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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효과 - 《80/20 법칙》리처드 코치의 새로운 시대 통찰
리처드 코치 & 그렉 록우드 지음, 박세연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다 보니, 인위적으로 인맥을 쌓는다는 것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나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인맥을 쌓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게 쌓은 인맥이라는 것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인맥을 만들어라는 말은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말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고역이다. 그러다 보니 책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인맥 관련 자기 계발서들을 보면 흔히 나오는 내용을 가지고 "낯선 사람 효과"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서 책 한 권을 다시 만들어 내는지. 책 제목에서부터 실망을 하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본 책의 내용은 그 첫 인상을 저버리지 않는다. 인맥을 강조하는 다른 책들에 비해서 이 책은 어느 정도 학문적인 성찰을 갖추려는 노력은 있었으나 약한 고리의 인맥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들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처음의 실망은 점점 상쇄되어 간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뒤로 가면서 체계화 한다. 단순하게 인맥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네트워크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네트워크 관점으로 접근하면서 저자는 인맥을 관계라는 단순한 관점을 넘어서 사회적 연결망이라는 거대한 형태로 만들어 설명한다. 이러한 거대한 설명은 약한 연결이라는 인맥이 만들어낸 개인들의 성공담을 나열하는 초반 책 내용과 비교하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관점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 관계에서 시작하는 책의 앞부분은 설렁설렁 읽고 넘어가다 보면, 허브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부터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라는 관점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저자는 약한 연결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동시에 균형을 이루어야 된다고 말한다. 강한 연결, 허브, 약한 연결이 조화를 이룰 때 네트워크의 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데도 유용하게 작용한다.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저자는 "역사를 통해 인류가 일구어 낸 진보의 기반에는 전문화라는 개념이 있다. 개인은 허브 속에서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마찬가지로 허브는 네트워크 속에서 가장 뛰어난 분야에 주력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허브는 잘못된 집단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흔히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부정과 부패를 눈감고 때론 옹호하는 형태의 조직이나 기업들이 바로 그런 잘못된 집단 사고의 한 형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거대한 외부의 압력과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고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종종 자신의 가치관을 저버린다. 이처럼 조직 시스템은 개인의 정체성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만의 허브를 창조하기도 하고, 이동하기도 하지만, 강력한 "허브의 중력"은 허브의 울타리 안에서 머무르게 만든다. 그럼 인해서 사람들은 "허브"를 통한 네트워크의 힘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허브 안에 갇혀 버린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저자의 아주 독특한 현상 분석이 나온다. 가난한 지역이 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지를 저자는 약한 고리와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마크 그라노베터의 "하위계층일수록 강한 연결의 빈도는 더 잦다."라는 말은 인용하면서 "이 말은 가난할수록, 불안감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가족이나 이웃, 또는 자신이 속한 조직과의 강한 연결에 더 집착한다는 뜻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가난한 사람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버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인 및 외부인과의 약한 연결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이 읽은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을 보면 "신흥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도시화"라고 했는데, 오히려 이 책에서 도시에 존재하는 다양한 허브와 약한 연결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의 가치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강한 연결로 뭉쳐진 공동체 속에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와는 반대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약한 연결과 다양한 허브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회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큰 병폐로 떠오르고 있는 자살자의 증가 역시 강하든 약하든 연결고리가 점점 끊어지고 있어서 생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초반의 개인적 인맥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독특한 해석이 더해져 만들어낸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한 저자의 접근은 상당히 설득 있게 다가온다. 특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목소리를 비롯해, 남성들의 강한 여성혐오 경향등을 보면 이상한 강한 고리가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상당히 짓밟고 있는 것 같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런 현상이 대단한 이성의 골격을 갖춘 것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우려스렵다. 결국 그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약한 연결을 단절시키고, 강한 고리만을 남겨두게 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좀 먹기 시작해 결국에는 역동성마저 죽이는 폐쇄적인 악순환의 고리로 빠뜨리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는 "빈곤이란 특정한 지역에 갇혀 있고, 자유롭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자본과 자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경제적인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빈곤은 다각화된 네트워크, 경제적, 사회적으로 활동적인 사람들과의 연결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이라고 말한다. 경제적 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다각화된 네트워크를 만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네트워크의 태동마저 막고 있다. "단일 민족"이라는 강한 연결의 끈을 비롯해, 극단적인 이분법적 정치적 사고를 비롯한 배타적 혐오 정서는 결국에 정서적 빈곤으로 우리를 몰아 넣을 것 같다. "공감의 능력은 '지적 유연성과 자기 방향성'을 동시에 창조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다양한 태도들 중 적절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저자의 말 처럼. 우리는 단순히 개인적인 인맥의 확장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지적 유연성과 자기 방향성을 키워 스스로가 네트워크의 허브를 창조하기도 하고 약한 연결의 고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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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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