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워칭 유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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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고 있다"라는 말은 곱씹어보면 참 무서운 말이다.

누가? 왜? 무엇을 하기 위해? 로 생각이 이어진다면 공포는 매일 스쳐가는 불특정 다수를 의심하게 만들고 나아가 대인공포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문제기도 하다. 다정한 남편, 청소년기에 접어든 모범생 아들과 행복하게 살던 엘라에게 '엘라'에게 짧은 문장이 오려붙여진 협박 엽서가 도착하기 시작한 것은 소녀가 실종되고 1년 즈음해서다.

추리소설 아임워칭유는 엘라가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마주친 두 소녀와 그들에게 접근하던 갓 출소한 남자 둘을 목격하고도 결국 침묵하고만 선택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둘 중 부유한 목장주의 딸인 애나는 실종상태고 세라는 비밀을 간직한 채 침묵중이다. 애나의 실종소식을 접한 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뒤늦게 경찰에 목격자 진술을 해보지만 실종소녀는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더불어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엘라는 비난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실수든 고의든 언론에 엘라의 신상이 흘러들어가게끔한 사람이 있을텐데, 아무도 그를 찾으려 하지 않은 채 목격자인 엘라만 군중의 욕받이가 된 상황은 분명 잘못 돌아가고 있는 상태다.

소녀가 실종되고 1년이 지났지만 수사에 진척은 없고. 이런 상황 속에서 작가는 유능한 경찰을 투입해서 사건을 풀어가는 방향이 아닌 주변인들의 수상한 점을 하나씩 들춰내면서 흥미를 서서히 유발시킨다. 이들 중에 범인이 있을까?


왜 안 도와줬어" / 재수 없는 년..... 잠이 오냐? / 조심해,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로 이어진 엽서는 오려붙여진 글자였지만 죄책감으로 1년을 버텨온 엘라에겐 단어 하나하나가 고통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전직 경찰이었던 매슈는 엘라에게 사건을 의뢰받고 애나의 집으로 향했다. 엽서를 보낼만한 사람으로 엘라가 애나의 엄마를 지목했기 때문에. 하지만 결국 성과는 없었다. 엽서를 보낸 인물과 소녀를 납치한 범인이 동일인인지 아닌지도 여전히 알 수 없다.


실종 1년만에 애나의 실종은 다시 방송을 타게 되었고 발신자를 찾을 수 없는 엽서는 계속 엘라에게 도착되고 있다. 사건은 하나지만 궁금증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흥미로움에 불을 붙이고 이제 독자는 '누가 애나를 데려갔나' 외 '엘라에게 협박엽서를 보내는 사람은 누군인가'와 '세라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애나 아빠는 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으며','세라 아빠에겐 무슨 문제가 있나' 까지 궁금하기에 이르른다. 순차적으로 속도감 있게 이어나가면서 인물들의 등장 포인트도 명확해 심장쫄깃한 기분으로 읽기 딱 좋은 추리소설추천 북 [아임 워칭 유].


사건을 계기로 집과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살던 언니와 만나게 된 세라는 아빠를 의심하게 된 이유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고백하기에 이르렀고 언니 또한 부모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면서 자매는 같이 상처를 치유할 용기를 내게 된다. 반면 1년 전엔 엘라를 문전박대했던 애나의 엄마는 이제 엘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늦게나마 집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년 전, 그녀가 미안한 마음으로 찾아왔던 그때 사진을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결국 범인도 잡고 진실도 세상에 드러났지만 아쉬운 부분은 남는다. 호의로 시작했던 일이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면, 자신의 착한 마음을 평생 원망하며 되새김질 해야할테니......!


15년간 BBC TV 뉴스 앵커였으며 신문과 잡지 등에서 저널리스트로 25년 넘게 활동해온 테레사 드리스콜아임 워칭 유는 심플한 제목처럼 읽기 쉽게 쓰여졌다. 쉽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들은 엘라처럼 타인의 일에 개입하는 걸 꺼려하며 살아가고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이미 드라마와 영화 소재보다 더 잔혹하다.끝까지 궁금했던 범인 역시 반전소설답게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지목되었는데 이유를 알고 보면 전혀 엉뚱한 인물은 아니어서 시시하지 않았으며 잔인하고 작의적인 묘사가 허다하게 펼쳐진 소설이 아니어서 눈으로 읽고 상상하는데 불편함을 느낄 새가 없어 좋았다.


