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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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를 처음 영접했다. 정말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재미와 감동, 의미를 다 잡은 판타지 성장 소설이자 가족 소설. 청소년 문학의 범주에 넣는 것이 무의미하다. 청소년은 물론 보다 많은 성인들이 읽기를 바란다. (개정판 기준)파스텔톤 표지와 대비되는 띠지 속 '잔혹동화' 문구가 의아했지만 완독 후에 그보다 더 어울리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작품은 '다양성'과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 그리고 '가족의 조건'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 특히 한국인은 모든 일에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 그들에겐 무엇이든 올바른 정답이 있다. 이것은 이래야 하고 저것은 저래야 한다. 그게 아니면 문제가 있는거고 정상이 아니다. 인간은 물론 가족도 마찬가지, 모두들 사람과 가족하면 떠오르는 올바른(?) 이미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을 포함해 수천년의 역사 속 그러한 예들이 과연 몇 퍼센트나 차지했을까?

엄마는 이 과제에 담긴 두 가지 전제 조건을 혐오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불안해하며 왔다가 쌓인 불만이 서로 터진 참이었다. 그 두 가지란, 하나는 모든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있을 것이며 따라서 가정은 화목하리라는 오류, 또 다른 하나는 모든 화목한 가정이 동영상 촬영 가능한 스마트폰이나 그에 준하는 전자 기기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물질적으로 넉넉하리라는 짐작. - 214p

'정답'에 의하면 엄마나 아빠가 없으면 정상이 아니고, 아이가 없어도 정상이 아니다. 입양은 물론이고 이혼과 재혼은 말해 뭣하랴. 동성부부는?? 가족에 대한 정답은 누가 정했나? 세상엔 정답이 없는 것 투성이다. 정답이 아닌 수많은 답이 있을 뿐이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인간의 삶을 두고 '애틋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간은 누구나 불쌍하고 애틋한 존재다. 엄마든 아빠든 자녀든 간에 모든 인간은 애틋하다. 각각의 살아 숨쉬는 존재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기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부모 역시 마찬가지. 이 작품을 읽는 아이들이 부모의 삶과 그들에 대한 애틋함을 조금이나마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가족의 조건은 뭘까? 피만 섞이면 될까? 법으로 엮이면 되나? 그런식이면 남보다 못한 가족들이 널리고 널렸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서로에게 짐인 동시에 힘이 되고자 하는 존재'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겨 경제적 심리적으로 짐이 되어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힘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된다면 혈연 따위는 아무 의미없다. 어제 만난 사이라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 수십년간 원수 지간이었던 부모 자식, 형제도 다시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런 조건만 충족된다면 구성원이 둘이든 열이든, 맨날 지지고 볶든 가족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구병모 작가 첫인상이 좋다. 다음에 읽게 되면 그땐 <파과>를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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