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끝까지 나와줄지는 의문이지만, 이번에 이런 멋진 세트로 다시 묶여나오기 시작했으니 사력을 다해 구매일정을 맞춰 살 생각이다. 삼국지도 그랬고 내 삶엔 좋은 책이 참으로 많았지만, 예전에 해적판이지만 어렵게 구해서 읽은 은하영웅전설은 정말 인생의 책이다.
내 중학교시절을 즈음해서 나온 마이컴이라는 잡지에서 소개된 게임으로 먼저 접했는데 당시엔 기껏해야 플로피디스크 2-3개 용량의 게임이 대부분이었기에 실제 게임보다도 그 소개와 그래픽이 훨씬 더 화려했고, 제국과 민주동맹, 이를 대표하는 두 영웅의 대립구도에 원작소설을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전에 이미 마술사 양웬리의 ANIME그림체가 기억에 또렷하게 남았다. 막상 책과 게임을 구한 건 훨씬 이후의 일인데도 내 기억속의 양웬리와 라인하르트 로엔그람 (폰 뮤젤)과 주변인물의 일러스트는 이 시절 마이컴의 부록에서 나온 그대로 기억되고 있다. 더 나중에는 ANIME를 모두 구했고 정말 열심히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열정이 많이 사그라든 지금도 은영전은 출판된 두 버전을 모두 갖고 있으며 다나카 요시키의 책도 가능하면 모두 구하는 등 건담보다더 훨씬 더 나의 덕질의 대상이 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출판사는 모종의 책임의식을 갖고 끝까지 전권을 출간해주어야 마땅하다.
영문판으로는 이미 12권을 모두 구했는데, 한국어판이 이가 빠지는 바람에 정작 가격이 좋은 문고판을 구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차, 이렇게 고가의 덕질품목이 나와버렸다. 건담은 그 세계관으로 하나의 역사를 이룰만큼 엄청난 시리즈라서 반드시 구하고 싶다만 줄어든 일거리에 비례해서 나날이 늘어가는 생활비를 생각하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을 뿐이다. 내가 준비되기 전에 절판되는 비극은 없어야 할텐데...
내 덕질은 로도스도전기를 빼고선 말할 수 없다고 할 만큼 Vampire Hunter D와 함께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접한 일본 ANIME의 세계로 나를 끈 작품이다. VHS는 누굴 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척 아깝게 생각하고 있다. DVD로는 미국 OVA, 영웅기사전을, 한국판으로는 OVA를 갖고 있고, 만화책도 소설도, 심지어는 일본어를 하지 못하면서도 슈패미로 게임을 구해서 갖고 있으며 디아블로스럽게 만들어 나왔었던 드캐버전의 게임도 갖고 있다. 판타지성이 다분한 기사이야기하면 이 작품을 떠올릴만큼 여러 번 감상한 작품.
덕질의 세계란 넓고도 깊은 것이라서 이런 이야기는 끝이 없다. RPG게임의 세계도 쏠쏠하게 재미있는데, 이건 요즘에 자꾸 새로운 게임들이 멋진 모습으로 나오는 바람에 STEAM에 주기적으로 상납을 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나중에 한번 기분이 내킬 때 다시 정리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