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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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인상적이다. 그것은 "나는 원래 눈물이 없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그 뒤로 이어진 모든 일들이, 끔찍했던 그 모든 일들이 그 눈물에서 시작됐으니 말이다."로 끝난다. 일단 이 프롤로그는 예고편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무릇 모든 예고편의 목적이란, 본편을 보게 만드는 것. 우리는 그 눈물이 없는 인간이, 눈물로 시작하여 보게 되는 끔찍했던 모든 일들이 무엇인지, 꽤나 궁금해지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 프롤로그는 한 일화를 통해 주인공이 어떤 인간인지 독자에게 각인시킨다. 부모님 장례 때도 울지 않은 고등학교에서 성인 영어반을 가르치는 교사 제이크 에핑. 그가 어느날 수강생들에게 낸 작문 리포트 주제는 '내 인생이 바뀐 날'이었다. 어쩌면 아마도 그런 주제는 내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쓰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좋은 주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인생이 동전처럼 뒤집히려는 기로에 서 있을 때, 인간이 아무리 어떤 애를 써도, 지금이 그런 순간이라고 알 수 있을까. 그것을 돌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누구는 임신한 십 대 조카를 거두어 먹인 이모 이야기를 썼고, 또 누구는 용기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던 전우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리포트는 그런 리포트를 읽는 일이 가슴뭉클한 일이기는 하지만, 끔찍하고 사람 진을 빼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 제이크 에핑을 울게 만들고 글 위로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눈가를 훔쳐가며 한 군데도 수정하는 일이 없이 결국 A+를 주게 만들었다. 그 리포트는 그가 '정규 교육이 가능한 정신지체인'보다 손톱만큼 낫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 두꺼비 해리라고 불리는,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혼내는 일 한 번 없는 고등학교 수위 해리 더닝이 쓴 것이었다. 그 리포트는 이렇게 시작했다. "어떤 날이 아니라 어떤 밤이었다. 내 인생이 바뀐 것은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와 두 형제를 주기고 나를 심하게 다치게 만든 밤이었다. 여동생도 심하게 다쳐서 혼수상태가 됐다. 여동생은 깨어나지 못하고 3년 만에 주겄다. 이름은 엘렌이었고, 내가 정말로 사랑했는데. 꼿을 따서 꼿병에 담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스티븐 킹의 소설 <11/22/63> 얘기다.

2. 
그러니까 이 소설은 인생이 뒤집히려는 기로에 서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동시에 이미 뒤집힌 사람의 기록 - 다시 말해서 해리 더닝의 기록과 같은 의미를 담은, 제이크 에핑의 기록("그 뒤로 이어진 모든 일들이...")이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착한 사람이 옳다고 믿는 일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상당수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런 이야기에 약하다. 착한 사람이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 분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온 후에 뒤늦게 그 일들을 돌아보는 것 말이다. 그것은 적어도 형식적인 면에서는 몇 가지 장치를 가능하게 해준다. 즉 이는 모든 일들이 지나간 후의 기록이므로, 각각의 작은 사건에서 주인공의 후일의 감정을 붙이는 것이 가능하며, 그것은 동시에 어떤 복선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그리고 물론 그런 복선들은 읽는 이의 감정을 증폭시키기도 하면서 동시에 어떻게든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데에 효과적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스티븐 킹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음을 알려주면서도 이야기를 조금씩 지연시켜 독자의 궁금증을 끌어낼 줄 안다(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에서 이와 비슷한 것을 느꼈다. 적절한 지연말이다. 물론 이야기로 지연하는 것과 숏으로 지연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리고 그것은 전반적으로 이야기를 지배할 줄 아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때로 어떤 작가들은 자신의 이야기에 휘둘리기도 하지만, 스티븐 킹은 자신의 이야기들이 위치해야 할 곳을 알고 있다.

