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대체로 쟝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깊이 들어간 건 없지만 심각한 소음으로만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제외하고는 내 귀에 들어와서 좋다 싶은 건 다 듣는다.  대중가요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클래식과 블루스에 더 마음이 가는데, 뭔가 차분하게 나를 가라앉혀주는 맛, 그리고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맛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슈베르트는 여러 모로 낭만적인 느낌을 갖고 대하게 되는데, 이런 저런 음반으로 듣던 그를 이언 보스트리지를 통해서 다시 만났다.  


 














내가 갖고 있는 음반은 가운데의 것인데 문학수기자의 클래식을 읽으면서 갖게 된 음반이고, 이 책을 읽는 내내 YouTube과 함께 reference가 되어주었다.  이 페이퍼를 쓰면서 책의 띠에 붙은 사진이 온 다른 셋트를 알게 되었는데, '악의제국' 아마존에서 방금 주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는 건 돌아오는 겨울이 아닐까 싶은데, 책과 함께 좋은 벗이 되어줄 것 같다. 악장이랄까, 노래랄까, 하나씩 음악과 가사를 분석하고, 슈베르트의 삶을 조명했다.  늘 불행하고 우울하게 살았을 것만 같은 슈베르트의 삶이 사실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불행한 슈베르트'라는 스테레오타입은 그의 노래와 삶에 무엇인가 낭만성을 부여하려는 후대의 해석이라는 취지의 말이 매우 신선하다.  어쩌면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음악가라고도 하는 슈베르트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더라면 아마도 그의 조울증과 사람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헌선생의 표현에 따르면 폭식과 폭음, 그리고 일견 보이는 무절제했던 생활은 조울증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하던데,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슈베르트의 전기도 이런 '불행'하고 외로운 모습에 많이 치중했던 것 같다.  늘 그렇지만, 진실은 아마도 그 중간 어디엔가 있을게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든 슈베르트는 가곡을 떠올리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표적인 존재로 내 머릿속에 새겨져 있고, 겨울이 오면 난 또다시 알아듣지도 못하는 독일어노래를 듣고 있을 것이다.  















단순한 흥미유발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문제의식이 늘 어슐러 르귄의 작품세계에 깔려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깊이 들어간 것일까?  SF와 환상을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을 여럿 읽어보았으나 보통의 극화처럼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고 결말이 호쾌한 이야기보다는 마치 삶의 거울인 듯,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들의 끝과 선악의 구분은 모호했던 것 같다.  비록 teen 소설 같은 표지로 되어 있어 잠시 착각하기 좋지만, '서부해안연대기' 또한 그런 면에서 완벽한 르귄의 적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 내 머릿속을 괴롭히는 여러 가지 생각들 때문인지, 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를 환경에 의해 부여된 것과 진실된 자신의 소명의 충돌 내지는 그들간의 균형, 또는 진실된 자기만의 것을 찾는 것으로 보게 된다.  타고났어야 할 파괴의 숙명을 이야기를 짓는 '창조'의 힘으로 돌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자라온 곳을 떠나는 '기프트', 억눌린 숙명을 온전히 드러내는 '보이스', 자신의 힘을 올곶이 키워낼 수 있는 곳에서 비로소 끝나는 여정을 보여주는 '파워'까지, 읽는 동안 나의 상황과 해야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미래 같은 추상적이면서도 현재를 나타내는 내 이야기를 비춰보았던 것 같다.  


읽은 책인지 아닌지가 분명하지 않다. 여러 모음집에서 같은 이야기를 버무려 나오기도 하고 란포라면 그냥 사들이는 내 탓도 있다.  접한 이야기 같지만 어쨌든 망각에 힘입어 재미있게 읽었다. 트릭은 초반에 바로 간파했고, 역시 란포라면 아케치 고고로다라는 생각.  이 시대의 책이라면 '한국'이란 말을 썼을리가 없으니 아케치 고고로의 출장은 '한국'이 아니라 '조선', 혹은 '외지'가 아니었을까?  좋은 번역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없는 걸 가져다 붙이는 수준의 친절음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내 억측이라면 차라리 다행일 것이다.







이곳은 가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곧 3월이고, 금방 2018년의 1/4이 지나가는데, 난 마음을 다잡지 못한채 지난 새벽의 꿈처럼 어딘가를 계속 헤매고 있다.  오리무중 안개가 가득하고, 앞을 보아도 뒤를 돌아도 뚜렷한 것이 없는 지금은 여러 모로 마음을 가라앉혀 차분하게 속을 들여다볼 때가 아닌가 싶다.  책읽기는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되는데, 그나마 소설이라도 읽으면 머리가 조금 가벼워지니 다행이다.  뭔가 이런 이야기를 자꾸만 쓰게 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서 더욱 페이퍼의 간격이 넓어지고 있고, 기껏 쓰면 이런 이야기만 나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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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8-02-27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언 보스트리지 삐쩍 마른 성악가 갖지 않은 외모라고 생각했는데,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몇 차례 내한공연을 했는데, 그 때마다 시간이 안맞았는데, 올해는 서울시향 상주음악가가 되었다니, 직관할 기회가 생길 듯 합니다.
이언 보스트리지가 풀어낸 <겨울나그네>에 관심을 두고는 있지만, 하수상한 시절이 계속되다 보니 손에 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번 도전해봐야 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8-02-27 12:02   좋아요 0 | URL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책을 읽으면서 들어보는 슈베르트는 좋았습니다 이언 보스트리지는 창법과 자세가 그 이력만큼이나 특이합니다 꼭 공연 가시면 좋겠어요 전 그런 기회가 언제 오려는지 ㅎㅎ

stella.K 2018-02-27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도 가뭄이 심하군요.
우리나라도 그런데...
벌써 몇년을 두고 해마다 이맘 때가 더 극심한 것 같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래도 한 해 한 해 살아오긴 했는데
왜 그렇게 가뭄이라고 하면 걱정부터 되는지 모르겠습니다.ㅋ

transient-guest 2018-02-27 16:37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은 에너지보다 물걱정을 더 많이 합니다...2-3년에 한번은 그렇게 가뭄이 오는 것 같은데, 반대편은 또 폭설로 난리네요...기후변화는 fact인데 그걸 애써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