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셜로키언이라는 위대한 그룹의 일원이 되기에는 매우 부족한 단계의 팬심 정도를 갖고 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셜록홈즈의 여러 판본이나 DVD를 사들이는 정도의 정성을 보이고는 있다.  이 시대는 나에게 하나의 이상향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특히 각별한 애정을 갖고 셜록홈즈의 이야기를 대하고는 하는데, 아쉽게도 코넌도일의 이야기로는 그 욕구도 충족되지 않을 뿐더러 이런 저런 부분의 detail에 구멍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셜로키언 계열의 작가들 중에서 호로비츠 같이 재단의 인가를 받은 외전을 발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작가의 재치와 상상력에 의지하여 만들어지는데, 어떤 것들은 원작에서 누락된 부분을 보충하고, 다른 작품들은 말년의 셜록홈즈나 왓슨의 회상, 또는 주요사건들 이후의 시간대를 주요공간으로 설정하곤 한다.  이 작품에서는 해리 후디니를 등장시켜 한층 더 재미있는 cross를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우스운점은 실제로 코난 도일 부부는 해리 후디니의 팬이었다는 점, 그리고 당시 유행하던 강신술과 영매에 깊이 빠져있던 코난 도일 부부가 해리 후디니를 영능령자라고 끝까지 믿었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후디니는 후일 코난 도일 부인을 사기꾼이라고 공공연히 비판했다는 점이다.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책은 '귀향'의 작가가 쓴 책이고,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작품이다. 중고로 구입했는데, 읽으니 의외로 꽤 재미가 있었고, 생각할 점을 던져주는 바가 있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불편한 구도는 물론 중년의 성인여자와 십대소년과의 관계인데, 어쩌면 이는 2차대전 후의 세대와 그 윗세대의 관계를 나타내는 어떤 장치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하는 것에 대한 옳고그름을 떠나서, 이런 해석은 잘못 방향을 잡으면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에로틱한 소설로 볼지, 무엇인가 숨겨진 의미를 찾을지는 순전히 읽는 사람의 몫이다.  심오한 의미를 발견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을 잘못읽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 리뷰를 붙잡고 있는 사이에 다른 책 몇 권을 더 읽었고, 이 페이퍼에 함께 정리하기로 했다.  


3-4편의 단편이 한 책으로 묶였다.  살인사건자체의 특이함이나 소설적인 특별한 재미는 모르겠지만, 그저 짧은 호흡으로 사건이 끝나니까 머리 아플 일은 없다는 생각이다.  워낙 오랜 시간을 두고 읽었기 때문에 깊이 빠져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나아가서 운동하면서, 정확하게는 closing에 자전거를 타면서 읽는 책이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것은 weight lifting에만 치중했고, cardio는 많이 빼먹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반성.  이 나이에는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면 겨우 현상유지만 가능하고, 몸을 좀 가꾸려면 먹는 것을 많이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떻게 매년 1월이면 12월에서 바로 다음 날로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느낌이 다른건지.  운동 2, 음식조절이 8 정도는 되는 것 같은 늙은이의 몸이라니.




주말에 구해서 바로 읽었다.  전작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인데, 교묘한 pseudo history소설은 작가에게 이미 지나간 역사를 짜집어 재미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게 하면서도,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기존의 익숙한 이야기의 이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을만큼 성공한 전작을, 그러나 이 책은 뛰어넘지 못했다고 본다. 


사건의 개연성도 부족하고, flow도 떨어지고, 무척 강한 것으로 묘사된 캐릭터가 금방 죽고, 죽은 것으로 장치된 캐릭터가 살아나고, 또 매우 중요할 것처럼 묘사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이야기나 캐릭터가 순간 정리되어 버리는 등, 뭐랄까 매우 힘겹게 써내려간 느낌?


뱀파이어라는 영생의 괴물은 그 자체가 공포라는 단순한 묘사로 출발했지만, 현대의 뱀파이어물은 좀더 근원적인 문제에서의 영생과 뱀파이어를 접근하고 있다.  죽음이 없는 삶은 그 자체가 저주라는 식인데, 글쎄.  피만 먹고 다른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친한 이들을 결국에는 모두 잃게 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라.  연 300권씩 읽어도 평생 만 권을 읽기 어려운 책을 계속 읽어낼 수 있고, 과거에서 미래로 끊임없이, 기억의 단절이 없이도 움직일 수 있으며, 변해가는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거기에 머리를 조금만 잘 쓰면 거부가 될 수도 있음으니 초능력에 가까운 육체적인 능력 말고도 매력적인 포인트가 많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수정주의적인 관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뱀파이어의 영생의 가장 큰 문제는 무기력감이 아닐까?  누군가 일부러 죽이지 않으면 500년이고 1000년이고 계속 살아가는 존재에게는 시간이라는 어떤 제한적인 개념자체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짧은 삶, 그 보다 더 짧은 한 순간의 젊음에게 주어지는 어떤 열정이 생길 수 없음이다.  아니 있더라도 사라져갈 것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하면, 그 다음 내일로, 그렇게 영원히 이어지는 삶에는 어떤 다급한 drive가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그 존재자체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이 테제는 사실 다른 어떤 소설보다도 히데유키 키쿠치의 Vampire Hunter D에서 많이 다뤄진다.  내 오리지널한 관점은 아니지만, 나는 다른 서양작가들보다 히데유키 키쿠치의 관점이 뱀파이어/영생의 근원적인 것들을 더 많이 touch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아마도 잘하면 3번째 책이 나올 것처럼 이야기를 끝냈는데, 2권처럼 백 수십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보다는 911부터 지금까지의 비교적 짧은 시간대에 집중하면 좀더 재미있고, 인과관계의 설정이 용이한 소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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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사실이군요. 코난 도일이 마술사 후디니의 팬이였다니. ㅎㅎㅎ 작가의 성격과 그가 만든 작품 주인공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례가 도일과 홈즈죠. 홈즈는 초자연현상을 믿지 않는 인물로 그려졌거든요. ^^

transient-guest 2015-01-29 14:58   좋아요 0 | URL
코난 도일은 말년에 특히 강신술에 깊이 빠졌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코난 도일은 홈즈보다는 왓슨에 가까운 캐릭터였을지도 모르겠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