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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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에리히 폰 데니켄은 [신들의 전차]로 이미 유명한 작가였다. "반지의 제왕"팀이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는 더 유명해지겠지만  그의 전작을 읽지 못한 채 나는 [2012 신들의 귀환]을 읽게 되었다. 

2012년이라는 헐리우드 영화도 있었고, 서프라이즈에서도 다룬 바가 있는 소재지만 2012년은 둥글둥글한 그 이미지와는 달리 왠지 엄숙하게 느껴지는 숫자의 조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기말에나 어울리는 세계 종말설과 맞닿아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무엇때문에 완전하게 보이지 않는 저 숫자에 마지막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을까. 

여러 책들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해보려했지만 더 모호해져버린 가운데 데니켄의 시선에서 또 다른 증명들을 바라본다. IT기술이 날로 발전되고, 산업화를 거쳐 이젠 거의 우리가 꿈꿔왔던 영화 속 세상들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 있지만 여전히 몇천년전의 건축에 대해 우리는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를 간직하고 있다.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표현은 어쩌면 잘못된 표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고대인들의 기술과 건축. 그들이 해를 세는 방식조차 현대의 그것보다 더 세밀하고 정확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누가 잉카의 장인들이 만들어놓은 블록들을 석기시대의 것으로 바라볼 것인가. 그 놀라운 섬세함은 현재의 공구로도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다. 찍어만든 것 같은 그 블록들을 무엇으로 어떻게 재어 만들었던 것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또한 조각 속 "담배피는 신들"의 모습하며 티베트 사원 앞의 도르제 모형에 이르기까지...고대인들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절대 믿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해 현대의 그 어떤 것으로도 증명할 수 없었다. 

그 가운데 가장 신빙성 있게 들리는 가설 중 하나가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주장인데, 사실 [X파일]을 보면서도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내게 책이 던져준 외계문명설이 가장 현명한 답처럼 보이는 까닭은 그 고고학적 증거들의 나열에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과학과 기술과 수학이 날로 퇴보해왔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기에 황당한 이야기는 이처럼 증명의 힘을 가지고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마야력인 쫄킨력과 그 외 모든 증거들을 믿는다면 과연 2012년 12월 22일이 지난 23일엔 무엇이 올까. 또한 마야력의 그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들의 약속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떠난 그들이 돌아온다는 것도 반갑지 않았지만 돌아와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궁금하긴 하다. 2012년은 나와 지인들이 살아갈 또 다른 한 해이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었던 수수께끼들을 증명하는데 고고학적 증거들이 이용된 것은 아주 현명한 방법처럼 보였다. 수천년을 지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믿음과 그 훌륭함을 이루어낸 문명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에 어떤 문명적 변화가 일어날지, 고대 문명이 정말 어느 뛰어난 문명인들에 의해 이룩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만 가지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난 이 책 속에는 그 외에도 재미난 구석들이 숨겨져 있었다. 단 한번의 읽음으로 다 찾아낼 수는 없었기에 나는 다시 야금야금 읽으며 애벌 독서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구석지식들을 찾아헤매기 시작했다. 

옳다 그르다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것. 탐구하고 모험심으로 그것을 파헤쳐 나간다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신나는 일임을 [신들의 귀환]을 통해 다시금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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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세운 여인, 소서노 2
이기담 지음 / 밝은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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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세운 소서노의 일대기는 처음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소설의 첫장부터 그녀는 이미 주몽의 아내였으며 아비가 다른 비류의 어미이자 주몽과의 사이에서 온조를 낳고 난 다음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아비가 다른 두 아들의 장성을 바라보던 소서노에겐 주몽의 뒤를 이을 아들로 온조가 아닌 비류로 점찍어두고 있었는데, 주몽의 생각은 또 달랐다. 그는 소서노의 아들이 아닌 자신이 떠나온 땅에 두고 온 예씨의 아들 유리를 후사로 점찍어두고 있었다. 그래서 부부간의 비밀은 불신이 되어 역사속 가장 큰 스케일의 이혼으로 이어졌다. 

고구려를 함께 세운 통큰 여인 소서노는 두 아들을 데리고 떠나 또 다시 나라를 세우는데 그 나라의 이름이 백제였다. 그리하여 소서노는 두번이나 나라를 세운 여인이 되었으며 그 나이도 적지 않은 마흔부터 예순까지 정정하게 호령하며 살아남았다.

탁월한 리더쉽과 판단력, 그리고 소소한 것까지도 눈여겨보는 자상함. 여성 리더로서 그녀는 왜 스스로 왕이 되는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미실은 감히 꿈꾸어보지 못한 길이었기에 왕후만을 목표로 삼았다면 소서노는 그 아비가 왕제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왕의 길에 오르지 않았다. 그녀, 고구려를 떠나면서 그 옛일이 후회되진 않았을까. 