물론 이것은 어떤 기법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결국 독자를 해리 더닝의 리포트를 읽는 제이크 에핑의 자리에 가져다 놓기 때문이다. 해리 더닝의 인생이 바뀐 날을 읽는 제이크 에핑, 그리고 제이크 에핑의 인생이 바뀐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을 읽는 우리들. 당신은 눈물이 많은 편인가, 아니면 눈물이 없는 편인가. 아니, 그것은 별로 상관이 없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부모님 장례 때도 울지 않은 사람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당신은 부모님 장례 때는 울었겠지.

3.
많이 알려졌듯이, 그리고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이야기는 존 F. 케네디를 살리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그것의 성공 여부를 밝히는 것은 이 리뷰의 몫이 아니고, 다만 내가 흥미롭게 보았던 것은 스티븐 킹이 보는 미국의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까지의 모습이다. 당시는 전후의 혼란에서 벗어나 번영이 시작되는 시기였고, 지금보다 모든 것이 덜 발달된 시기였을지 몰라도, 한편으로는 더 풍요로운 시기였다. 그것은 예를 들어 주인공이 처음 1950년대로 건너와 마시는 루트비어 맥주와도 같은 것이다. 즉 그의 표현을 빌자면, "이 50년 전 세상은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냄새가 지독했지만, 맛은 훨씬 더 훌륭했다.(p.63)" 사람들은 순박했고, 지금처럼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스티븐 킹이 그 시기를 찬양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 무서운 것이 그 시기에는 도사리고 있었다. 예를 들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인종차별. 퍼거슨 시의 사건에서 보듯 인종 문제는 여전히 미국 사회의 뇌관이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차별이 뉴스거리도 안되는 그야말로 당연시되는 시기였고, 그것은 작가가 소설에 묘사한 실개울 위에 가로로 걸쳐진 널빤지, 즉 '흑인용 화장실'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잊지 않고 경고를 한다. "만약 당신이 내 글을 읽고 1958년이 마냥 평화로운 세상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 비탈길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덩굴 옻나무가 즐비했던 그 길을. 그리고 실개울 위에 얹혀 있던 널빤지도.(p.415)"

그러니까 그것은 한편으로 작가가 소설에 건 한 가지의 장치, '과거는 고집이 세다'와 같은 것이다. 즉 이는 과거가 바뀌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되지만, 동시에 과거에서 미래로의 흐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느리고 때로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시간은 조심스럽게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며, 우리를 조금씩 앞으로 밀어낸다. 그것은 한편으로 그가 만들어낸 다른 장치, '과거는 화음을 만들어 낸다'와도 통한다.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는 시간 속에서 화음을 만들어낸다. 소설에서의 맥락은 약간 다르지만, 그것은 어떤 비유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은 때로 과거의 어떤 일은 현재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완전한 반복이라기 보다는 화음에 가깝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일한 것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무엇인가가 살짝 바뀌어 반복된다는 것. 즉 과거라는 음악은 이미 연주되었고, 우리가 (그 음악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그 연주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어울리는 적절한 화음을 넣는 것 뿐이라는 점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춤처럼 말이다.
 
4.
이 소설은 크게 두 가지의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는 과거로 돌아가 존 F. 케네디를 살리기 위해 제이크 에핑이 벌이는 일들이며, 다른 하나는 그가 돌아가 만나게 되는 해리 더닝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과의 이야기이다. 그것은 물론 독자가 너무 큰 이야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작은 이야기만 읽다가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는 작가의 장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작은 사건들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큰 사건들을 같이 겪고 있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예를 들어 존 F. 케네디의 동생이자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던 로버트 F. 케네디의 암살을 다룬 영화 <바비> 같은 것을 연상시키는데,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는 로버트 F. 케네디, 즉 '바비'의 죽음이 있었던 하루를 다루기는 하지만, 그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와 언뜻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여러 사람들의 그 하루를 모자이크 식으로 엮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가 잡아내고자 하는 것은 그의 죽음이 끼친 직접적인 영향이 아니라, 그가 상징하는 시대성이며, 어떤 시간의 공기이다. 즉 이들 각자의 삶은 개별의 삶으로 분리된 것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을 묶는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여준다.

