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crastinating"은 일이나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야 할, 하지만 누구나 종종 피하지 못하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이 바쁘면 바쁜 탓, 한가하면 늘어지는 탓, 온갖 탓을 하면서 그간 미뤄온 작업이 있다. 회사를 처음에 차리면서 정신 없이 싸게 만든 탓에 참 볼품이 없는 우리 회사의 홈페이지를 개량하고 영문페이지를 더하는 작업이다. 처음엔 개량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작업이 밀렸고, 나중에 깨닫고 보니 구성은 어차피 마지막 단계에서 여러 가지 디자인을 참고하여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고, 실제로 먼저 갖춰야 하는 건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바쁜 2016-2017년의 일정으로 작업이 미뤄졌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드는 2018년 현재까지도 선뜻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돈이 되는 작업이 아닌 것도 이유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생각하면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도 문제이고, 실적이 떨어졌지만 아주 놀고만 있는 상태는 아니라서 결국 priority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상황을 타개하려고 작업계획을 세운 것도 여러 번인데 결과적으로 아직도 시작하지는 못했고 예전에 작업하다가 말았던 자료만 찾아놓았을 뿐이다.  공부 못 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나쁜 버릇인데, 역시 공부를 못 하는 학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나로써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악습이다.  시작이 반 이라고 그저 한 걸음만 내딛어도 좋을 것을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업을 하기는 커녕 계속 slow한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맥이 빠지는 걸 느끼고 오후에 일찍 gym으로 달려가서 근육을 혹사시키고 spin으로 땀을 흠뻑 뺀 후 (전날 마신 와인살을 빼기 위해), 영혼의 안식처인 서점으로 달려와버린 것.  아이스커피를 마셔 (이뇨작용을 도와 전날 마신 와인살을 빼기 위해) 가면서 책을 둘러보다가 잠깐 카페 벽, 벤치에 앉아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procrastinating" 중이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나의 모습이다.  아마 한국에 계속 살았더라면 진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곳이었고, 스스로 학습하고 운동하면서 살아남는 걸 배운 건 아주 나중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놓아버리지 않은 책읽기가 나를 살렸고 조금씩 나은 상황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는 건 나중에 인지했는데, 그래서인지 책읽기와 모으기에 대한 집착은 평생을 가져가게 될 것 같다.  


내일은 한 주의 마무리를 멋지게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procrastinate"하는 일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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