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스포일러 포함)

시트콤 ㅣ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관용적인 표현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흔히 재미있는 상황이나 어처구니 없는 상황, 그리고 기막히는 상황 등에서 우리는 '시트콤 같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치는 순간에 대한 묘사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 본 배준 작가의 제목도 바로 『시트콤』이다. 처음 만나보는 작가님의 글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은 제1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되겠다.

그야말로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은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이유에 그 배경이 고등학교과 주요 등장인물들이 학생이라는데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두 조건은 이야기를 단지 가볍게만 느껴지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한없는 가벼움으로 느껴지지 않는 무게감을 선보이기도 한다. 

학교 내에서의 두 남녀 학생이 벌이고자 했던 행동이 학생들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볼 수 있다면이 가운데 학교에 나타난 변태로 공공의 문제가 되었고 또 이런 어수선한 가운데 학생들이 몸을 숨긴 곳에 같이 숨게 된 남녀 선생님까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질 정도로 마치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여기에 학업에 대한 문제로 엄마와 싸운 여학생의 가출, 여학생의 일탈 등에 이르기까지 정말 요즘 학생들이 일으키는 온갖 일들이 다 등장하는것 같은 기분이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어질 정도이니 말이다. 

차마  이 글에 담을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의 연속, 딱 표지의 그림 같다. 뫼비우스의 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은 그 사건들의 당사자들이 또다른 사건의 당사자와 연결되어 있는데 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게 바로 표지 속 그림이 아닐까 싶다.

사실 소재들만 놓고 보자면 이야기는 자칫 흥밋거리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그야말로 한편의 시트콤마냥 잘 버무려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도 제1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