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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평점 :
본격 추리 소설의 규칙을 낱낱이 까발린다
라고 거대 출사표를 던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명탐정의 규칙]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드라마의 트릭을 꼬집어 낸다. 동일제목의 2009년 일본 드라마의 원작이면서 문예춘추 선전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10은 물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에 선정된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적은 놀라운 것이다. 드라마의 트릭이라고 할 수 있는 공식들과 김전일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전반에 걸친 공식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던 독자들에게
왜 늘 이런 식인가
여러분 정말로 밀실 살인 사건이 재미있습니까
밀실은 반성도 없이 나오고 또 나온다
모두 모여있고, 범인은 이들 중 한명이다.
라고 혀를 차며 질문해댄다. 추리의 공식을 가지고 그대로 답습하려던 초보작가나 기존 작법서를 살펴보던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질문들이다. 하지만 그의 지적을 오해하긴 이르다. 그는 잘못되었다고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고 질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는 작가나 풀어가는 주인공, 그리고 읽는 독자에게까지 같은 물음을 던져대고 있다. 그래서 함께 뜨끔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이런 것이니까...라고 타성에 젖은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밀실살인, 의외의 범인, 무대를 고립시키는 이유, 살인의 도구, 불공정 미스터리, 다잉 메시지, 두 시간 드라마의 미학, 절단의 이유, 사라진 범인, 트릭의 정체, 동요 살인 등등 공식화 되어 있는 면들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파헤쳐대고 있었다. 그가 가진 문제 의식은 이미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연구하고 고민해서 쓰면 안될까?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그 단 한마디였다. 트릭을 푸는 힌트를 편의주의적으로 제공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그는 스스로 늘 고뇌하며 쓰는 작가였다. 그래서 장르불문하고 그의 작품은 언제나 독자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관점이 변형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부터 최근작까지 그는 끊임없이 변형시키고 바꾸어가며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신랄한 비판과 블랙 유머를 함께 섞어 우리의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좀 더 연구한 모습들로 우리를 찾아오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래서 국적을 떠나 언제나 독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가였다. 이 책을 출판한 후 그는 더욱더 치열하게 고뇌하면서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작가가 내어놓는 세상을 향한 재미. 우리는 그의 다음 작품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