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CEO들의 exit package가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일단 CEO를 모셔오는 조건으로 성공에 대한 인센티브, 보너스, 고액연봉과 각종 혜택은 물론이고, 계약서에는 설사 중간에 해고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퇴직금이 보장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퇴직금의 액수가 설사 실패한 CEO의 경우에도 매우 높은 액수로 보장된다는 점이다. 사실 성공했을 경우에도 그 성공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인지를 따져봐야 하겠지만, 특히 실패로 인해 중간에 해고되는 경우라도 무시무시하게 높은 퇴직금이 보장된다는 건 큰 문제가 있다. 일단 이런 보장이 주주들과 회사의 이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살펴봐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무슨 근거로 이렇게 높은 비용이 정당화 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최근 몇 케이스에서 보면, 언뜻 기억하기로는 한국 돈으로 수십억도, 수백억도 아닌 수천억원의 퇴직금이 지불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 없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 연봉차이 - 특정 회사의 최저연봉과 최고연봉의 차이가 수수백배라고 한다 - 와 함께 정부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임금격차가 줄어들지 못하고,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적어도 아주 상위의 극소수가 점유하고 있는 부의 효과적인 분쇄와 균형있는 나눔을 제대로 해결하는 국가가 21세기의 세계 최강국으로 일어설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 만큼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협의가 도출되었다는 점, 그리고 지배층의 탐욕이 어느 정도 상식적인 선에서 조정되었다는 점에서 그리 보는 것이다. 위로 가면 끝이 없겠지만, 대저 사람이 어느 정도의 돈을 갖고 있고, 그 액수가 일정선을 넘으면 - 일종의 특이점이라고 하자 -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특이점" 이상의 점유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낭비가 되고, 불안정한 하사회분위기와 비극적인 양극화의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볼 때, 지양되고 제재되어야 한다.
물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야채인간으로 대표되는 부유층 -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 의 마음을 알 수 없겠지만, 일정한 수준의 강제성을 부과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적은 액수를 보장하면 능력있는 사람들을 attract하지 못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겠다. 그런데 과연 능력과 탐욕이 비례하는지는 의문이다. 최하층 노동자의 연봉과 최고연봉의 비율이 1:50 정도였다던 80년대엔 과연 산업적인 발전이 없었을까? 지금과 비교해서 1/6정도의 발전밖에 없었을까? greed는 virtue가 아니고, 오히려 다수의 경우 인성의 발전을 저해하는, 그러니까 사람을 더욱 더 저급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의 미국이 하는 꼴을 보면서, 그리고 서방세계의 분열과, 중국의 대두, 아랍권의 혼란의 결과물이자 원인인 ISIS의 준동을 보면서, 어쩌면 1945년 이래, 서방세계가 누려온 안정과 평화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 때가 있다. 원래 세상이란 것이 늘 그렇게 적정기간의 안정과 전쟁의 시대를 번갈아 가면서 겪어왔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더 큰 것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평화롭게 한 세상을 살다 갈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임을 늘 상기시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언제 무엇에 의해 많은 것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