배신을 뒤로하고 떠난 땅에 대한 미련보다는 과거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미련이 더 컸을 그녀앞에 백제는 또 다른 희망을 땅이었을 것이다. 역사상 이보다 큰 스케일의 왕가의 이혼이 있었을까. 나라를 빼았기고 다시 나라를 세운 여걸의 인생은 그래서 흥미롭다. 그녀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단 한 권으로 읽혀진 그녀의 이야기는 더 많은 목마름을 가져다 주었다. 대륙을 호령했고 건국을 좌지우지했던 여인의 역사. 나는 또 다시 소서노의 바람이 일 그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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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세운 여인, 소서노 1
이기담 지음 / 밝은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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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노"라는 이름을 제일 먼저 발견했던 곳은 만화책 속이었다. 김혜린의 만화 "불의 검"속에서 소서노는 사랑받는 자 인 동시에 사랑하는 자이기도 했지만 어느쪽과의 사랑도 이룰 수 없는 여인이었다. 신을 받들고 있는 신녀이기에 남자를 가까이 해서는 안되었고 한 남자에게 받칠 사랑이 아닌 국가와 민족을 향해 담아야할 사랑의 그릇을 가진 여인이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소서노라는 인물의 이름을 작가는 주몽의 아내에게서 차용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인터뷰에서 들으면서 역사속 소서노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날 소서노가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미실이나 선덕보다 사실 더 큰 스케일로 조명되어야 할 인물이 바로 소서노가 아니었나 싶다. 갖추어진 왕권을 계승한 이도 아니면서 한 나라도 아닌 두 나라의 창업을 함께 도모한 여인이자 어리거나 처녀도 아닌 과부의 몸으로 시국을 헤쳐나간 불굴의 여인이기에 나는 그 누구보다 그녀에 대해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어 진다. 

누군가의 옆자리를 지키는 여인이 아닌 소서노 그녀 자체로만 드라마화 되긴 어려운 일일까. 이 멋진 소재의 스토리를 가지고도 아직 드라마화 된 적이 없다니....우리는 고구려는 물론 백제의 역사에 대해 너무 무지한 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나 스스로조차 조선과 신라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어왔으면서도 고구려나 백제에 대한 역사는 뜬구름처럼 머릿속을 헤매고 다니게 그냥 방치해 두고 있었기 떄문이다. 

대륙을 호령한 여인의 야망.
소설에서 나는 소서노가 꿈꾼 역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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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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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다. 그는 1900년대 작가지만 2010년 지금의 우리는 여전히 그때의 그 작품들을 읽으며 감탄하고 또 감탄한다. 플룻의 완벽함과 재미의 완벽함 게다가 시시하거나 올드하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 이야기 세련미까지....

사실 그가 만든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전혀 멋지지 않다. 아니 오히려 상상하면 할수록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더벅머리에 촌스러운 옷차림에 가끔 더듬는 말투하며 어딘지 모르게 시골스런 풍모가 느껴지는 탐정같은 예리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 

샤프한 홈즈나 세련된 루팡, 하다못해 깜찍한 코난에 비해 긴다이치 코스케는 할아버지 내지는 아저씨 냄새 풀풀 풍기는 조사원 같은 탐정이다. 하지만 이 아저씨가 등장하는 순간 우리의 가슴은 두근거리지 시작한다. "무언가 풀리겠구나~"라는 실마리와 희망을 함께 던져주기 때문이다. 수수한 탐정은 묘하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사건의 반전을 이끌어오고 우리의 앎에 대한 욕구를 120% 충족시킨다. 그래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은 번역되는 족족 손에 넣고야 만다. 절대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음으로...

[삼수탑]은 이름 그대로 머리 세 개가 모셔진 탑이다. 풀이만으로는 무섭기 그지 없지만 실제 머리가 아니라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그 탑은 꽤 큰 건축물인지 사람 여럿이 들어서도 되는 방이 있고 그 아래엔 비밀 우물도 있다. 이 삼수탑에 신분 증명서가 있는 남자와 사랑하나 때문에 타락의 길을 걸어도 후회 없다며 사건 속에서 허우적대는 여자가 있다. 

어린 시절 양친을 잃은 오토네가 바로 그 아가씨다. 아름다운 아가씨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막대한 유산을 건네받게 되는데 조건은 단 하나, 다카토 슌사쿠와 결혼하라는 것. 한번도 본 적 없는 남자인데 그는 오토네의 약혼자라는 이유로 사체로 발견되고 이어 함께 유산을 받기로 한 친척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가운데 오토네는 이상한 남자에게 반하고 만다. 