다시 소설로 돌아온다면, 결국 스티븐 킹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비슷한 것이다. 하나의 삶은 과거의 어떤 것을 바꾼다 할지라도 완전히 바뀌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나의 삶은 분리된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으로 과거의 어떤 큰 사건(예를 들어 존 F. 케네디의 죽음)을 바꾼다 할지라도 개개인의 삶은 또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친다 해도 그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완전히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 당연한 진리를, 그러나 우리 종종 잊고마는 사실을 좋은 소설은 다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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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4-12-03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일이 자신한테 큰일인지 깨닫지 못하겠죠 그때가 지나야 그때가 지금까지하고는 아주 바뀌어버린 때라는 걸 알죠 갑자기 그런 때 있었던가 싶기도... 있었지만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주제로 글을 쓰는 건 더 나중에나 할 수 있을지도, 아직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별로 기대는 안 해요 그것도 자신이 바라야 하는데 저는...... 그러면 결국 못 쓰겠군요 살면서 생겨나는 마디라는 게 떠오르네요 그건 어떤 나이를 지날 때 자주 말하기도 하는 듯하군요

뜸들여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왜 이렇게 늘여빼는 건가 할 때도 있어요 스티븐 킹은 더 보고 싶게 하는 쪽이군요 스티븐 킹 소설 별로 못 봤습니다 거의라고 해야겠네요 이 책 보고 싶기도 했는데 아직입니다

다른 소설에도 존 F. 케네디를 살리려고 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갑자기 그 사람과 제이크 에핑이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한사람보다 두 사람이 하면... 그냥 쓸데없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도 지난날은 바뀌지 않고, 지금도 그렇게 달라지지 않겠죠 아니 그렇게 열심히 그 일을 바꾸려고 한 제이크 에핑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희선

맥거핀 2014-12-03 22:42   좋아요 0 | URL
네..그렇죠. 제이크 에핑이야 말로 가장 인생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이겠죠.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서 말이죠. 그런데 정말 책에서 이야기한대로 인생이 바뀌려는 순간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다 지나간 후에 그 때...라고 어렴풋하게 깨닫는 거죠. 그나마 깨달을 수 있는 사람도 많치 않을 것이구요.

음..다른 소설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나보군요. JFK는 미국 사회의 트라우마와도 같은 부분인데, 없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저는 읽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만약 이게 우리나라가 배경이라면 어떤 사건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까 말이죠. 아무튼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확실히 재미있게 잘 읽히는 것은 그만큼 스티븐 킹의 능력이 좋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도 같은 소재, 같은 주제를 그야말로 수없이 반복하지만, 감독의 능력에 따라 영화가 천차만별이 되잖아요.

희선님도 재미있게 읽으실 거라고 생각이 되네요. 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뭐랄까 책의 전반에 흐르는 따듯한 정서가 좋았습니다. 스티븐 킹이 참 그래도 마음씨가 따듯한 양반 같아요.

희선 2014-12-07 01:07   좋아요 0 | URL
책 제목은 그냥 REPLAY(켄 그림우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한 번 리플레이’로 나왔군요 예전에 책 보고 쓰기(거의 줄거리)도 했는데, 제목을 잘못 써서 바로 못 찾았습니다 아니 본래 제목은 맞지만 우리나라에서 나온 제목과 조금 달라서... 저는 리플레이로 찾았거든요 그것을 보니 틀린 글자가 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놔뒀습니다 가끔 그런 게 보이면 고치고는 했는데...

