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
이용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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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작가의 신간 고양이 서적은 발매된 지 3일만에 2쇄에 들어간다고 했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잠깐 망설이는 동안 찜해 두었던 사은품도 사라졌다. 아쉽게도 북커버랑 2022년 달력을 함께 소장할 기회를 날려 버렸다. 아쉽지만 달력만 주는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다. 그런데 택배로 도착한 책의 모습이 좀 낯설었다. 뭔가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잘못 만졌다가는 금새 뜯어질 것처럼 생겨서 조심조심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다 아는 내용이다. 소식을 전해듣고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던 고양이 달타냥의 이야기부터 아톰, 아쿠, 아롬이 남매와 캣대디, 캣할머니 스토리까지......그동안 이용한 작가의 블로그에서 다 다루었던 이야기였던 것. 그래도 좋았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사연이 고양이들 살아가는 이야기니까. 언제나 행복한 내용만 담기는 건 아니지만. 고양이에게 총을 쏘겠다며 이웃 할머니에게 행패를 부린 옆집 경찰관부터 남의 집 고양이 목에 줄을 달아놓으라고 으름장을 놓는 동네 할머니들까지. 공존의 '공'자로 모르면서 살아온 인심 사나운 시골 사람들도 등장한다.


사람 마음이 다 똑같지 않다. 물론 싫을 수도 있다. 무관심하면 그 뿐일텐데 단지 싫다는 이유로 괴롭히고 죽게 만드는 죄업은 대체 어떻게 다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 반려동물 서적을 읽다보면 꼭 어느 한 대목에서는 가슴이 아리고 한숨이 폭폭 쉬어지는데, 이 책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아름다웠고 고양이들이 찍힌 사진은 계절을 막론하고 사랑스럽다.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양이들이지만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이름은 우리 집 고양이들 이름만큼 낯익다. 새 글이 올려질때마다 부지런히 봐서 그런가 낯설지 않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시골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이런 마음으로 펼쳐 본 책이여서 비록 원하던 사은품은 놓쳤지만 2쇄 인쇄 소식이 더 반갑게 들린다. 곧 3쇄, 4쇄 소식도 들려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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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네이버 블로그 & 포스트 - 내 글이 네이버 메인에 뜬다! 만들기부터 검색 상위 노출까지!, 개정 4판 된다! 업무 능력 향상 200%
황윤정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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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밖에 없지만 "된다! 시리즈'의 매력을 알아채기 충분했다. 제목만봐도 된다 시리즈는 실용도서라는 생각이 팍팍 든다.

-된다! 김메주의 유튜브 영상 만들기(소장)

-된다! 네이버블로그&포스팅(소장)

-된다! 귀염뽀작 이모티콘 만들기

-된다! 7일 실무 엑셀

-된다! 스마트 워크를 위한 구글 업무 활용법

-된다! 유튜브 SNS 콘텐츠 저작권 문제해결

이 중에서 2권을 더 살펴볼 예정이다. 하지만 먼저 네이버 블로그&포스팅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꽤 되었고 그동안 글쓰는 폼이 변경될때마다 순차적으로 적응하며 이어왔다. 인스타나 페북, 유튜브으로 이웃들이 갈아타기 하면서 사라질 때도 꿋꿋하게 블로그에 남은 까닭은 그 중 글을 쓰기 가장 편한 곳이라는 이유였다. 책도, 좋아하는 맛집이나 카페탐방도, 고양이가 있는 일상도 그때그때의 감성으로 남겨놓기 참 좋아서.


큰 욕심없이 그냥 흘러가는대로 일상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잘하고 있나? 점검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보기에도 뭔가 특별한 비법(?)을 알려줄 것만 같은 제목의 <된다! 네이버 블로그 & 포스팅>으로 체크해보기로 했다. 블로그 분야 1위 마크가 표지에 딱 붙여져 있어 전문적인 팁을 알려줄 것 같기도 했고.