오랜만에 책추천, 소설책추천 하게 된 스릴러 아임 워칭 유는 이미 영국과 미국, 호주 아마존 킨들 종합 1위 소설이며,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한 스릴러다. 전 세계 22개국으로 번역된 이 소설은 영화나 드라마화 되어도 괜찮을 듯 하다. 요즘 추세인 6부작 OR 10부작의 짧은 호흡으로 제작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긴장감있게 시청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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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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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똑

302호의 문을 두드렸다

첫 방문할 때는 대개 노크를 네 번 정도는 해야 한다

두 번은 친근한 사이일 때,

세 번은 안면이 있을 때.

첫 방문일 때는 노크 네 번이 적당하다

P235






제목부터 임팩트가 강한 소설 [네 번의 노크]는 가난한 동네, 여성전용 원룸 3층에 거주중인 6명의 입주민에 관한 이야기다.

얼굴 화장이 짙고 옷마저 야하게 입어 업소 여성으로 오해받는 301호의 직업은 '무당'. 은둔형 외톨이로 집 안에 틀어박혀 재택근무 중인 302호는 일감이 끊이질 않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사회복지사지만 사명감보다는 돈과 남자를 더 중요 순위로 두고 사는 여자, 303호. 타인과 의사소통이 어렵지만 303호하고는 종종 교류가 있는 지적장애 3급 여자는 304호에 살고 305호엔 비교적 마음이 따뜻하지만 거칠게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오해를 받곤하는 노점 액세서리 판매상이 산다. 시작부분에서 제일 얄밉게 보인 306호 수다쟁이 아줌마는 건물주가 먼 친척이라 청소하면서 무상거주중인데 3층 여자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지만 점꾀에 솔깃할만큼 귀가 얇고 타인의 상처는 생각지도 않고 함부로 말을 내뱉을만큼 주둥이는 폭력적이다. 택시기사인 남편과 다단계판매를 하는 아들과는 웬일인지 떨어져 홀로 살고 있으며 사건의 최초 신고자이기도 하다.

부유하지 않다고해서 다 범죄자거나 비양심적인 것도 아닌데, 어째서 이 건물 3층에 홀로 사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죄다 문제투성이인걸까. 성격, 직업, 나이, 외모, 경제적인 환경까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친화력"은 제로인 인생들이다. 말이 없는 쪽도, 말이 너무 많은 쪽도 비호감인셈.

그런 그녀들이 모여사는 건물에서 남자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여성전용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시체의 정체는 303호 사회복지사의 전 연인으로 부유해서 좋았던 남자가 사업 실패 후 계속 찌질해지는 것을 참다 못해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였다. 마음이 식은 여자와 달리 남자는 점점 더 집착하는 중이었고 자주 방문해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거칠게 섹스를 하곤 했다. 경찰 진술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별을 암시하던 303호는 이상하게도 남자가 남긴 보험금은 수령했으며 찝찝하지만 별다른 의문점을 찾아내지 못한 보험사 역시 남자의 사망 보험금을 가족이 아닌 303호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첫 번째 사건이 종료되었다고 해서 이야기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호당 경찰 참고인 진술 형식으로 자신의 처지와 다른 집 거주자에 대한 호감내지는 불만을 엿볼 수 있었다면 2부 [독백]부터는 새로운 사건 및 3층 여자들의 관계변화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부에서 죽은 남자의 살인범과 방법이 서서히 밝혀지지만 종결된 사건의 범인 따위는 이제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닌 척하면서도 서로를 지켜보는 눈치작전이 시작되고 표면상으로는 타인에게 관심없는 듯 사는 3층 여성들의 이면이 조금씩 드러난다. 누가 더 지독한 아귀인 걸까. 비록 지적장애인이지만 3층 주민들 중에서는 가장 부유한 상황인 304호의 돌연사. 목적이 있어 가장 활발하게 교류했던 303호나 303호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304호에게 접근을 시도해 본 302호, 역시 이용해보고자했던 305호까지.....의심스럽지만 죽음의 원인이 '독'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번 사건의 범인 역시 놓쳐 버린다.

