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계획했던 대로 하루 종일 책을 보면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토요일에는 새벽 일찍 운동을 하고 오전에 미리 장을 봐 놓고 이런 저런 책을 보면서 한 권씩 다 읽어냈고 일요일에도 계속 책을 잡고 하루를 보냈다. 약속이 취소되어 딱히 갈 곳도 없었고 특별히 볼만한 전시도 없어서 이젠 대놓고 위험해진 샌프란에 갈 생각도 없었다. 이전엔 자주 가던 하이킹도 공원 곳곳이 무너진 후 매년 비가 올때마다 보수할 곳이 늘어난 탓에 갈 곳이 정말 없어진 것이다. 일부러 일을 만들어 어딘가를 찾아가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귀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쉽게 눈이 잘 들어오는 이야기가 잔잔하니 정말 좋았다. 이곳의 시각으로 보면 많이 느껴지는 고급아파트, 명문대지향, 만년강사를 하면서 집안의 돈을 까먹고 사는 아버지까지 절절하고 묘하게 한국사회의 일면을 잘 그려낸 것 같다. 같은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따뜻한 이면 또한 순례 주택의 사람들을 통해 그려졌는데 다소 이상적이긴 해도 분명히 80년대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하게 지낸 집들끼리 애들과 어른들이 함께 오가고 음식을 나눠먹고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장을 봐서 나누던 기억이 있는 나에겐 매우 리얼한 우리네의 모습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나 또한 그렇게 이웃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꺼리는 탓에 아마 다시는 그런 시절의 살지는 못하겠지만. 다들 조금씩은 철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공부 잘하는 딸내미는 아마 바뀌지 못할 것 같다만. 



빌려 읽은 책 두 권. 달리기가 하고 싶어지게 만든 조금은 감동적인 이야기와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즐길 수 있는 각각의 책을 보면서 역시 도서관도 가끔씩 가서 빈약한대로 다른 이의 큐레이션에 따라 들여온 책을 골라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모든 책을 알 수 있기는 커녕 고전조차 다 못 보고 있으니 이렇게 해야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책을 만날 수도 있는 것이다. 





Hawke라는 성이 아마도 Hawker, 즉 매를 부리는 사람에서 왔을 것이란 추정과 함께 자신의 조상 누군가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음 날 모두가 전멸해버린 전투를 앞두고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 것이 오랜 시간 어딘가 묻혀있다가 발견된 것을 복원했다고 한다. Ethan Hawke가 편집한 이 책의 영문버전은 아주 작은 책자로 예쁘게 제본되어 눈에 쏙 들어온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할 수 있었던 날, 네 시에 커피를 내리면서 한 챕터씩 읽고 깊이 음미하려고 노력했다.




얼마전 지인의 아들에게 강조했던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Roth IRA를 시작할 것, 가능하면 팟타임으로라도 일을 할 것, 그리고 교양을 쌓기 위한 기초적인 독서를 할 것 이렇게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마침 이 책을 보던 차에 빌려주려 했더니 사보겠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여기서 길잡이로 줄거리를 읽은 50권을 시작하면서 고전의 즐거움을 조금씩 배워나가고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서 전작을 하면서 계속 지평을 넓이고 더욱 깊이 들어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면 아직은 머리가 fresh한 십대라서 금방 기초적인 4-500권의 고전을 완독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진짜배기들은 투자니 성공학이니 이딴 것이 아닌 셰익스피어와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quote하는 수준은 되어야 기초적인 교양이 있다고 인정을 한다는 이야기도 곁들였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열심히 성찰하는 것만으로는 편향된 녀석의 사고가 더 유연해질 것 같지는 않다.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사람이 된다는 건 이제 믿지 않으니까. 다만 그래도 자기 머리로 지식과 정보를 받아서 판단할 능력이 생기면 사람이 될 가능성이 조금은 더 많아지니까. 나도 그 나이땐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소년소녀문고판으로 이런 저런 고전의 맛은 봤더랬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고 있지 않은 것이다. 내가 뭐라고 한다고 바뀔 일도 아니고 해서 관심을 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살기도 바쁜 세상인데.


어깨도 아프고 몸도 뒤틀린 듯 늘 어디가 골골하다. 덕분에 오늘 했어야 하는 chest/triceps를 내일로 미뤄버렸다. 하지만 그냥 있을 수는 없었기에 가장 원초적인 걷기, 그리고 땀을 조금 내기 위한 자전거머신을 굴리는 것으로 운동을 이어갔다. 뭐라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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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 42분 368칼로리

걷기 1.02마일 25분 115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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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두 1시간 20분 696칼로리

걷기 2.21마일, 44분 234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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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 1시간 15분 651칼로리

줄넘기 500회, 7분 126칼로리

걷기. 6.46마일, 2시간 40분 746칼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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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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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다, 이런 이야기. 단순히 따뜻한 이야기를 넘어서 부동산에 미치고 교육에 미친 그러나 독립이 불가능한 공부 잘한 아이들을 양산하는 현 서울의 현실에 대해 여러 모로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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