5년 연속 베스트벨러이자 개정 4판인 이 책은 블로그를 만드는 법부터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한 방법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블로그 작성파트 블로그 분석파트로 나뉘어 읽혔다.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거나 id만 두고 몇 년 동안 방치된 블로그라면 제목을 정하고 스킨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천천히 따라하면 된다. 하지만 이미 블로그가 활성화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아는 내용들은 살짝 건너뛰고 4장 모바일 앱 파트부터 혹은 5장 검색 상위 노출로 이어지는 글쓰기 기술부터 보는 편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 또한 이미 잘 진행되고 있다면 이미지와 동영상 파트 등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먼저 읽어봐도 좋겠다.

목차와 머리말 전에 개정판을 소개하면서 "네이버 정책이 바뀌어도 블로그 마케팅의 정석은 바뀌지 않습니다" 라는 문장이 함께 등장한다. 출사표처럼 든든하게 눈에 든 문장인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의의 의미로.


네이버는 '검색 엔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글을 수집하고 있다. 따라서 블로그에 맞는 글쓰기 전략이 있기 마련인데 이제껏 많은 장르의 작법서를 봐 왔지만 콕 찝어 매력적이면서도 검색 엔진에 잘 노출되는 글쓰기팁을 알려준 책은 없었다. 아니 내 방식대로 올리다보니 이 분야가 전문화 되는 동안 눈과 귀를 닫고 있었던것. 시간이 될 때마다, 올리고 싶은 사진이 있을 때마다 쓰다보니 계획적인 글쓰기에서 블로그는 늘 예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목을 잘 정하는 일부터 본문을 쉽게 쓰는 5가지 원칙, 9가지 문장술부터 천천히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말도 글도 짧게 설명하는 걸 잘 못하는 편이지만 문장을 간결하게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습관적으로 함께 쓰는 이모티콘 수도 줄이면서.

이전과 달리 해시태그도 꼼꼼하게 살펴보게 되었으며 얼마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는 영상편집도 간략하게 살펴보는 중이다. 중간중간 든 예시가 개인이 아닌 마케터 & 판매자용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상을 기록하는'내게 도움되는 부분도 많아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읽는 속도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페이지 당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내가 몰랐던 부분이었으므로.


그동안 통계나 수치는 관심밖이었지만 이젠 블로그 데이터를 분석해둔 크리에이터 어드바이저를 한번씩 확인하고 있다. 매번 보는 건 아니지만 유입검색어나 게시물 조회수 순위를 확인하고 통합 데이터를 살피면서 계속 즐겁게 블로그 글쓰기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풀컬러판의 캡쳐와 사진도 잘 정리되어 있고 무엇보다 쉽게 쓰여져 있어 읽기 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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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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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낯선 작가의 소설이지만 장르가 추리소설이었다. "쌍둥이"를 소재로 쓴 트릭이라 그 내용도 궁금했고. 첫 장부터 메인 트릭을 다 밝히고 시작하는 작가의 호기로움에 매료되어 <<살인의 쌍곡선>>을 읽기 시작했다. 40년간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왔다는데 왜 이름이 낯선것일까. 이조차 의문이지만 누적판매 2억 부를 기록한 소설이라니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도쿄에서 일어난 쌍둥이 강도사건

고시바 도시오와 고시바 가쓰오는 일란성 쌍둥이다. 도쿄에서 연달아 발생 중인 강도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정작 형인지 아우인지 경찰은 특정해내지 못했다. 사건 발생 당일, 외모와 옷차림이 항상 같았기 때문이다. 의도한듯. 증인은 많지만 쌍둥이라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되고 있었다. 결국 둘 다에게 미행이 붙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경찰이 범인에게 놀아나고 있던 그때, 수사본부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고시바 형제의 강도행각과 일치하는 '범행계획'이 적혀 있는 편지가. 변두리 작은 구멍가게-슈퍼마켓-영화관/볼링장-번화가/호텔-은행 순으로 적힌 편지가 두 번 나뉘어 도착했다. 계획한 사람 따로 훔치는 사람이 따로인 '도쿄 연속 강도 사건'은 쌍둥이 형제의 자백을 받아낸 뒤에도 종결되지 않았다. 바로 다른 지역인 도호쿠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과의 연계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호텔 관설장에서 온 초대장

