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고 있는 업무용 PC는 Lenovo Thinkpad인데 사무실을 처음 열 때 구한 것이다. 겉멋이 들어서, 그리고 한번은 그렇게 해보고 싶어서 굳이 비용을 더 치루고 같은 성능의 상용버전을 샀는데 덕분에 따로 돈을 더 들였지만 docking station을 사서 모든 주변기기를 셋팅해두고 사용할 수 있었다. 직원으로 일할 때 그게 그렇게 좋아 보였고 부러웠었는데, 벌써 6년을 사용했고, 2015년엔가 SSD를 넣는 등 추가비용을 들여 수명을 늘여왔다.  아직도 업무에는 문제가 없지만 갈수록 낡고 무거운 느낌이 더해가고 여기에 배터리의 수명도 짧아졌기 때문에 전선을 연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오래 써도 1-2시간이 고작인 것 같다.  화면의 밝기를 더 낮추면 물론 조금 더 쓰겠지만 어쨌든 배터리는 더 좋아지지 않는 것이고, 새로 가는 비용까지 보태서 새로운 노트북을 사야하는 시점이다.  아마 남은 반년의 사정에 따라 돌아오는 Black Friday를 노리고 있는데, 가능하면 이때 모니터도 갈 생각이며, 조금 더 오버하면 PS4와 Nintendo Switch, 그리고 Xbox One까지 하나씩 갖추고 싶은 것이 this man-child의 작은 wish다.  


이런 저런 상담을 하다보면 확실히 내 업무스타일이 경쟁력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규모와 마케팅인데 이 부분에서는 내가 좀 게으른 탓도 있고, 아직 몸집을 키우지 못한 탓에 좀더 공격적으로 일을 해나갈 수 없는 것이다.  하나씩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고, 모두 내가 직접 손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일본의 서구화, 그리고 그 과정과 attitude를 보면 오리엔탈리즘을 탈피하고 싶어하면서도 자의든 타의로든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일종의 irony와 paradox의 요소가 섞인 것으로써, 포장해서 멋지게 present하는 부분에서는 이를 이용하는 모습이, 문화적 자부심을 한껏 뽐내며 마치 한 단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모습에서는 이를 떨치고 싶어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다.  '차의 책'을 읽는 내내 중국에서 모든 것을 직수입한 것처럼, 그러니까 그 중간의 한국에서의 선진문화수입과 이를 통한 개량은 쏙 빼놓고 씨부려대는 제국시절의 일본지식인을 볼 수 있었다. 도무지 왜 이 책이 계속 번역되어 출간되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누구 못지않게 일본문화나 이 시절 일본의 근대소설을 좋아하고 여러 모로 문화와 사람, 그리고 역사를 분리하여 일본을 대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다도의 문화를 발전시킨 점이 분명 있지만 기실 이것도 일본의 거친 무사문화를 완화시키기 위해, 그리고 필요 이상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 과정에서 만들어진 면이 없지 않은 것이 일본의 차문화라고 생각하기에 이 복잡한 이야기는 다소 우습게 생각되기도 하는 것이다.  생활처럼 대하는 나라에서는 오히려 글라스나 다른 컵에 편하게 마시는 와인이 그렇지 못한 곳에 와서는 마치 크리스탈로 만든 튤립잔이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본질보다는 형식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일본의 차문화라는 것의 실상을 조금 달리 보이는 것이다.  그냥 그런 책.


나오면 바로 구해서 읽는 '낭만 픽션'의 일곱 번째 책.  인형제작을 하던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인형사가 되어 공연을 한다. 실상은 인형사가 자신과 인형의 일인이역을 하는 건데 어쩌다 보니 인형은 진실만을 말한다고 소문이 나서 이런 저런 일에 휘말리고 이를 해결해가는 것이 주된 플롯.  '낭만 픽션'시리즈에서는 굉장히 파워가 넘치는 작품도 몇 개 있고, 마쓰모토 세이초의 극화도 있는데, 이런 느낌의 동화 같은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사람의 혼이 들어갔거나 귀신이 붙은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기 때문에, '인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취미로 온갖 인형을 다 모아서 한켠에 늘어놓고 전시하기도 하던데,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취미 같다. 실제로 일본의 어느 절에 봉인된 인형의 경우 죽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인형의 머리카락으로 사용했다는데 이 머리카락이 아직도 자라고 있다는 기담이 있어서, 도무지 인형 같은 건 맘이 가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매우 creepy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에 인형사까지 붙어서 복화술로 연기를 하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머리가 쭈뼛한 느낌이 절로 들고 밤에는 악몽을 꿀지도 모른다.  


하지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가려는 듯 오늘과 내일은 근래 가장 더운 이틀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후 또 한 일주일 정도 좀더 낮은 기온으로 유지되면서 그렇게 전체적인 상승곡선과 함께 여름을 맞게 된다.  보통 이곳에서의 여름은 6, 7, 8월인데 6월을 일주일 남긴 지금에도 완전한 여름날씨보다는 아침과 저녁, 꽤 춥게 느껴진다.  짧은 여름이 되려는 것 같다.


