록 그 만남이 끝이 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회자가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한 시대를 공유했던 이들이자 한편으로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였던 동지 또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나오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스승과 제자의 사이였으나 각기 다른 스타일과 철학사상으로 적대관계는 아니였으나 서로가 서로의 주장에 대해 논쟁(비난이 아닌)을 했던 인물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워낙에 유명한데 항상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흐름인지라 왠지 세 사람은 비슷한 나이일거란 무의식중의 생각을 하게 되지만 셋은 순차적으로 스승이자 제자였던 관계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책에서는 총 30명, 그러니 15 부류의 만남이 소개되는데 이들 중 흥미로웠던 몇몇을 들여다보면 2장에 나오는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둘 중 한 명도 익숙하다고 할 수 없는 인물인데 아벨라르의 경우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뛰어났던 두뇌, 그리고 여기에 뒤따르지 않은 겸손함, 그러나 넘쳤던 자신감은 그를 죽을 때까지 배척하는 인물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게 하는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의 도입부만 봐도 그가 얼마나 거침없이, 지나치게 자만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을 가르친 스승의 뛰어넘다 못해 그의 부족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그게 누구든 자신보다 지적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공격도 서슴지 않았던 그의 명석함과 자만은 늘 그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한 엘로이즈와의 관계는 결국 그녀의 삼촌의 미움을 사게 되고 둘은 결혼과 이를 번복하는 등의 여러 헤프닝을 겪으면서 아벨라르가 거세라는 복수까지 당하게 된다. 둘은 각자 수녀와 수도승의 삶을 살면서 이성을 추구했으나 그 내부에는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랑이 있었다니 그냥 처음부터 둘의 관계를 인정하고 살았다면 비록 엘로이즈의 바람대로 아벨라르가 명성은 얻지 못했더라도 둘 모두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을거란 생각도 해본다.

 

또다른 커플인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의 경우를 보자면 둘은 만났을 당시부터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극작가와 세계적인 섹시스타의 만남,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대외적인 역활에서 완벽을 추구하려던 욕망은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진정으로 찾고자 했던 개인적 바람을 잊게 만든게 아닐까.

 

조금은 더 솔직하게 부부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둘의 관계가 비록 영원한 부부로서의 삶으로 끝나지 않았다하더라도 먼로의 삶이 덜 비극적일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한 커플,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사실 오노 요코에 대한 평가는 참 많이 다르기도 한데 책에서는 비교적 그녀에 대해 그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었던 신선한 행위예술가로, 또 레논을 만난 평화 운동가로 살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영감을 심어준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과연 레논의 전부인과 그 아들, 그리고 비틀즈의 멤버들과 팬들도 과연 동의할지 모르겠다.

 

이들 세 커플 이외에도 언뜻 보았을 때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분야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처칠과 채플린의 만남은 이야기의 무대를 영화사가 아니라 세계사의 위대한 만남으로 확장시키는 분위기였고 세계적인 두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의 만남도 흥미롭다. 

 

아울러 지금은 가장 인기있는 화가 중 한 명일지 몰라도 살아 생전에는 동생 테오의 지원으로 살며 정신적 불안을 호소했던 고흐와 그런 고흐와는 다른 성격, 그리고 비교적 빠른 성공을 보였으나 말년은 비참했던 고갱의 만남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고흐가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 방을 준비하고 그의 성공을 바라보며 자신도 그를 닮아가려 하지만 스스로가 원하던 길과는 달라 고뇌하다 결국 고갱과의 헤어짐 이후 더 큰 정신적 혼란과 방황 끝에 귀를 자르고 끝내는 총상을 입고 운명을 달리했던 이야기는 안타까울 정도이다. 

 

그리고 고흐가 자신과는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인물인냥 타히티로 떠나버렸던 고갱이 그가 살던 집 주변에 해바라기를 심고 키우고자 했던 모습을 보면 또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이들의 만남은 과연 서로에게 득이 되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더 큰 실이 되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면서 서로가 조금은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면 또 어땠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은 이처럼 역사적인 만남의 두 사람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를 읽는 독자들은 만약 이들의 만남이 없었다면, 아니면 좀더 빨리 헤어졌거나 그 반대로 계속 이어졌거나 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도 만들어서 존재 자체, 만남 자체, 그들의 사후까지도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겨놓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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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 - 우주 홀릭 전문작가의 가상 우주여행기
심창섭(엘랑) 지음 / 애플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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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는 처음 제목만 보고선 다큐멘터리 같은 책인가 싶었고 글을 읽으면서는 소설 아닌가 싶었던 책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우주 홀릭 전문작가의 가장 우주여행기'라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여행 모임에서 시작된다. 저마다 나는 어디를 여행했다고 말하는 가운데 나도 한번 대화 속에 끼어보겠다고 어렵게 꺼낸 프라하라는 여행지에 대해 참가자가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하자 결국 그 결심히 무상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 '내가 00를 다녀왔는데 말이야...'하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낯설어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어 여기저기 찾던 중 우연히 발견한 우주여행. 그래 여기라면 제격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신청서 작성도 어렵지 않아 별 의미없이 지원을 하게 되고 그 뒤로 잊고 지내다 우주 여행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주인공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우주 호텔에서의 4주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것이다.

 

우주여행이 더이상 상상 속의 일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요즘 과연 우주 여행은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줄것 같은 이 책은 완벽히 가상의 여행에세이이나 그속에 담긴 이야기는 실제로 우주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558명의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픽션과 논픽션의 적절한 조화가 만들어낸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책이 아닌가 싶다.

 

상공 400km의 우주호텔에서 지내기 위한 준비 훈련을 거친 뒤 정해진 하루 일정도 있는 우주 여행을 떠난 가운데 막연하게 어떨까하고 상상했던 공간에서 일반인이 생활하는 모습을 글로써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리얼 관찰기를 보는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누구라도 우주 공간에서 생활했을 때 궁금증을 품을 수 있는 것들을 작가는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풀어내는데 그중 김치 얘기를 보면 우주에서 만든 음식이 대체적으로 싱겁다는 이야기, 세탁과 관련해서는 우주 호텔의 투숙객에게 하루 4L의 물을 쓸 수 있는 쿠폰이 주어지는데 이것은 건조된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세탁에 물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해서 여분의 양말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유는 SF 영화에서는 결코 보기 힘든 그야말로 생생한 현장 체험만이 가능한 이야기일것 같다.

 

여기에 우주라는 낯선 공간에 살다보니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체크해야 하고 콜라 역시도 트림을 방지하기 위해 김빠진 맛이 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콜라 회사들이 특별히 스페이스 콜라를 개발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우주에서 마시는 특별한 스페이스 콜라맛은 과연 어떨까 궁금해지긴 했다.

 

그래서인지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우주 여행이 이렇게 현실감있게 다가올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과 함께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마치 진짜 같은 우주 여행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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