산골짜기에 위치한 호텔 관설장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모였다. 누군가의 초대장을 받고 도착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나이, 직업, 사는 동네, 현재의 상황까지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폭설에 외부와의 연락까지 끊긴 상황. 뒤이어 탈출 경로까지 차단당한 채 한 명, 한 명 죽은 채 발견되기 시작한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초대했으면 또 어떤 사연으로 살해하고 있는 것일까. 또 도쿄에서 벌어진 쌍둥이 형제의 강도사건과 어떤 연결점이 있는 것일까. 읽다보면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살인을 계획한 이유가 더 궁금해져버린다. 그리고 애초에 밝힌 쌍둥이 트릭이 도쿄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눈치챌 수 있다.

거리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한 지금, 이대로의 계획은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완전범죄로 묻힐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1971년에 출간된 소설로 당시에는 획기적인 트릭이었을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정말 잘 쓰여진 추리소설이지만 범인의 상황에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거다. 사연은 안타깝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살해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너무한 일이 맞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만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어야한다면 세상 모든 사건 사고 현장의 주변인들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물론 얄미운 캐릭터도 있다. 승차거부와 같은 직간접적인 잘못을 행한 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어머니가 유언을 남길 수 있었다면 '복수 보다는 더 나은 삶 OR 이 같은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돕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왜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던 걸까. 형제는.


늘어지는 구간 없이 제법 속도감 있게 읽힌다. 자꾸만 1970년대가 아닌 현재의 시점으로 상상이 된다는 것이 흠이긴 했지만. 트릭을 다 알고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전혀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두 세권 찾아 읽어봐야겠다. 같은 느낌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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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2
강미강 지음 / 청어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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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세손이 왕으로 등극했다. 이제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싶을 정도로 남은 이야기가 한참인데 드라마는 고작 5회분이 남은 상황. 사극 시즌제를 들어본 적도 없고 이 드라마의 경우도 원래 16부작에서 1부가 추가되어 총 17부작이라고만 이야기를 들은 터라 앞으로 남은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궁금하기 짝이없다. 한편으론 홍덕로의 여동생이 후궁으로 입궁했다가 금새 죽어버리면서 덕로도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새 후궁 이야기며 덕임이 후궁이 되는 이야기, 왕과 덕임 사이의 아기들이 태어났다가 죽는 이야기들까지..... 길이로보면 한참 남은 이야기가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정리될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 것이 아쉬운 드라마 이야기는 살짝 접어두고 본방사수중인 드라마만큼 재미난 원작 소설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2부 왕과 궁녀

"날 연모하지 않는다 해도, 너는 내 것이다" p194

1권 끝에 덕임은 궁에서 내쳐졌다. 그래도 왕은 사랑하는 여인을 멀리 내치진 못했다. 자신의 이복형제인 현록대부(은언군)의 집으로 보내 여전히 궁녀인채로 살게 한다. 이곳에서 덕임은 몸도 마음도 가장 여유롭게 지내게 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곧 입궁통보를 받게 된다. 역사적으로보면 은언군과 완풍군 또한 훗날 정치적으로 휘말리게 되므로 왕족의 삶이란 왕의 목숨만큼이나 위태로와 그 삶이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잠깐의 궁 밖 생활로 얻은 또다른 이익은 왕의 할미인 의열궁을 모셨던 늙은 궁녀 연애에게서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슬프게도 다정했던 노상궁의 결말은 편하지 못했지만.

드라마에서는 츤데레의 매력이 넘치던 세손도 왕이 되면 원작 소설 속 왕처럼 못된 남자로 변해버릴까. 덕임이 다시 입궁하면서 배치된 곳은 대전인 아닌 새 후궁전이었다. 화빈으로 봉해진 경수궁 윤씨와 그녀가 사가에서 데려온 본방나인들은 하나같이 옹졸하고 경박스러워 딱 봐도 곧 사달이 날 판이었다. 방중술에, 무논리에 툭하면 궁궐규범을 어기기 일쑤였고 덕임이를 괴롭히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마냥 모사를 꾸미느라 바빴다. 2권의 책 내용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고구마 구간이라 생각되는 시절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날이 왔다. 계속 덕임이가 당하기만 하는 꼴을 보다가 이 대목에서 큰 웃음이 터져버렸다.

