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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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작가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인 장은진 신작 『가벼운 점심』은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흥미로운 점은 계절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인데 총 6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 「가벼운 점심」이 소개되는데 봄이 그 배경이다.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된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지금까지 아버지가 왜 그렇게 떠났던 것인지를 알게 되는 이야기이며 「피아노, 피아노」 역시 봄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자신의 원룸의 크기 반을 차지하는 피아노를 통해서 삭막한 서울살이에 대한 나름의 포부를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하품」은 여름을 배경으로 무더위와 어딘가 어울리며 또 한편으로는 슬프게도 느껴지는 이야기로 세 번의 유산을 경험한 아내가 점차 무기력하다못해 게을러지고 그런 아내의 모습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또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피아니스트 남편의 이야기인데 씁쓸하기도 하다. 

남편이 무너지는 아내를 보면 느끼는 감정과 아내가 그렇게 되는 상황들 모두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전적인 시간」은 어떻게 보면 고독하지만 자신의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폐허 같은 시골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 마냥 외로움으로만 보이지 않는 그 시간을 통해 멈췄던 시계가 다시 작동하는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작동하듯 삶을 계속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는 가을과 잘 맞는 쓸쓸한 분위기가 가득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파수꾼」에서는 철도 건널목 관리인이 기찻길에 사람이 뛰어들어 죽는 것을 목격한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처럼 신체적 불편함을 겪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겪는 트라우마지만 해당 직군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힘든 순간들이 있겠지만 그속에서도 우리는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반복되는 계절으로 비유하듯 그려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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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주인을 찾습니다 - 세상을 지배하기도 바꾸기도 하는 약속의 세계
김진한 지음 / 지와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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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사회 구성원들이 약속한 바를 지켜야 한다는 상식은 있을 것인데 현실은 이렇듯 이상적일수만은 없기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황과 여러 관계 속에서 서로가 원만히 해결할 수 없는 갈등과 분쟁은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럴 때 우리는 '법대로 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법적인 단계로 넘어가면 정말 피를 말리고 매 순간이 참 스트레스가 엄청나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에 의존해야 하는 때를 위해서라도 전문 법조인 같은 법률 지식을 갖추긴 힘들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에 보게 된 것이 바로 『법의 주인을 찾습니다』 이다.


때로는 세상의 민심을 따르지 못하는 법도 있고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한참 뒤쳐지는 판결도 있어 공분을 자아내지만 그럼에도 일단은 모두가 약속한 법은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정당한 절차적 과정을 거쳐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태어나서 죽고 난 이후까지 우리는 법과 무관한 생활을 할 수 없기에 결국 동반자처럼 따르는 각종 법과 관련한 이야기를 통해서 적어도 몰라도 법의 노예가 되기 보단 알아서 법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에서는 가장 먼저 우리 사회에 법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우리가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는 법을 알려준다. 이 페이지는 어떻게 보면 실생활에서 법이 얼마나 우리와 가까운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데 확실히 알고 있으면 좋을만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런 법을 잘 이용해서 법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아가 법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들 법조계 카르텔이라고 해서 대학동문, 사법고시 동기나 연수원 동기 등등의 인연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 바 이런 부분들을 우리나라의 사례와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말로만 들었던 법과 법조인, 사법체계 속 관련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끝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법적 판단의 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다루는데 실제로 다양한 판결이 어떤 이유에서 그런 방향으로 결정이 되고 그런 판결은 추후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재판과 재판을 하는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나 후속 장치도 우리나라도 확실히 필요해 보인다. 특히나 온갖 이유들로 양형 내지는 감형이 이뤄지는 걸 보면 과연 이 판결이 제대로 된 것인가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법과 관련해서 어렵지 않게 의외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저자가 20년간 헌법 연구에 매진한 법학자 출신으로 미국 연방사법센터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방문학자라는 점도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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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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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클래식 음악은 어렵게 느껴지고 듣는 음악 역시 대체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편식이 심하다고 할 수 있는 장르일 것이다. 그래도 관심은 많아서 작곡가 역시 유명한 작곡가에 대해서는 그의 일거수일투족까지는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여러 통로로 알게 되어 아예 모른다고 할 순 없는데 교향곡은 전체를 다 듣기도 힘들고 말 그대로 대중적이거나 너무나 유명한 그 작곡가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정도만 알 뿐이다. 

그랬기에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향곡들 중에서의 10대 명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단순한 교향곡 그 자체만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는 『악보 너머의 클래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책에서 소개하는 일명 TOP 10 교향곡의 리스트를 보면 모차르트가 마지막으로 작곡한 교향곡이기도 한 <주피터>를 시작으로 도입부부터 웅장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베토벤의 <영웅>과 <운명>, <전원>이 있고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명곡이란 명성에 부족하지 않은 슈베르트의 이름 그대로 <미완성 교향곡>도 있다. 이름이 왜 미완성 교향곡인가하면 그건 이 작품이 제2악장까지 밖에 없다고 한다. 완성이 되었다면 얼마나 대단할까 싶어진다.