본래의 이름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신분이 여럿인 남자와 살인 게임 속에 던져진 오토네는 범인으로 오인받아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고 결국 삼수탑까지 오게 된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중 애인과 우물에 갇히게 된 오토네를 구해준 것은 바로 어리숙해보이던 탐정 긴다이치. 

그 긴다이치를 통해 애인의 정체와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오토네는 해피엔딩의 인생을 살게 된다. 

최악의 연쇄살인은 처음 시작된 삼수탑에서 그 끝을 맺게 되는데, 고생 끝 행복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 작품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속에는 인간이 어쩜 이리 추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탐욕적인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과 대조적으로 선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권선징악적인 결말로 이어져도 시시하지 않은 까닭은 탐미성에 있다. 반전과 트릭은 발전해왔다해도 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보다 더 뛰어난 작품을 찾기 힘든 것일까. 그가 자아낸 재미는 다작하면서도 전혀 허술해지지 않았고 같아보이는 작품 또한 단 한 작품도 없다. 거장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슬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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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걸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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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픽션 1회 수상작 [하이킹 걸즈]는 특이한 성장소설이었다. 보통 가정에서 일탈하거나 사회에서 일탈하는 청소년들의 성장기가 주된 내용인 청소년 성장소설에서 그 무대를 중국 사막으로 옮겨놓다니...생각지도 못했던 도입부 스케일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첫문장부터 사로잡아라~!!는 정석이 바로 먹히는 순간이었다.

 

실크로드가 진짜 비단이 깔린 길인줄 알고 따라나선 은성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미혼모 엄마가 컴플렉스인 은성은 그래서 외할머니와 더 친하다. 가정사에 대해 뒷담화가 들리는 것을 젤 싫어하는 은성에게 부자집 딸내미 유지연의 깔짝거림은 그래서 화가 된다. 전치 12주만큼 때리고 소년원 예정코스인 은성을 구제한 것이 바로 실크로드였다.

 

실크로드. 중국에서 로마까지 비단과 향신료를 수출입했던 고대 장삿길로 우루무치에서 둔황까지 약 1,200킬로미터 정도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비행 청소년들의 처벌대신 도보 여행을 시켜 재범율을 낮추었다는 효과 때문에 이 길을 도보로 걷게 된 은성. 한살 어린 보라와 마귀할멈 같은 미주언니와 함께 여자 셋은 그렇게 실크로드를 걷게 되었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라고 투덜대는 은성과 달리 얌전한 모범생 같은 보라는 도벽 때문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꿈을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훔쳐야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병을 앓는 아이였다. 게다가 과거 이들처럼 비행청소년이었던 네버엔딩 잔소리 대마왕 미주까지 합세한 길. 캐릭터만 훑어도 앞으로의 순탄지 않을 길이 훤히 보이는 여행길이 즐거운 까닭은 우리가 "독자"이기 때문이다. 사건과 사고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며 순간순간 감동 받고 해결되는 순간엔 박수치게 되는 축복받은 존재 "독자"

 

처음엔 투덜거림으로 일관하던 은성이 어느 순간부터 지친 미주를 보살피고 도망가는 보라의 발목을 잡는다. 결국 10일 걷고 하루 쉬어 넉넉하게 70일쯤으로 예상했던 여행이 보라의 탈주로 인해 80일만에 끝이 났다. 누군가는 세계여행도 할 시간인 80일.

 

하지만 이들의 80일 여행은 앞으로 남은 80년을 좌우할만한 아주 중요한 길이었고 시간이었다. 흔히 길바닥에 시간을 다 허비했다...라는 표현을 쓸 때가 있는데, 나는 이 소설 속에서 길바닥에서 시간을 주웠다...라는 반대 표현을 건져내고 있다.

 

성장소설은 주인공의 삐뚤어진 상처가 아물어갈때 감동을 전한다. 은성이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삐걱대던 엄마와의 갈등이 외할머니 사고로 극대화되어 터졌지만 돌아가는 은성의 마음엔 엄마를 향해 손내미는 어른스러움이 싹트고 있었다. 엄마에게 있어 자신이 "혹"이 아니라 "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은성의 말대로 "어른"이라는 자격증은 나이로 따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안 이 사실을 미리 알게 된 은성은 앞으로 얼마나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지...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박수를 보내게 된다.

 

성장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읽혀지지만 결국 읽는 이가 어른이든 아니든 우리 마음속 어린 부분을 성장시켜주는 힘은 동일하게 밝휘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 성장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나보다. 자라야할 마음이 아직 많이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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