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여러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어쩌면 만남에서부터 화제가 되었고 때로는 만남 이후 지속적인 관계의 유지와 그 과정에서 쌓인 스토리로 인해
비록 그 만남이 끝이 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회자가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한 시대를 공유했던 이들이자 한편으로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였던 동지 또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가장 먼저 나오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스승과 제자의 사이였으나 각기 다른 스타일과 철학사상으로 적대관계는 아니였으나 서로가 서로의 주장에 대해 논쟁(비난이 아닌)을
했던 인물들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워낙에 유명한데 항상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흐름인지라 왠지 세 사람은 비슷한 나이일거란 무의식중의
생각을 하게 되지만 셋은 순차적으로 스승이자 제자였던 관계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책에서는 총 30명, 그러니 15 부류의 만남이 소개되는데 이들 중 흥미로웠던 몇몇을 들여다보면
2장에 나오는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둘 중 한 명도 익숙하다고 할 수 없는 인물인데 아벨라르의 경우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뛰어났던 두뇌, 그리고 여기에 뒤따르지 않은 겸손함, 그러나 넘쳤던 자신감은 그를 죽을 때까지 배척하는 인물들로부터 위협을 당하게
하는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의 도입부만 봐도 그가 얼마나 거침없이, 지나치게 자만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을 가르친 스승의 뛰어넘다 못해 그의 부족한 부분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그게 누구든 자신보다
지적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공격도 서슴지 않았던 그의 명석함과 자만은 늘 그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한 엘로이즈와의 관계는 결국 그녀의 삼촌의 미움을 사게 되고 둘은 결혼과 이를
번복하는 등의 여러 헤프닝을 겪으면서 아벨라르가 거세라는 복수까지 당하게 된다. 둘은 각자 수녀와 수도승의 삶을 살면서 이성을 추구했으나 그
내부에는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랑이 있었다니 그냥 처음부터 둘의 관계를 인정하고 살았다면 비록 엘로이즈의 바람대로 아벨라르가 명성은 얻지
못했더라도 둘 모두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을거란 생각도 해본다.
또다른 커플인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의 경우를 보자면 둘은 만났을 당시부터 이미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극작가와 세계적인 섹시스타의 만남,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대외적인 역활에서 완벽을
추구하려던 욕망은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서 진정으로 찾고자 했던 개인적 바람을 잊게 만든게 아닐까.
조금은 더 솔직하게 부부로서의 삶을 살았다면 둘의 관계가 비록 영원한 부부로서의 삶으로 끝나지
않았다하더라도 먼로의 삶이 덜 비극적일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한 커플,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사실 오노 요코에 대한 평가는 참 많이 다르기도 한데
책에서는 비교적 그녀에 대해 그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었던 신선한 행위예술가로, 또 레논을 만난 평화 운동가로 살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영감을
심어준 사람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과연 레논의 전부인과 그 아들, 그리고 비틀즈의 멤버들과 팬들도 과연 동의할지 모르겠다.
이들 세 커플 이외에도 언뜻 보았을 때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분야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처칠과 채플린의 만남은 이야기의 무대를 영화사가 아니라 세계사의 위대한 만남으로 확장시키는 분위기였고 세계적인 두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의 만남도 흥미롭다.
아울러 지금은 가장 인기있는 화가 중 한 명일지 몰라도 살아 생전에는 동생 테오의 지원으로
살며 정신적 불안을 호소했던 고흐와 그런 고흐와는 다른 성격, 그리고 비교적 빠른 성공을 보였으나 말년은 비참했던 고갱의 만남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고흐가 고갱을 맞이하기 위해 방을 준비하고 그의 성공을 바라보며 자신도 그를 닮아가려 하지만 스스로가
원하던 길과는 달라 고뇌하다 결국 고갱과의 헤어짐 이후 더 큰 정신적 혼란과 방황 끝에 귀를 자르고 끝내는 총상을 입고 운명을 달리했던
이야기는 안타까울 정도이다.
그리고 고흐가 자신과는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인물인냥 타히티로 떠나버렸던 고갱이 그가 살던 집 주변에
해바라기를 심고 키우고자 했던 모습을 보면 또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이들의 만남은 과연 서로에게 득이 되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더 큰 실이
되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면서 서로가 조금은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면 또 어땠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은 이처럼 역사적인 만남의 두 사람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를 읽는 독자들은 만약
이들의 만남이 없었다면, 아니면 좀더 빨리 헤어졌거나 그 반대로 계속 이어졌거나 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도 만들어서 존재 자체, 만남 자체,
그들의 사후까지도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겨놓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