특이한 점은 자살 사건으로 종결되어버린 304호의 유해를 여수까지 가져가 양지바른 곳에 뿌려준 이가 305호라는 점이다. 자식을 부끄러워하며 숨겨둔 친모나 친하게 지낸 303호가 아닌 타투와 피어싱 투성이에 머리색깔마저 보라색+노란색으로 염색한 모습이라 무서워했던 305호가 유해를 수습한 사람인 것은 아이러니해 보이지만 어쩌면 인생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월세가 없어 곧 쫓겨난 노점판매상은 비록 너무 가난해서 얼마간의 돈을 목적으로 304호에게 접근했을 망정 다른 여자들에 비해선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처음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무료상담해주는 것처럼 보이던 301호 무당의 속내도 시커맸고 오빠 가족들에게 돈을 뜯기며 사는 것 같던 302호 역시 끔찍한 유형의 인간이었다. 3층에 살던 여섯 중 하나는 죽고 둘은 떠났다. 남은 셋이 모여 파티를 한 다음 날, 다시 둘이 죽고 하나만 살아남는다. 겉모습만 다를 뿐 속내가 같은 여자들만 모여 살았던 거다. 그 사실을 깨닫고 잠시 책을 덮는다. 소름이 오도독 돋을 정도로 끔찍한 기분이 들고 말아서. 10층 건물에서 3층에만 이런 인간들이 살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모든 층 사람들이 다 이런 부류인데 3층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것일까.



나를 해치려는 전 남자친구를 해결한 것도

날 이용하기만 하는 오빠 가족들을 떼어 놓은 것도

고기와 가스였다. 망설이면 진다.

p264





남은 여자 셋이 파티 한 날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302호 이전 세입자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놀라운 건 그녀가 303호와 친했다는 사실. 이쯤되면 악녀선발대회를 열고 있는 장소인가? 싶다. 어쨌건 3층 돈을 싹쓸이한 302호가 위너인가 싶었으나 그녀 역시 뒤통수를 세게 맞는다. 306호의 가족들에 의해.

그리고 남겨진 권선징악적 결말 하나.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났지만 근처에서 더 형편없고 허름한 월세를 구한 305호의 눈에 306호 가족들의 수상쩍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계속 302호에게 당부의 메모를 썼지만 전해지지 않았다. 302호에게 일이 생긴 것도 모른 채 죽은 304호가 남긴 물고기 인형을 간직해온 305호는 인형의 뱃속에 솜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채게 된다. 잠시 잠깐 나쁜 마음을 먹었지만 그래도 3층에서 유일하게 인간다운 마음을 갖고자 했던 305호에게 하늘이 준 선물일까. 아니면 자신의 마지막을 배웅해준 고마움으로 304호가 남긴 것일까.

전자책으로 직접 출간했다는 [네 번의 노트]는 임팩트가 강한 제목부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후반부까지 속도감 있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 특히 욕망에 쩐 드라마 '펜트하우스'와는 다른 면에서 인간의 추악한 속마음을 절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라 뜨끔한 면도 있고. '밑바닥 인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변명하기엔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애초부터 시커멓고 추악했다.

영화판권까지 따낸 소설의 묵직한 진면목을 경험하고 싶다면 당장 첫 장을 넘겨볼 것을 권한다. 분명 마지막까지 다 읽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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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 지친 너에게 권하는 동화속 명언 320가지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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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와 서인영이 함께한 방송을 보다가 문득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람을 대하는 것에 조심스러워지는 나를 발견했다.


예전에는 내가 좋은대로~ 내 마음이 가는대로~ 상대에 대한 호의를 표출했다면 이젠 나의 호의가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표현이나 방식도 고민해봐야겠으나 보여지는 면만을 보고 상대를 판단해, 자칫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바라는 모습으로' 타인을 기억하며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자꾸만.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 제일 어렵다. 갈수록.


생각이 많은 날, 머릿 속을 비우기 위해 읽기 시작한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은 앞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목차를 훑어보고 끌리는 내용, 내게 필요한 내용이다 싶으면 선별해서 먼저 읽어도 된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아름다운 동화 25편은 거의 귀에 익은 제목들이다.

