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어떻게 하다보니 주중에 다 읽게된 책이 한 권이고, 나머지는 모두 주말에 와서 완독을 하게 되었다.  주중이나 주말이나 계속 읽기는 하지만, 완전한 우연으로 책을 끝내게 된 건 모두 주말이란 말씀.  생각해보면 계속 일만 한 것도 아니고 중간에 게으름도 피우고, 아팠던 5/8주간엔 한 주를 숫제 쉬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맞아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계속 책을 주문하고 일부는 읽고 일부는 묻어놓고 기회가 되면 읽을 책을 늘려가고 있으니 이 부분만큼은 지난 5년 동안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앞서 짧게 남겼지만, 책을 한 권 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물론 요즘엔 블로그에 조금씩 글을 남기고 이를 다시 책으로 편집하는 경우도 많아서 한번에 쓰는 건 전업작가가 아닌 이상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어쨌든 저쨌든 자기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은 특별하다.  거기에 태어나서 첫 30년은 책을 모르고 살다가 30대에 시작한 독서를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왔다는 점도 저자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거기까지가 내가 본 전부라고 하겠다. 


책을 쓰려면 조금 더 많은 책을 읽고 사유를 했으면 한다.  나이 40에 quote하는 작가가 고작 이모씨, 김모씨, 구본형씨 정도면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기대하기로는 개인의 독서생활을 엿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읽다가 보니 그냥 김모씨가 많이 생각나는 자계서 근처로 보였다.  반복도 좀 그랬지만, 최소한 어떤 위인이나 작가를 quote하려면 그 위인 혹은 작가가 쓴 책, 아니면 위인에 대한 책을 읽고 직접 1차 source에서 끄집어내는 수준은 되어야지, 고작해야 이모씨나 김모씨가 어디서 찾아서 복각했거나 인용을 위해 앞뒤를 잘라내고 도입한 사례를 다시 quote하는 건 이 책이나 저자에 대한 impression을 많이 떨어뜨렸다.  


나 역시 힘든 시절에 또는 어떤 특정한 인생의 stage마다 Secret이나 이모씨, 김모씨를 비롯해서 수많은 자계서를 뒤지고 다닌 적이 있다.  심지어 내가 쓴 예전의 글을 보면 이들을 꽤 높게 평가한 것도 있고, 그 시절의 나라면 여전히 그렇게 할 것 같다.  다만 내 독서의 양이 늘어나고 다양한 것을 접하고 깊이 생각하고 여러 고수들과 교류하면서 배울수록 이모씨나 김모씨를 높게 평가하기엔 많은 것들이 미심쩍은 것인데,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자계서 계통이 다른 1차 source나 좀더 내용이 좋은 책들보다 쉽게 다가오는 level이 아닌가 싶다.  남을 평가하지는 의미는 아니고 그렇게 보인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  그리고 저자도 계속 책을 읽고 좀더 옥석을 가려보고 이제까지의 독서에 대한 고민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기원한다.  어쨌든 소중한 또 하나의 책을 읽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나의 느낌이 절대적인 건 아니니까. 


셜록 홈즈에서 영감을 얻고 일제강점기를 무대로 재미있게 버무린 시대활극이다.  당시의 말마따나 정탐소설로 손색이 없다.  대략 세 가지 축에서 사건을 접근하도록 독자를 유도하고, 이 중에 진실을 숨겨놓았는데, 별 것 아닌 듯하면서도 꽤 강한 추리과제를 수행한 느낌이다.  경찰/관료-범인-혐의자-주변인물-주인공의 구도에 일제시절을 넣으면 경찰/관료가 사실 주인공과 한 팀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어렵게 되고, 범인/혐의자 또한 꼭 악인이라도 볼 수만은 없는 시대적 배경이 성립하기 때문에 기존의 트릭에 여러 겹의 장치를 손쉽게 넣을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 팬픽과도 같은 설홍주 이야기를 재미있게 봤는데, 김내성의 작품마냥 이 책도 좀더 시리즈로 계속 나와주면 좋겠다.




그리스/로마신화나 인도신화는 비기독교신화들 중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고대의 중근동의 신화, 어쩌면 기독교신앙의 모태인 유대교가 전한 이야기의 모태가 되기도 하고, 같은 시대의 종교로서 지역의 헤게모니를 놓고 싸움을 벌인 이 이야기들은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른 탓도 있고, 성서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야만화되어 묘사되는 탓도 있고, 그 이상 중근동이 이슬람문명권으로 개조되고도 무척 오랜 시간이 흐른 탓인 듯, 잘 전승이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좀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데 이에 관련된 번역서가 별로 없는 것 같고, 이 책도 기본적인 소개서 정도에서 멈춘다.


실패한 혁명이라고 부르기엔 맘 아픈 살바도르 아옌데의 민주혁명을 그렸다. 읽고나면 냉전시대에 미국에 중남미에서 벌인 수많은 정치테러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대충은 알고 있지만, 미국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20세기에 벌인 끔찍한 범죄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베트남전이 그랬고, 여러 국가의 쿠데타와 친미독재세력의 대두에 흑막으로 작용하여 엄청난 희생자를 낳았고, 중남미의 현 상태에 가장 큰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그래서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중남미의 카르텔을 통해 유통되는 마약문제는 어쩌면 미국 스스로가 벌인 일에 대한 업보가 아닐까 싶다.  


대다수의 중남미국가들이 자원침탈을 위해 다국적기업에 친한 성향의 정부로 구성되었고, 이를 위협할 경우 그 정권이나 혁명세력은 자국의 우익세력, 다국적기업, 이들이 등에 업은 미국의 연합적인 공격을 받게 되었고, 여기에 정치적으로 개화되지 못한 국민과 자파 내의 분열과도 싸워야 했음이 살바도르 아옌데의 삶과 죽음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의 비극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데, 엄청난 인명살상, 인권유린, 부패를 주도한 세력들이 책임을 진 사례도 없고, 제대로 심판이 이뤄지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혁명과 비극은 따라서 현재에도 진행중이고 이들의 가난하고 무지한 상태가 이어지는 한, 중남미의 평화도, 균형있는 아메리카의 발전도 요원하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안에서 성공한 케이스지만, 대다수의 나라들은 자원을 수탈당하고 이를 위해 미국의 보호를 등에 업고 세워진 우익세력이 나라를 망쳐먹은 케이스라서 사례를 비교하여 고민해볼 것들이 많다. 


수요일이면 한 주가 다 지나가는 느낌이다.  목요일이면 마치 주말이 시작되는 듯한 기분이고.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 점점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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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25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 씨가 누군지 알겠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5-25 07:06   좋아요 0 | URL
요즘 갑자기 조금 더 유명해진 분이죠...ㅎ

syo 2017-05-25 0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모씨도 어쩐지 집히는 데가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7-05-25 09:34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김모씨 책을 몇 권 읽고 혹했던 적이 있는데, 갈수록 이상한 소리만 하는 듯 하여 영~ 별로입니다. 그냥 자꾸 책읽고 성공하라는 소리도, 책을 읽는 것을 성공의 수단으로 사용하라는 소리도 지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