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책을 여럿 돌아가면서 읽고 있다. 이 부분은 늘 같은 모습인데, 어쩌다가 중간에 너무 흥미로운 책이 들어오면 만사를 제쳐 놓고 그 책을 읽는다. 덕분에 다 읽은 책을 기준으로 수치를 산정하는 주간의 독서량은 현격하게 떨어지지만, 어차피 다 읽을 책이라서 상관은 없다. 복잡한 일상이 더 복잡해지는 건 논픽션을 읽거나 뭔가 생각할 것을 던져주는 소설을 읽기 때문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간만에 Harry Dresden과 동료들의 모험을 읽는 것으로 이번 주에는 신선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나아가서 이런 supernatural한 세상이 우리가 아는 현실을 덮고 있다는 가정을 하면서 소설속에 빠져들어가다 보면, 세상 만사가 다 하찮게 느껴진다.  더 큰 그림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겠지만, 뭔가 더 멋진 일들을 떠올리고 더 멋지고 거대한 세상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법과 선과 악의 대립, 그 중간에 걸쳐 있는 우리가 사는 세상, Harry Dresden이 늘 The Nevernever로 표현하는 이계의 세상, 무서운 것들로 가득하지만, 자연계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계와 그 바깥의 경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방의 존재들과의 전쟁, 그 계통과 feature에 따라 Red, White, Black, Jade 등으로 나눠지는 뱀파이어의 세계 (그 중 Red Court는 Harry의 숨겨진 딸을 노리고 벌인 이런 저런 일들과 그 밖의 범죄(?)의 댓가로 White Council과 전쟁을 벌이던 와중에 Harry가 싸그리 날려 버려 멸종(?)된 상태), 세상 곳곳의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것들까지 정말 풍부한 소재와 글재주로 늘 큰 재미를 준다.  정식 시리즈의 중간을 채워주는 이야기로, 그간 이런 저런 매체에서 한 편씩 출간되었던 단편을 모은 책.  정식 시리즈도 곧 나올 것 같은데, 마냥 기다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는지 몇 권 나오다 말았고 이젠 구할 수도 없는 것 같은데 무척 아쉽운 점이다. 첫 한 두 권이 나왔던 것은 예전에 중고로 기념삼아 구했는데, 뱀파이어 헌터 D 시리즈와 함께 국내 SF-판타지 팬을 위해 번역이 시급한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한다.  잠깐 다시 웅심이 가득하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P.S. Harry가 즐겨 쓰는 표현 중에서 'Hells Bells'는 젠장할! 같은 의미로 볼 수 있고 'Stars and Stones'는 하늘이여 땅이여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우리가 쓰는 일상의 언어보다는 조금 더 마법의 세계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맘을 내려놓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줄어든 일로 늘어난 시간을 회사에 도움이 되는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금년의 performance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생각하지 않고 조금은 더 여유를 갖고 대하려고 한다.  조급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  


문학이나 지성의 역사가 있다면 전혜린은 한국의 현대지성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사람이다. 헤르만 헤세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외국유학하고, 문재를 자랑한, 지금의 기준으로 보아도 매우 뛰어난 이 영혼이 여자로써는 특히 더욱 엄혹했던 그 시절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고작 31살의 나이에 세상을 버리고 떠났을까.  예나 지금이나 빼어난 인재를 키워내지도 못하고, keep하는 건 더더욱 제대로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대한민국 하고도 이 시절에 태어난 것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문재를 제대로 떨쳐보지도 못하고 수필과 번역서만 남기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 천재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상과 세상 많은 것들에 대해 떠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보아도 무척 앞선 그녀의 사상과 철학을 담기에는 1960년대의 대한민국은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음이다. 


'공성전'이 생각보다 좀 느리게 전개되는 탓에, 그리고 이번 주에는 cardio가 줄었고, 특히 spin을 적게 한 탓에 1권을 아직도 붙잡고 있다. 그나저나 인터넷이 좋기는 한 것이, 지금 roku TV를 사용해서 sling TV라는 스트리밍채널을 기존의 케이블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PC를 켜고 글을 쓰면서 폰으로는 앱을 통해서 월드컵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roku TV에 ondemandkorea와 netflix 그리고 youtube까지 다운 받았기 때문에 TV에 별도의 PC를 붙이지 않고도 어지간한 건 다 스트리밍을 해서 보고 있다.  전혀 스마트하지 않는 내 10년된 LCD TV로 말이다.  (물건을 하나 사면 거의 부서질 때까지는 쓰는 사람입니다).  


6/21인 다음 주 목요일이 Summer Solstice로 공식적인 여름의 시작이다. 그런데 6월 내내 아침 저녁으로는 꽤 춥고, 해는 뜨겁지만 구름이라도 조금 끼면 금방 추운 기운을 느낀다. 보통 6, 7, 8월이 여름 3개월이고 9월부터는 가을로 들어서는데, 이번 해는 여름이 짧거나 뒤로 길게 늘어질 것 같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래도 주말에 이렇게 아침 일찍 BN에 나와서 단돈 2불에 커피를 마시면서 (맥도날드는 1불이면 대짜도 마실 수 있는데, 놀랍게도 맥도날드커피는 그 급에서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앉아있으니 아주 잠깐이지만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주말 내내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보낼 생각이다.  재미는 없지만 교양을 위해, 그리고 가능하면 읽던 책은 다 읽는 주의라서 '차의 책'을 마저 읽으면서, '인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리고 따끈따끈한 미야모토 테루의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를 집에서는 읽고, 운동을 하면서는 '공성전'을 계속 읽어나갈 것이다.  게임도 영화도 좋고 음악도 좋지만 살면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엔 책 만한 것이 없다.  이담에 강아지를 하나 키우면서 일찍 일어난 주말의 아침에 커피와 함께 책을 보면서 여유를 즐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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