'샬롯의 거미줄','어린왕자','파랑새','크리스마스캐럴','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비밀의 화원','빨간 머리 앤','하이디' ......


어린 시절 동화책이나 만화로 봤던 익숙한 스토리지만 어른이 되어 기억에 남는 건 스토리뿐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동화 속 명언들을 다시금 되새김질 할 수 있어 추억이 새록새록 샘솟기도 했다.


가령 '틀에 박힌 길을 벗어나는 여행'이라는 제목 아래 소개되고 있는 <톰 소여의 모험>은 <허클베리 핀>과 동시에 읽었던 이야기로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 친구들과 대사까지 만들어서 역할극을 해봤던 동화여서 그 시절 친구들의 모습이 읽는 순간 떠올려보기도 했다. 반면 '계속되는 선택지 속에서'라는 제목 아래 소개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성인이 되어 영상으로 접한 애니메이션이라 어른으로 본 느낌만 남아 있다. 마지막에 잎싹이 잡아 먹히는 걸로 끝나 먹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그날의 기분과 함께.


저자는 총 5장의 큰 구성 속에 잊지 말아야할 소중함Ⅰ당신에게 건네는 위로Ⅰ긴 여정을 이겨낼 힘Ⅰ조금은 다른고, 더욱 소중한 것들Ⅰ사랑과 온기의 힘 에 관한 내용들을 담아냈으며 그에 해당하는 동화를 각각 5개씩 넣어 읽을 분량을 풍성하게 엮어놓았다. 본문에는 줄거리와 명언들을 함께 수록했고 마지막에 작가 소개와 질문을 한 줄씩 남겨두어 학창시절 방학때마다 풀었던 탐구생활 느낌도 나고 심리수업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도 인다. 엄마나 선생님이 이야기 부분을 읽어주고 마지막 Q 부분을 질문으로 던져 미니 토론수업을 진행해봐도 좋겠다 싶어지는 대목이다. '



모든 동화가 아름다운 건 아니다. <오세암>이나 <플란더스의 개>는 어른이 되어 읽어도 여전히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게 만들고 <마틸다>의 가족과 교장 선생님은 발암 유발자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가 남기는 묵직한 교훈들은 동일하게 가슴에 남겨진다. 비록 작가가 발췌한 명언들이 내가 감명깊게 읽은 부분과 일치하진 않아도. 성인이 되어 일년 중 동화를 다시 꺼내 읽을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잊고 살았던 동화들을 기억 속에서 다시 꺼내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너무 좋았던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은 새해의 시작이 아닌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읽어 개인적으로는 읽는 시점까지 완벽했다.


소망 리스트는 잠시 접고 내가 가진 것들, 내 주위의 소중함을 다시금 살피며 조용히 2021년을 마무리해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야 p24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꿈이 이루어지는 거야 p94

지도만 보면 뭐해? 남이 만들어 놓은 지도에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것 같니? 넌 너만의 지도를 만들어야지 P127

절대 너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모습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라 P128

위대함은 강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힘의 올바른 사용에 있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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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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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왕의 27명 배출해내는 동안 왕의 숫자보다 그 명수가 훨씬 많았을 왕비들이지만 정작 세자빈 간택코스로 왕비가 된 여인은 단 여섯뿐이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왕비로 산다는 것>>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조선의 국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가문의 명예일지는 모르나 역사적으로 볼 때 행복하게 살았던 여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왕보다 위혐변수가 너무 많았다. 죽는 일도 허다했고 교체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총애를 빼앗기고 살아도 그 자리를 보전해 대비가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조차도 쉽지 않았던 거다.