"싹 다 벗겨서 들여보내야 된다는군!"

"애를 알몸으로 들이라고요?"

"법도가 그렇다대." (p188)

클레오파트라도 아니고 상궁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장면이 그려져 그만 웃고 말았다.


3부 왕과 후궁

"진실로 신첩을 아끼신다면, 다음 생에선 알아보시더라도 모른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소서" p403

달콤하면서도 그 끝을 알기에 애달픈 구간인 3부에서 덕임이는 후궁이된다. 하지만 앞선 두 후궁과 달리 '빈'이 아닌 정5품 궁녀인 '상의'의 첩지를 받게 된다. 물론 나중에는 '의빈'으로 봉해지지만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대우가 참 박하다 싶다. "복을 아낀다"는 그 말 아래 숨겨진 뜻도 잘 알겠으나 가난한 덕임의 가족들이 입에 풀칠할 방도조차 끊어버린 건 참 야박하다 왕이 슬쩍 미워졌다. 사랑한다면 좀 더 믿어줘도 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장꼬장하고 도덕적인 왕에게 그 일은 참 어려운 일이겠구나 또 이해가 되고 만다. 역사적 인물이지만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는 작가의 머릿 속에서 나온 창작의 산물인데도 마치 눈 앞에 살아 숨쉬는 것처럼 주인공들의 마음이 잘 이해된다. 덕임의 죽음도 슬펐으나 그만큼이나 슬프고 놀라웠던 건 영희의 죽음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아닌 궁녀로 입궁하여 마지막 선택만큼은 목숨과 바꾸더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한 영희를 대단하다고 여겨야할지 미련하다고 여겨야할지 몰라 해당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등장인물간의 케미가 너무 좋아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쏟게 만드는 소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역사적 인물, 역사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야기다. 의빈의 죽음은 바꿀 수 없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왕에게 내뱉은 유언은 심장에 꽂힌 칼날처럼 절절하다. 의빈은 알았던 걸까. 그녀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고 사주한 자들을 처단할 기회가 온다고 해도 왕이 나서지 않을 것을. 너무 의외였다. 그렇게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은 여인과 자식은 어쩔 수 없다니. 어차피 살아 돌아오지 않으므로 실속을 차리는 편이 낫다니. 게다가 삼년 상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죽은 의빈이 아직 궐 안에 있음에도 후궁 간택령이 떨어진 것은 또 어찌 이해해야하는 것일까.

궁녀의 삶도 후궁의 삶도 읽는 입장에선 하나같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이 소설은 정조와 의빈 성씨가 주인공인 둘의 역사 로맨스 픽션이다. 그점을 잊고 또 속상해하고 말았다. 그만큼 이야기속 주인들에게 애정을 쏟고 만 것이다.


드라마의 후반 내용이 책과 내용면에서, 길이면에서 같을 지 알 수 없다. 다르면 다른대로, 같으면 같은대로 그 재미는 톡톡할 것이다. 2021년 읽은 그 어떤 소설보다 재미났던 옷소매 붉은 끝동은 드라마도 원작소설도 둘 다 10점 만점에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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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 우리가 몰랐던 제갈량의 본모습을 마주해보는 시간
류종민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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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심지어는 만화 속에서도 본 적 있는 유비, 장비, 관우 그리고 제갈공명.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이야기는 중국의 24 사 중 하나인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속 인물들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삼국지>는 동진의 역사학자 '진수'가 쓴 역사서로 <삼국지연의>와는 그 내용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중 매력적인 캐릭터인 '제갈량'에 관한 부분을 이 책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았다.



