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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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르는 당연히 소설이다. 워낙 초미니 분량이라 꽁트나 엽편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꽁트면 어떻고 엽편이면 어떤가. 말 나온 김에 더 나아가, 꽁트는 뭐고 엽편은 또 뭔지 알게 뭐람, 이런 심사가 든다.

어쩌면 작가 이기호는 이 시대의 보고서를, 세태를 말하고 시대를 논하는, 그런 만평이나 사설 등의 칼럼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소설가로서, 그러니까 소위 문학을 하는 사람이 지닌 감각과 감수성으로는, 세상을 향해 목청껏 핏대를 세우는 게 설마 역부족이었을리는 없다고 본다. 그냥 대놓고 나서기는 뭣 해서, 또는 대놓고 자처하기는 뭣 같아서 이런 형식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 소설의 외피를 쓴 시사잡담 쯤으로 넘겨버릴 이야기도 일부 없진 않고, 반전(감동의 포인트를 노린 듯한)에 너무 목을 맨다는 느낌도 떨쳐버릴 수 없지만, 이런 소재들로 이만한 문장력으로 이런 장르를 개척(?)한 작가는 이기호 밖에 없지 않나? 그러니 내가 아무리 삐딱선 기적소리에 끼룩대는 경향이 있기로서니, 이 책의 평점을 야박하게 매길 순 없는 것이다.

하지만 별 하나를 뺀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아주 사소한 편집상의 문제인데, 각각의 소제목을 페이지 하단에도 적어놓았다면 이야기를 반추하고 기억하기에 더 좋았을 것 같다. 이런 나를 밴댕이 소갈딱지라 해도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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