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유일한 나의 휴가를 보내고 있다.  원래 카우아이를 갈 생각이었는데 계획하고 예약할 당시 갑자기 모든 가격이 2-3배로 뛰어버린 탓에 고민을 하다가 처음 하와이 여행이었던 오아후로 오게 되었다.  당시 첫 여행에 시간도 짧았던 탓에 돈은 돈대로 쓰고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웠기에 넉넉하게 9박으로 잡고 하루에 한두 가지의 관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거리를 싸들고 왔으나 이번에 잡은 air bnb 숙소는 와이키이/다운타운 한 가운데 있는 장점 대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그저 메일답변을 하는 정도, 그리고 지금처럼 Royal Hawaiian에 있는 Island Vintage Coffee에 앉아서 갑자기 상승한 글빨로 다음 주중에는 꼭 끝내야 하는 일의 개요를 잡을 수 있었다.  


24 Hour Fitness가 근처에 있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대도시의 이점인데, 특히 첫 2-3일간의 무분별한 outside음식섭취로 불편한 몸을 고강도의 운동으로 힐링할 수 있었던 점이 너무 좋다.  이번에 와서 보니 Big Island의 경우 1월 초순이면 벌써 물이 따뜻해지지만, 상대적으로 북단에 위치한 Maui나 Oahu의 경우 2-3월부터 물놀이하기 좋은 날씨로 바뀌는 것 같다.  그래봐야 봄-여름 정도의 날씨라서 상대적으로 추운 곳에서 도망온 사람은 불평을 하면 안될 것 같다.  


예전에 왔을 때 와이키키에서 3-4블럭 정도를 내륙(?)으로 들어오면 나오는 Ala Wai운하를 낀 런닝코스가 너무 뛰고 싶었었는데 오늘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원래 새벽에 운동을 가려다가 전날의 hiking (up and down 산 70분 정도?)으로 몸이 지쳤었는지, 도로 누워버린 것.  대충 7시 정도면 밝아지는데, 기왕 weight lifting은 내일로 미룬 차에 운하를 낀 런닝코스를 뛰기로 했다.  머물고 있는 아파트에서 2블럭을 올라가니 바로 운하코스가 나왔고, 한 바퀴를 돌고 나니 대충 3마일 정도를 찍었다.  내친 김에 한 바퀴를 더 돌아보기로 결정했는데, 그 결과 거리로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한 시간 40분 동안 7.5마일을 뛰고 걸은 것.  덕분에 몸이 많이 가벼워졌고 과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이렇게 뷰/분위기 모두 빠지지 않은 멋진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오아후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바람을 맞으면서 일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된장남인 듯.  와이키키 비치를 뛰는 것도 선택사항인데, 모래사장을 뛰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공원이나 트랙을 뛰는 사람들 중에는 꽤 묵직한 몸집도 종종 볼 수 있지만, 해변을 뛰는 사람들치고 shape이 떨어지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이유다.  내일은 하나우마베이에서 스노클링을 즐길 생각인데, 새벽에 일찍 일어날 수 있다면 gym에서 운동을 하고 운하에서 조깅을 하고, 바로 바다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하와이에서 살고 싶다.  원격으로 사무실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본토 오전 9시에 맞춰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하고 본토의 오후 5/6시인 이곳의 3/4시면 하루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오하우만 해도 호놀룰루 일부를 제외하면, 그리고 해변으로 가면 섬 한 바퀴가 곳곳의 예쁜 비치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비치 주변에는 또 기가 막힌 트랙킹 코스들이 곳곳에 있으니 나같이 새벽잠이 없는 사람은 새벽에 일어나서 2-3시간동안 트랙킹을 즐기고 바로 입수할 수 있으니 죽을 때까지 천국에서 지내는 기분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시간이 나면 air bnb business를 알아보고 있다.  사무실운영과 air bnb로 살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하와이여행을 전후한 나의 망상이 되는 것이다.  오아후도 좋고 Big Island나 Maui도 살만하다.  동창이 여기서 검사보를 하다가 개인사무실을 냈는데, 호놀룰루에 main office를 두고 다른 섬 몇 군데에 주소를 걸어놓고 영업을 하는 걸 보면 그리 활발한 market은 아닐 것 같아서 다른 일을 같이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가볍게 책 두 권을 읽어주고, 와서도 계속 조금씩 읽고 있는데, 정리는 아마 돌아가서 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된장남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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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01-11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상만으로도 근사한 삶이네요. 꿈꾸는 삶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듯해요. 저도 요새 단시간 고강도 운동에 빠져서. 문제은 이십 분 하고 그만두고 합리화합니다. ㅡㅡ.

transient-guest 2018-01-15 09:20   좋아요 0 | URL
이번에 하와이의 낮은 sales tax의 도움으로 운동복 티셔츠도 더 많이 장만했으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처음엔 천천히 하시다가 습관으로 잡히면 더 강도를 올리시면 좋아요.ㅎㅎ 9일간 있어보니 오아후가 나쁘지 않네요. 호놀루루 주변을 빼면 금방 교외와 전원/비치더라구요.ㅎ

프레이야 2018-01-11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된장남이면 충분히 멋진걸요 ㅎㅎ 갑자기 상승한 글빨,에서 웃다가 뷰도 분위기도 좋은 테라스에서,에서 부럽고 모래사장을 달리는 shape에서 오호 멋짐을 상상합니다. 휴식과 일과 건강 모두 챙기고 행복한 시간 보내다 가세요. 하와이 전 언제 가보나요!

transient-guest 2018-01-15 09:2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된장남이 확실하지 말입니다.ㅎㅎㅎ 여기 좋은 곳이 너무 많아요. 근처에 서점도 있고...지금 있는 책과 다른 것들을 모두 싸들고 들어오면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뭘 해서 먹고사는지가 문제..ㅎ 대략 1년 정도 두고 미리 계획을 잡고 준비하시면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여행이 가능합니다.ㅎ

다락방 2018-01-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이 글을 보고 추석 연휴에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어요. 좀 비싸네요... 하루만 일찍 출발해도 4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메세지가 떴는데, 저는 하루를 더 일찍 출발할 수 없고요..

그리고 하와이에서 살고싶다...라고도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건 그냥 이렇게 글을 읽고 든 생각이라, 한 번 가봐야 될 것 같아요. 가보고나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와이도 한 번 가야겠어요. 저는 근시일내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나라에 가서 사는 삶이 꿈인지라, 어디에서 살지는 좀 둘러봐야겠죠. 하와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것 같아요. 꼭 가봐야겠어요.

다락방 2018-01-11 09:50   좋아요 0 | URL
저 여름휴가에 미국 갈라 그랬는데 하와이로 급 변경해야겠어요.

transient-guest 2018-01-15 09:23   좋아요 0 | URL
글쓰는 분들이 하와이에 와서 장기렌트하고 지내다 가시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아요. 하루키도 ‘해변의 카프카‘ 초고를 카우아이섬에서 6개월간 지내면서 썼다고 해요. 예전에 서진 작가도 그랬고...오아후섬에서 호놀룰루를 벗어나면 비교적 저렴하게 장기투숙할 수 있는 아파트를 렌트하실 수 있다고 해요. 사는 건 일단 뭘 해서 생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하고, 비자문제도 해결하셔야 하죠.ㅎㅎ 오실 계획이면 제가 나중에 아는 건 다 가르쳐 드릴게요.ㅎ

이지 2018-01-15 0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럽부럽~

transient-guest 2018-01-15 09:24   좋아요 0 | URL
ㅎㅎ 하와이는 섬마다 다 특색이 있어서 어딜 가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