유비로 하여금 '삼고초려'를 하게 만든 은둔 고수 '제갈량'. 이제껏 그에 대한 이미지는 키가 크고 조용하며 명석한 지혜로 주군을 보필한 킹메이커의 이미지가 강했다. 영화 '적벽대전'에서도 제갈량은 미남 배우가 맡았던 것처럼 잘생김까지 덧붙여져 훈남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정사 삼국지를 통해 본 제갈량의 모습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100% 일치하는 인물은 아닌듯하다.



<삼국지/제갈량전>에서는 8척 키에 용모가 훌륭한 것으로 언급하고 있어 지금으로 따지면 184cm 내지는 189.6cm 정도로 생각할 수 있기에 꽤 장신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그러나 키 재는 기구가 없었던 시절이라 정확한 수치보다는 그냥 키가 큰 남자였던 것만 짐작할 수 있다. 특이한 건 부인에 대한 기록이었는데 <배송지 주석본 삼국지>에 따르면 황승언의 딸과 결혼했다는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노란 머리에 얼굴이 까만 부인이라는 대목과 부인의 외모로 인해 당시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오르내렸다는 내용이 실려 있던 것. 흔해빠진 정보보다는 사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정보가 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법이다. 이렇듯 딱딱할 것만 같은 내용은 생각지도 못한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와 함께 탄력적으로 술술 읽혔다. 책의 두께가 제법 두꺼운데도 단박에 읽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 [적벽대전] 속 제갈량은 뛰어났다. 하지만 저자는 '제갈량이 적벽대전의 전투에 참여하기는 했을까?'(p88)라는 의문을 품는다. 놀랍게도 전투 참여나 기여했다는 언급은 없다고 한다. 정말 재미나게 본 영화지만 기억을 뒤집고 다시 책이 이끄는 대로 정사삼국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우선 제갈량은 '방통','법정'과 함께 대업의 초석을 닦아나가면서도 알량한 자존심을 세우거나 질투하지 않았다. 주군에게 더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 사람으로서 질투가 날법도 하지만 라이벌이 아닌 동지로 본 까닭이다. 또 가족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었던 '공정의 가치'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요즘 한참 뉴스 타임을 달구고 있는 대권주자들과 저절로 비교가 되어버렸다. 특히 사면에 인색하다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세상을 다스릴 때는 큰 덕으로 해야지 작은 은혜로 해서는 안 되오"(p158)라는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았던 제갈량. 그는 빠르게 승진하여 결국 '승상'의 자리에 올랐다. 54살의 나이에 사마의와 대치 중 사망하기 전까지 제갈량은 굴곡진 삶을 살았다. 평화롭게 책이나 읽다가 유비에게 이끌려 세상으로 나온 신선같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어린시절엔 조조로 인해 '서주대학살'을 겪어야했고 형제인 제갈균과는 서로 다른 군주를 모셔야했으며 여러 인재들과 더불어 '촉'을 세우기 전까지 전쟁을 치르며 살아남았다.


분명한 사실은 소설 삼국지건 정사삼국지건 간에 제갈량은 뛰어난 인재였다는 점이다. 농업,염업, 비단산업, 교량과 도로건설에 이르기까지 외교술 외에도 여러 면에서 두루두루 뛰어난 사람이었다. 경영, 조직, 리더쉽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어 보인다. 다만 너무 꼼꼼해서 아랫 사람들은 참 힘들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렴하면서 솔선수범한 윗사람을 존경한 부하도 있지 않았을까.


백성들을 비롯한 후대 황제들에 이르기까지 이미 죽고 없는 제갈량을 그리워했으며 타국의 장수 이순신이나 재상인 율곡이이까지 언급했을 정도였으니 그가 당대에만 반짝하고 사라진 인재는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통해 제갈량과 다시 마주하기 전까지 그는 내게 그저 이야기 속의 한 캐릭터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를 읽으면서 아주 예전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치열하게 살다간 한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띄엄띄엄 등장하는 연도별행적 도표와 그림을 참고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닌 역사속 실제 인물을 뒤쫓는 이런 책들이 더 다양하게 출판되어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인인 내게도 이렇게 재미나게 읽히는 책인데 한참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 혹은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 유익하게 읽히지 않을까.




*레뷰 도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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