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regular하게 일정한 패턴의 생활을 지향한다. 혹자에 의하면 그런 건 ADHD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 꽤 그런 성형을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집중력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았고, 어쩌면 난 ADHD였거나 아직도 ADHD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필요한 집중력은 늘 부족했고 필요하지 않는 다른 것들에는 높은 집중력을 보였으며 책이나 소프트를 수집하는 일에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으니 이런 것들이 굳이 갖다 붙이자면 ADHD에게서 특히 볼 수 있는 경향이라고 하니, 어쩌면 나는 ADHD를 달고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주말이면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씻고 서점이 여는 시간에 맞춰 나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글을 정리하는 것을 즐긴다. 전날 과음을 하더라도 소주를 마신 밤이 아니라면 적절히 damage control이 되고 늦어도 오전 7-8시 사이에는 gym에서 땀을 흘리면서 알코올을 빼고 있는 것이 보통 주말의 내 모습이다.  그냥 그렇게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 일도 계속 하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이미 평균수명의 반을 넘어가고 있으니 그리 오래 남았다고 볼 수는 없는 삶이 아닌가.  윤회를 하든,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든, 어차피 이번의 생은 한번이다. 그 한번을 즐겁고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알라딘 헌책방을 통해 구했기에 하권은 나중을 도모해야 한다. 스티븐 킹은 정말 걸출한 글쟁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유명해지기 시작하던 80년대, 그리고 한창 빛을 발하며 문학적으로도 큰 가치가 부여된 90년대에는 정말 대단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었다.  Visualization의 가치도 높았기에 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나왔는데 'Shining'이나 'Carrie', 'Misery'처럼 영화사에 남은 것들도 있고, 그 외에도 TV로 극화된 작품도 많이 있는 대단한 작가이다. 예전에 Dark Tower시리즈를 하나씩 구해서 갖고 있는데 아직 제대로 도전하지는 못하고 이런 저런 유명작품들을 하나씩 읽어가고 있다. 이번에 구한 이 단편집에는 역시 영화화되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한 '미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대략의 설정을 잡은 후 나머지는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대로 소설이 만들어지는 건 촌상춘수선생과 비슷한데, 그렇게 리버럴하게 손이 가는 대로 책이 나오는 걸 보면 왕스티븐씨의 필력도 굉장할 것이다.  의외로 번역본은 많이 읽지 못했는데, 기회가 되면 하나씩 들어가 볼 생각이다.



일단 하고 싶은 말. 저자가 현직의 고위직 판사가 아니었다면 쉽게 책이 나오고 읽혔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들은 말이 있어서 더욱 그랬는데, 예나 지금이나 한 분야에서 보편의 기준에서 성공을 하면 다른 분야로의 길도 조금은 쉽게 열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제대로 기회를 살리려면 역시 재주가 필요한 법이고 그런 면에서 이 법조인은 재주가 있다고 감히 평가하겠다. 성창호나 양승태를 비롯한 주류 때문에 판사들이 똥값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어쨌든 똑똑한 사람들인데, 거기에 저자는 책도 많이 읽었고, 다소 비딱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게 된 어린 시절을 겪어서인지 꽤나 튀어나온 못처럼 사고하고 말하는 면이 없지 않다. 덕분에 그의 에세이들은 절대다수의 주류파와는 그 궤를 달리하는 듯하며, 다만 법원에서의 지위를 유지할만큼의 지혜 혹은 보신을 하는 수준은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공감과 약간의 disagreement를 주고, 조금은 부러울 수 밖에 없었다.


금요일을 향해 나아가면서 시작한 추리소설은 잠이 오지 않아 새벽 2시까지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났는데, '엽기의 끝'은 아무래도 결말을 짓기 어려워진 이야기의 방향성을 틀어 장편으로 맺은 탓인지 억지스러웠지만 '미스터리 서점...'은 유명한 작가들의 활극을 단편으로, 오직 크리스마스를 위해, 그리고 the Mysterious Book Shop과 주인장이 오토 펜즐러가 등장한다는 법칙을 적용해서 특별판으로 엮은 덕분에 무척 즐겁게 읽었다.


서점에 늦게 나갔더니 계속 비가 오는 날씨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았고, 당연히 앉을 자리도 없었기에 금방 돌아오게 되었는데, 답답함 때문에 사온 맥주 몇 캔을 마시면서 이렇게 한 주의 정리를 마치게 되었다.  연말에 특히 미친 사람처럼 책을 주문했는데 크레딧카드의 결제통계에 의하면 2018년에는 책구매에 최소한 만불이 넘는 지출을 했다.  다른 면에서 해소가 되지 않는 무엇인가를 쇼핑을 통해, 그리고 책과 정보의 전승을 위한 보관이라는 이상한 명분을 바탕으로 이뤄진 기행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또 보관함을 뒤지고 한번에 $200구매라는 최소한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browsing을 하고 있으니 나도 상당한 중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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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0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스마트폰 없으면 못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은 ADHD가 아니더라도 집중력이 오래 가지 못할 겁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로 집중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느꼈습니다. ^^;;

transient-guest 2019-02-11 02:32   좋아요 0 | URL
요즘의 아이들은 거의 다 minor ADHD로 진단이 나온다고도 하네요. 확실히 뇌는 점점 더 다른 방향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ㅎ

stella.K 2019-02-10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이, 이렇게 점잖으신 분이 ADHD는 무슨...

transient-guest 2019-02-11 02:33   좋아요 0 | URL
minor한 수준의 ADHD를 의심합니다.ㅎ

blanca 2019-02-10 1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 루틴에 집착하는 면은 오히려 ADHD 반대 아닌가요? 여하튼 transient님 루틴은 부러운 일상입니다. ^^

transient-guest 2019-02-11 02:33   좋아요 0 | URL
ADHD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루틴화 그리고 정리된 일상이라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그런 걸 선호하게 된 것 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