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잘 관리할 필요를 새삼 느낀 한 주간이었다. 일단 운동량이 평소의 반의 반의 반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셧다운이 장기화되어가는 조짐이 보이고 해서 전체적으로는 매우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할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졌다. 게다가 너무 무료한 탓에 밤만 되면 술을 마시고 싶어지는 탓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매우 늦은 시간에 막걸리를 걸치고 잔 다음 날이었던 어제는 상태가 매우 불량하여 하루 종일 아프고 피곤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이런 시기에 감기라도 걸리면 그런 민폐도 없을 것이고 만약 COVID-19라도 걸린다면 가버릴 확률도 높다. 병원에서는 부족한 시설과 물자로 인해 이미 선택과 집중이 도입되어 의사의 결정에 따라 치료와 입원 등이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시기라면 차라리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정양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오전에 이곳 시간으로 열 시에 전 세계의 모든 천주교인들과 함께 교황님이 주관하신 성체조배와 특별 전대사를 받는 기도시간을 함께 했다.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지만 한국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대응한 국가가 없는 이번 사태는 여러 모로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병을 잡고 이미 죽은 사람들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이들, 가족과 친지, 친구들, 그리고 회사를 위해 잠시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원래 모아들이고 대비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시기가 잘 지나가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면 나도 약간은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한 준비를 할 것 같다. 21세기에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부유하다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가 사실은 그간 지속된 민영화와 무지로 이렇게 민생정책과 유사시의 대비에 있어 개판이라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국민건강을 영리시스템에 맡겨버린 건데, 국민보험제가 있는 캐나다나 다른 서방국가들도 제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걸 보면 그간 겹겹이 쌓인 시스템의 부조리가 터진 것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한창 세기말 종말론, 2001년, 2011년 등 다양한 것들이 돌 때 읽은 책들에 의하면 언젠가 세계가 괴질로 고통을 겪을 때 한국에서 그 해결이 시작된다는 류의 이야기가 무슨 비결서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땐 웃고 넘겼는데 요즘 사태를 보면서, 한국이 보여준 리더십과 해결능력을 보면서 어쩌면 이게 그건가 싶기도 한데,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다.
오늘은 그럭저럭 chest와 triceps를 빼고 전신운동을 조금씩 돌려볼 생각이다. 원래 어제 등과 이두를 했어야 하지만 몸이 별로라서 굳이 이런 시기에 무리할 필요는 없기에 관뒀다.
주말엔 몇 가지 업무를 조금씩 진행해서 마무리해기로 하고 운동은 날씨가 풀리면 뛰는 걸로,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그냥 패쓰. 책도 좀 더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3/31에 이게 풀릴 것 같지는 않고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빨라도 4/6, 혹은 그 이후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