다른 작곡가들에 비해 이름이 상대적으로 생소하게 느껴져서 과연 어떤 곡을 작곡했길래 이토록 대단한 작곡가들 사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10대 교향곡을 작곡한 작곡가일까 싶었던 베를리오즈와 그의 작품인 <환상 >도 소개된다. 이외에도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6번인 <비창>과 드로브자크의 교향곡 제9번인 <신세계>, 들어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제목이 낯설게 다가오는 구스타프 말러의 <거인>과 쇼스타코비치의 <혁명>이 소개되어 있다.

화가도 그렇지만 작곡가 역시 개인사가 창작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있고 넓게는 시대적인 흐름이나 사회적인 분위기 등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또 그 사람의 사적인 영역을 더 들여다보면 조금은 미스터리해서 여전히 의문을 품게 하는 순간들도 있고 뒤늦게 알려져 더욱 화제인 작품도 있다. 

이 책은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해, 클래식 사에 한 획을 그은 10대 교향곡을 중심으로 작곡가의 생애, 해당 교향곡에 영향을 미친 요소, 그 교향곡의 탄생 비화 등을 잘 담아내고 있어서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흥미롭겠지만 이야기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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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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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존 그리샴이 있다면 일본에는 이가라시 리쓰토이 있다고 해야 할까? 다소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법대를 나와 현직 변호사로 있으면서 법률, 재판 등과 관련한 미스터리르 쓰고 있는 걸 보면 얼핏 결을 같이 하는 두 사람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도 법정이 즐거울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희'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 상당히 눈길을 끌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제62회 메피스토상 만장일치 수상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실력 있는 작가의 의미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작품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무고 게임'의 등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무고죄의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가운데 게임이라 이름 붙여진 무고 게임이 로스쿨에 다디던 세 명의 동급생의 삶을 어떻게 피해자와 피고인 그리고 변호사라는 각기 다른 형태의 길로 들어서게 했을지 기대되었다.

그 시작은 사적제재에서인데 피해자가 요청할 수 있고 그 피해자가 증거를 모아서 법을 어겼다고 생각하는 범인을 고발하는 형식으로 이는 로스쿨이라 가능한 설정이겠다 싶다. 피해자가 증거를 모아야 한다는 점과 심판하는 이는 이를 바탕으로 타당하면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벌을 받게 되는데 만약 범인이 아니면 이는 결국 무고한 사람을 벌을 주려 한 셈이나 현실에서처럼 일종의 무고죄에 걸려 피해자였던 본인이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구가 기요요시, 오리모토 미레이, 유키 가오루라는 장래가 촉망받는 세 동급생이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졸지에 피해자와 가해자, 변호인이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칼에 찔려서 죽은 이는 가오루, 현장에서 발견된 미레이, 미레이의 변호인이 기요요시다. 미레이의 범행이 거의 확실시 되어 보이는 가운데 과연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간이 흘러 로스쿨을 졸업했던 이들이 다시 모이게 된 것은 기요요시에게 가오루의 무고 게임 초대장이 도착했고 기요요시가 도착한 현장에 피해자가 된 가오루와 가해자가 된 미레이가 있었기에 이들의 관계성이 더욱 궁금한 가운데 본격적인 법정에서의 이야기가 2부에서 펼쳐진다. 

작가가 변호사라 재판 진행 과정이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긴장감있으면서도 상당히 몰입감있게 그려진다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코믹스화도 되었고 작년 11월에 영화로도 개봉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스토리라면 영화도 상당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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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초대전 - 내 하루는 괜찮냐고 그림이 물었다
장광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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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이 쓰신 에세이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셨다고 하는데 책에 그려진 그림도 상당히 잘 그리셨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그림을 감상하는 묘미도 있는 책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저자의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내고 그려낸다.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가 이어져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와 맞닿기도 하고 또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이야기, 화려한 영상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그런 것들에 좀더 쉽게 시선이 가는게 사실이지만 때로는 조금은 편안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 책은 딱 그런 분위기의 책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작가님의 이야기지만 때로는 공감을 자아낼 수 있고 또 어떤 때는 직업인으로서의 애환이 담겨져 있기도 해서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립기도 하고 자식을 키우며 자신의 어릴 적을 생각하기도 한다.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반대로 어릴 적 나의 부모님은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반추하며 죄송함을 느끼기도 한다. 

가족들 간의 소소한 여름 여행기를 담고 있기도 하고 그 여행에서 돌아 온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저자의 직업이 선생님이다보니 학교 생활과 관련해서 아이들과의 추억이나 에피소드도 소개되는데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이야기가 오히려 에세이로서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수채화풍의 그림과 잘 어우려져 누군가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던것 같다. 

일상사의 이야기, 육아와 학교 생활에서의 학생들과의 이야기, 자신의 어릴 적 추억, 자신이 아이였을 때와 이제는 반대로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이 된 이야기 등 다양하면서도 잔잔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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