10세 전 후, 삼간택을 통해 선발된 단종비 정순왕후, 연산군비 폐비 신씨, 인종비 인성황후, 현종비 명성왕후, 숙종비 인경왕후, 경종비 선의왕후 외에도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신덕왕후, 원경와후, 소헌왕후, 정희왕후, 소혜왕후, 인목왕후, 인현왕후 등과 그 삶을 잘 몰랐던 인경왕후, 인선왕후 등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신덕왕후 강씨나 소헝왕후 심씨처럼 남편인 왕과 정치적 동반자이자 운명 공동체로 한 세상 살다간 왕비도 있지만 내조의 여왕으로 물심양면 남편을 도와 왕을 만들었지만 가문의 몰락이라는 배반의 시간을 견뎌야했던 원경왕후 민씨도 있다. 크게는 남편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격상되거나 격하되기도 하고 정치판의 판세로 인해 폐비가 되는 사례도 있었다. 효순왕후, 단의왕후, 인헌왕후, 공성왕후, 장순왕후, 신의왕후처럼 사후에 추존 또는 추숭된 왕비들이 있는가 하면 정조의 왕비 효의왕후, 영조의 왕비 정성왕후처럼 후사가 없어 존재감이 미미한 왕비들도 있었고. 신분에 발목잡혀 혹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민초들에 비해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고 살았을 것만 같았던 왕비들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다. 궁궐담이 감옥 창살보다 더하다 싶다.


조선의 마지막 대비는 드라마로 귀에 익은 철인왕후 김씨며 조선의 마지막 왕비는 순종의 계비 순정왕후 윤씨다. 대한제국이 멸망할 당시 옥새를 치마에 감추었던 일화나 사후 순종, 순명왕후와 함께 묻혀 동봉삼실이 된 것도 <왕비로 산다는 것>을 통해 알게 되었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되었다가 돌아온 문정왕후 상존호 금보, 신덕왕후 추존 옥책함,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 등을 전시실이 아닌 책으로나마 볼 수 있었던 점은 코로나 시국에 가진 작은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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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다행이야 - 엄마와 나, 둘이 사는 집에 고양이가 찾아왔습니다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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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반려생활을 허락받지 못했더라도 하늘은 묘연의 길을 열어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때부터 가족 모두 '개파'였다고 고백한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의 경우도 묘연의 행운이 느즈막히 찾아왔다. 아버지가 대학 입학기념으로 심어준 백목련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임신한 길고양이가 찾아들면서.


오십 대 독신녀인 딸과 사별한 엄마에게 고양이는 '요물'이었던 모양이다. 길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어린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을 피해 숨어들어와 낳은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 처음에는 밥을 줄 생각도 없었지만 어느 새 집 안으로 데려와 케어하고 있었고 입양할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기 시작했다. 딸보다는 엄마가 '출산'이라는 고통을 경험한 동지로 어미 고양이에게 먼저 감정이입이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모녀 주변에서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지인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고 엄마 고양이와 새끼 다섯 마리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속에 건강하게 쑥쑥 자라났다.



모태반려생활을 허락받지 못했더라도 하늘은 묘연의 길을 열어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때부터 가족 모두 '개파'였다고 고백한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의 경우도 묘연의 행운이 느즈막히 찾아왔다. 아버지가 대학 입학기념으로 심어준 백목련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임신한 길고양이가 찾아들면서.


오십 대 독신녀인 딸과 사별한 엄마에게 고양이는 '요물'이었던 모양이다. 길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어린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을 피해 숨어들어와 낳은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 처음에는 밥을 줄 생각도 없었지만 어느 새 집 안으로 데려와 케어하고 있었고 입양할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기 시작했다. 딸보다는 엄마가 '출산'이라는 고통을 경험한 동지로 어미 고양이에게 먼저 감정이입이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모녀 주변에서 반려묘와 함께 생활하는 지인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고 엄마 고양이와 새끼 다섯 마리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속에 건강하게 쑥쑥 자라났다.



그리고 뒷표지를 닫기 전 초록색의 표지 아래에 에디터 레터가 작게 메모되어져 있다. 급하게 닫았다면 놓쳤을 지 모를 그 문장을 아쉬움이 남아 천천히 덮다가 발견했다. 깨알같이 쓰여 있는 문장 또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겨울마중을 잠시 잊게 만들만큼 따뜻해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우리 집 고양이 '콩이'를 보면서

1퍼센트의 미움도 섞이지 않은

순전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직 내게 있다니, 하며 매일 안도하곤 합니다


마음이 무너지기 쉬운 요즘,

(사람이든 동물이든) 함께여서 다행인 존재가

당신 곁에도 꼭 있기를 멀리서나마 바라봅니다

editor's letter




"함께여서 다행이야"라는 말. 잠든 내 고양이의 귓가에도 슬며시 속삭여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어본 후 올리는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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