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앉아 물었다
나무가 되려면 어떻게 하지?

벤치가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에 가야지.

아이의 경우
아이를 배우지 않아야 훌륭한 아이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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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 허수경 시선집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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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 P65

땡볕

소나무는 제 사투리로 말하고콩밭 콩꽃 제 사투리로 흔드는 대궁이김매는 울 엄니 무슨 사투리로 일하나김매는 울 올케 사투리로 몸을 터는 흙덩이울 엄니 지고 가는 소쿠리에출렁출렁 사투리 넌출울 올케 사투리 정갈함이란갈천 조약돌 이빨 같아야 - P39

<새>젖은 발가락으로 꿈을 꾼다 무거운 흙 속에서도 꼼지락거리며 꿈은 사랑과 같이 스며들어 자유로 다시 선다잠 속에서도 자유하지 못하는 한낱 남루보다 못한 깃발꿈은 하늘이 되고 땅이 되고 숟가락처럼 가지런히 버티고 선다 이렇게 아래에서 꿈꾸는 것들이 자식을 기른다천년을 버티고 역사를 세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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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3D 프린팅 문학동네 시인선 177
황유원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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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 앞뒤가 막막하다고는 하지만사실 우리네 생은 앞뒤가 모두 뚫려 있구나온몸에 힘을 주면 환생이고온몸에 힘을 빼면 해탈이라는 생각에잠시 힘을 빼고 한가로이 구름 위에 누워 있었는데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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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해
아직 살아서
봐야 할 것이
이토록 많다는 게

더이상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계절
돌려줄 대답보다 
받아낼 질문이 많은
초록의 계절

공포는 지루하고
희망은 창백하니
물결 - P34

신의 입장

천사의 날개는 불로 만들었다
지옥불에 달군 쇠를 억만 번 두들겨서 만들었다

줄줄줄
내가 쏟아지는 소리

빛의 칼로 귀를 자르고
들여다본다

간결한 오늘이 좋구나
가져오렴 빛과 창

내내 열려 있던 그것을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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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에는 눈도 잠이 든단다
세상을 먼저 재우고 나중에서야 잠에 든단다

잠든 눈을 내려다보며 - P13

카페 Themselves

줄에 꿰인 감을 보고 있었다
아픈 일을 생각하기 싫어서 감이
흔들리는 것을 본다

날개는 창백한 채 맞은편에 앉아
비를 말린다

간판을 읽을 수 없어서 길을 못 찾았어
그랬구나 못 읽었구나

못생긴 얼굴로 내가 웃을 때는
네가 다른 곳을 보면 좋겠다 - P28

허물어지는 건 재미있지. 죽기 위해 하루하루 산다는 거말야. 매번 내 손등을 찰싹 때리며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나는 자꾸 요동치는걸요. 멈출 수 없는 것이 핏속을 돌아다녀서, 아픈데 너무 아픈데. 커다란 의자에 앉아 두 발을 흔드는 나는 엉망진창 문제아일
뿐이고.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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