어쨌든 더운 날씨도 그렇고, 심심하기도 하고, slow 한 금요일 거지 같은 전화 몇 통을 받고 짜증이 나버려서 사무실을 뛰쳐나와 맥주를 잔뜩 사들과 집으로 들어왔다. Summer Solstice를 기념하면서 (Dresden Files의 표현이라면 Summer Court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시원하게 마시면서 노닥거릴 생각이다.  운동이라면 새벽에 일어나서 조금 달리고 요가를 했으니 내일 weight와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면 그만이다.  


대학교 때 한창 싼 맥주를 위주로 마시다가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되어 맛을 찾아서 이런 저런 craft맥주나 import를 섭렵하길 어언 20년.  뱃살도 그렇고 가볍게 마시기에는 light beer가 나쁘지 않기에 요즘은 가벼운 걸 선호하는데, 그러다보니 싼 맥주도 그럭저럭 마실만하다는 생각이다.  그 맥락에서 간만에 밀러, 버드라이트, 쿠어스라이트와 함께 모델로 에스페시알을 하나씩 갖고 왔다.  오~ 간만에 마시는 밀러는 나쁘지 않다.  싼 맛이지만, 젊은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맛이다. 나이를 먹은 지금에는 반갑고 소중한 기억인데, 여기에 더해서 이런 맥주에는 점점 더 중류층에서 하류로 밀려난지도 오래인 American working class의 맛이 느껴진다. 아마도 블루컬러 직종으로 잘 먹고 살 수 있었던 건 80년대 중반까지가 끝이었을텐데, 블루컬러라고 보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자영업노동자라는 직업정체성을 갖고 있는 나도 아련하게 뭔가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맛이 밀러맥주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순전히 나이를 먹은 탓일게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전작을 하고 있는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작품. 운동을 하면서 천천히 읽었는데 spin을 할 때만 책을 읽기 때문에 (이제는 pace가 제법 좋아서 뛰면서 책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래 걸렸다.  나폴레옹의 치세, 스페인과 프랑스군의 전쟁 중 포위된 스페인의 군항 카디스에서 포탄이 떨어질 때에 맞춰 잔인하게 살해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오래지 않아서 연쇄살인이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이를 해결해야 하는 형사의 이야기가 스토리의 한 축. 여기에 상인집안의 이야기가 다른 한 축. 그런데 무엇을 위해 다른 것을 배치했는지 알 수 없는 결말이 나와버렸다.  범인의 정체가 너무도 시시했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촘촘하게 엮은 심리묘사나 당시의 상황극은 역시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남은 책도 마저 읽고 있으니 전작은 내 팔자인 듯.  


월드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한국 팀의 경우 모든 것이 불안정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영 그런데, 안 볼 수가 없어서 굳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보려고 한다.  그래도 이겼으면 좋겠다만 대한민국 적폐의 상징과도 같은 축협이라서 모르겠다.


그냥 맘 편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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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8-06-23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에 있을 때 Yuengling Tradicional Lager 만 거의 마신 듯. 아주 맛있더라구요! 가장 유럽맥주와 비슷하지 않은가 싶고. 뭐 그냥 유럽맥주라기보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유럽맥주.
암튼 요즘 덕분에 사랑할때와 죽을때 읽고 있는데 뭔가 겨울에 읽고 싶은 소설이랄까, 그러네요. 계속 좋은 책 추천 부탁해요. 땡스투 열심히 해드릴게요! 헤헤

transient-guest 2018-06-25 02:54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맥주는 제가 처음 들어봅니다. 요즘은 라거도 많이 마시지만 그간 맥주 자체를 적게 마시려고 했고 마시면 IPA나 ale계통을 즐겼던 탓이네요. 에리히 레마르크의 책은 수준이 참 높아요. 소설로써의 재미도 훌륭하구요.ㅎㅎ 그저 열심히 읽겠습니다...ㅎ

cyrus 2018-06-23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리나라에 수입 무알콜 맥주가 판매되고 있어요. 무알콜 맥주가 일반 맥주보다 가격이 싼 편이에요. 가격이 싸서 무알콜 맥주를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건강을 생각해서 무알콜 맥주를 마셔야겠어요. ^^;;

transient-guest 2018-06-25 02:55   좋아요 0 | URL
무알콜맥주는 일단 취하지 않는다는 점은 괜찮은데, 알콜이 빠진 것으로 퓨린수치가 낮아지는건가요?? 어쩌면 저도 try해봐야하겠다는 생각이...ㅎ

cyrus 2018-06-25 15:21   좋아요 0 | URL
시중에 판매되는 여러 가지 무알콜 맥주의 알콜 도수는 0.5입니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ㅎㅎㅎ 무알콜 맥주를 많이 마시면 퓨린 수치가 높아질 수 있어요.. ^^;;

transient-guest 2018-06-26 03:02   좋아요 0 | URL
지금 보니 퓨린수치 외에도 알코올이 결국 요산을 만드는 걸로 나오니 무알콜 맥주라고 해도 조심하셔야 하는게 맞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