예전에 쓴 걸 보기 전에 이 책에 나오는 것은 시간여행과 조금 다르지 않을까 했습니다 아주 아닌 건 아니지만, 자신이 자유롭게 옛날로 가는 게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지금 41살인 사람이 옛날 18살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시 살아요 그것을 여러 번 되풀이합니다 이 사람 제프는 죽어갈 때 그렇게 돌아간 거예요 겉모습은 어리지만 마흔한살이 될 때까지 산 기억이 있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았어요(이렇게 되면 어렸을 때 그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책에는 어린 사람과 더 나중 사람이 바뀌거든요 바뀌었다고 하기보다 자고 일어나니 나이가 많아졌습니다 시간을 뛰어넘는다고 해야겠네요 그래서 제목은 스킵skip 작가는 기타무라 가오루예요 이 사람이 켄 그림우드 소설을 말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켄 그림우드 작가소개에 ‘온 세계 모든 시간여행 소설가들이 오마주를 바치는 전설의 작품’ 이라는 말이 있군요)

제프는 여러 번 다시 살면서 다르게 살아요 케네디를 구하려고 한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연도가 안 맞아요 이 책이 아니고 다른 책에서 본 건가봐요 어디에서 본 건지... 제프처럼 그렇게 어린 나이로 되돌아가서 사는 사람이 더 있었어요(어떤 사람은 좀 이상하기도 했어요 이런 게 있었다니, 다시 산다는 것만 기억했는데) 한 여자하고는 죽는 날이 같았어요 그 사람하고는 다시 돌아갈 때마다 만나요 돌아가는 시간이 달라지고, 끝은 찾아옵니다 마지막 괜찮았어요 제가 거기에 같은 시간을 다르게 사는 것보다 흘러가는 시간을 사는 게 낫겠다고 썼네요 이거 안 찾아봤다면 이 책에 케네디를 구하려고 하지만 구하지 못한 게 나왔다고 죽 생각했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한번밖에 살지 못하지만 제프는 같은 시간을 여러 번 살아서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 되돌아가서 다시 살아야 하는 건 시간의 감옥 같기도 하지만, 경험은 많아지잖요 본래대로 돌아와서 제프는 흘러가는 시간과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고 잘 살아가겠죠

우리나라 사람... 우리나라가 힘들 때 나라를 위해 애쓰다 죽은 사람들이 생각나는군요 한사람만 생각하는 건 어려울 듯하네요 한사람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만, 다른 여러 사람도 있어야 하니까요 맥거핀 님은 사건이라고 했는데, 저는 사람이라고 했군요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맥거핀 2014-12-08 12:1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말씀하신 소설이 더 좋을 것 같아요. [11/22/63]에서는 과거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다시 젊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냥 과거로 돌아갈 뿐이죠. 나이는 그냥 나이대로 먹을 뿐입니다.

정신적인 상태는 그대로지만, 겉모습만 나이가 젊어지니 더 낫지 않겠어요. 정신상태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문제겠지만요. 글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뭐 그렇게 좋은 상태는 아닙니다만, 어렸을 때는 그야말로 어리버리의 전형이어서 정신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네요.

희선님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사람들은 대체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과거로 돌아가 예전에 한 잘못한 일들을 바로잡고, 다른 선택을 해보고 말이죠.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과거로 돌아가면 잘못이 지워지기는 하겠지만, 또 역으로 잘한 일들도 없어지잖아요? 그리고 어떤 것을 바로잡았다고 해도, 그것이 또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100% 단정할 수 없는 일이죠. 좋은 의도로 한 일이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수도 없이 보니까요.

예를 들어 과거로 돌아가 박정희를 조금 더 일찍 암살한다면(그냥 만약으로 하는 얘기니, 국정원에서 그냥 넘어가주면 좋겠군요), 우리나라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갔을까요? 저는 확신을 못하겠어요. 박정희가 죽고 난 이후 전두환 같은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은 사람이 나온 걸 보면요. 그보다 더한 독재자가 나와 나라를 더 어지럽게 했을 수도 있죠(박정희가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니면 더 거슬러 올라가 장준하나 혹은 조봉암을 살렸으면 많이 달라졌을까요? 그것도 여전히 단정짓기 어렵구요. 사람이든 사건이든 역사의 방향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한 사람으로는 불가능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