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에는 '전문대학교'로 오역이 되는 'Community College' 혹은 'Junior College'라는 것이 미국에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중간이라고 보면 되는데 '대학'이라기 보다는 대학교에 편입하거나 직업교육, 또는 한국에서 사설학원이 맡은 역할을 city나 town차원에서 지원되는 공립학교에서 맡기 위한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외국어를 배우고 싶거나 사진을 배우고 싶다면 학원이 아니라 근처의 JC를 찾아서 등록하고 학기에 한 과목씩 수강하는 것이고, 보다 더 보편적으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여러 가지 이유로 정규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2년간의 JC과정으로 교양과목과 편입에서 요구되는 특별과목을 수강하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4년제에 편입하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편입보다는 직업교육을 역할이 더 큰 JC도 있는데 결국 그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취지라고 보면 된다.  


예전에 고등학교 때 JC에서 몇 과목을 수강하면서 알게 된 한국유학생들을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서 대학진학이 어려워서 JC를 통해서 미국대학교로 편입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이도 보통 25-28사이의 형들이 많았던 것 같다. 2년이 아니라 3년 혹은 4년도 넘게 JC에서 성적관리를 했고 공부가 어려워서 성적위주로 과목을 찾기도 하는 등 다양한 꼼수를 부려가면서 비교적 좋은 학교들로 편입들을 했는데, 그래도 그 또한 노력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정신적 여유랄까, 너그러움이 나에게도 생긴건 세월과 함께 쌓인 경험이 아닌가 싶다. 


모항공사의 조모씨의 인하대학교편입을 둘러싼 부정의혹은 이와는 조금 다른데 한국언론에서 누락된 설명을 하기 위해 서론을 길게 썼다. 조모씨가 미국에서 다닌 학교는 JC다. 여기서 2년을 수강하고 편입을 했으려면 미국에서 했어야 했다. 그런데 2년을 다니면서 제대로 수강과목을 채웠는지, 성적이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하니, 미국에서도 편입을 어려웠을것이다.  그런 JC 2년수강으로 한국의 4년제 대학교에 편입을 했다는 건 심각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외국의 4년제 대학교를 다니다가 3년과정을 마친 상태에서 학점이수와 다른 요소에 따라 편입이 되는 것이니 Junior College에서의 2년수강은 기본적인 자격부터 미달인 것이다.  언론사에서 굳이 2년제 대학교를 다녔다고, 그러니까 '대학교'라는 term에 방점을 찍는데, JC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개념의 '대학교'가 아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고등학교 졸업장과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것이 JC라는 말씀. 외국학생은 토플이 필요하지만 이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미국사람이거나 영주권자니까 토플점수 없이 고졸로써 그냥 돈만 내고 2년간 놀다가 인하대로 유턴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시 책임자들, 교수들, 행정, 경영까지 싹 다 형사고발되어 재판을 받고 불명예스럽게 모가지가 날아가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그런 대가리로 3남매가 똘똘 뭉쳐 재벌기업을 주무르고 있으니 모양새가 그 꼴인 것이다.  사실 한진일가만 뉴스화가 되는데, 대한민국의 대형기업, 아니 그냥 일개 돈 많은 부자들은 안 그러고 살까?  거기서 거기고, 돈과 힘에 비례해 더 나쁜짓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JC는 훌륭한 제도이다. 돈이 없는 학생, 고등학교과정까지를 여러 가지 이유로 망친 학생, 늦게 학업에 눈을 뜬 학생들, 나이가 들어서야 공부할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고졸-대입의 tech tree에서 인생의 방향이 결정지어지지 않고 언제든지 더 공부하고 더 좋은 학교에 가고, 더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일반대학교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미국으로서는 드물게 사민주의적인 제도인 것이다.  실제로 돈이 없어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 JC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심지어 아이비리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주 단위의 명문학교에 가는 경우도 아주 많다.  JC출신들은 아예 공립4년제에서 3학년편입숫자에 일정한 쿼터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 등 차별받지 않도록 법적으로 장치를 마련하는 경우까지 포함해서 매우 좋은 제도를 abuse하는 인간들이 없지는 않은데 그 중 하나가 조모씨였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뉴스기사가 떠올라서 적어봤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8-06-06 1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은 계급에 상관없이 실력이 있으면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잖아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미국과 비교하면 너무 획일적이고 단순해요. 학습 결정의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은 ‘(4년제)대학교‘ 중심의 입시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도 JC 같은 제도가 많아져야 해요. 물론, 조 뭐시기처럼 실력 없는 사람들이 거저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실력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transient-guest 2018-06-07 00:31   좋아요 0 | URL
한국보다는 그런 mobility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난하고, 늦게 깨우쳤고, 젊은 시절 방황했다고 해도 어느 시기든지 맘을 먹으면 인생을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이 있습니다. 한국은 공부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심지어 취업도 시험을 쳐서 성적으로 들어가니 더더욱 모든 것이 일찍 정해지고 사람은 금방 꺾입니다. 한국에 JC제도가 도입되면 근데 전문대학교와 사설학원들이 난리가 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