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방대해지는 스타워즈의 세계관에서 가장 미국적이고 스페이스오페라의 전형을 보여주는 케릭터는 아마도 Han Solo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오리엔탈리즘이 많이 가미된 듯한 제다이의 스승-제자관계, 선과 악의 대결 같은 개념보다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도 매력적인 케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성격이나 툭툭 던지는 대사를 봐도 미워할 수 없는 마초이면서 나름대로 순수한 사고뭉치 같은 설정으로 젊은 해리슨 포드가  Han Solo로 빚어졌다고 보일 만큼 해리슨 포드 그 자체가 Han Solo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사실 이번에 새로 나온 스타워즈의 외전 Han Solo를 많이 걱정했었다.  알라딘에서 찾아도 엄청난 reference가 나오는 만큼 스타워즈의 세계관에서는 주인공 이상 사랑을 받는 영원불멸의 캐릭터다.  서부의 총잡이와 캐러비안의 유쾌한 모험해적과, 방랑협객의 feature가 골고루 섞여 있는 Han Solo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가 이번에 나와서 업무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오전 9:45 프로를 본 것은 영화가 나온 주간이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고 말도 많은 영화이고 상업적으로도 다른 스타워지영화들에 비해 성적이 저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호사가들이나 비평가들은 저리가라고 말하면서 내 맘에 들면 그만이라는 attitude으로 영화를 보는 20대의 영화광이 바로 나.  한때 Santa Cruz의 영화관을 주름잡으며 독립영화, 예술영화, 유럽영화와 흥행영화까지 다 챙겨보던 시절도 있고, 시간이 좀 많이 남던 대졸-취업-로스쿨 사이의 시간에도 낮시간을 극장에서 보내던 사람이라서 영화에 대한 내 주관은 나름 확고한데, 그저 내 맘에 들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념비적인 영화, 특히 클래식들은 모두 구해서 보려고 모아서 하나씩 까서 시간이 날때 한 개씩 먹고 있지만, 그런 건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각설하고.


Han Solo는 비교적 충실하게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다만, 기존의 영웅과 빌런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Rogue One보다도 더 주변부의 사람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며 prequel답게 대략 Episode 3과 4 사이의 시간대를 커버하고 있다.  Rogue One이 준 감동 - 영웅들이 아닌, 평범한 개개인의 희생과 노력으로 시작되는 'New Hope' - 같은 건 아니지만, 젊은 Han Solo의 시작을 볼 수 있고,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가끔 언급되는 '배반당한 사랑' 같은 reference를 trace할 수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 내내 액션이 좋아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우리는 물론 그의 미래를 알고 있지만, 알고 있기 때문에 묘한 anticipation을 오히려 느끼게 해주는데, 마지막 장면에 여유로운 표정으로 츄이와 함께 새로운 껀수를 찾아서 떠나는 그의 젊음 모습에서 완전히 몰입되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레임을 느끼면서 관람을 끝냈다.  


Definitely, 기존의 스타워즈의 계승은 아니지만, 그리고 너무 낮은 연령대에 친화적인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딴 비평은 개의치 않겠다.  난 좋았으니까.  보는 내내 행복했고, 모험을 찾아 떠나는 젊은 그의 모습에 빙의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니까.  모험이 시작되는 설레임과 결말을 알기에 느끼는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는 좋은 시간이었으니까.


모든 면에서 미숙할 수 밖에 없는 젊은 그가 훗날의 능글맞은 해리슨 포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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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6-17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아주 좋았어요!!!

transient-guest 2018-06-17 08:42   좋아요 0 | URL
정말 즐겁게 보낸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