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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튀고 싶지 않다
이금희 / 샘터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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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방송인 이금희.

나는 그녀를 6시 내고향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나가듯 처음 보았고 TV는 사랑을 싣고 를 통해 호감을 느꼈고 아침마당 을 꾸준히 보고면서 그녀의 팬이 되었다. 편안한 진행, 듣기좋을만큼의 다정한 목소리, 배려하는 자세는 똑 부러지는 이미지로 기억되던 다른 아나운서들과 달리 그녀만의 모습으로 차별화되었고 김미경 강사보다 먼저 국민언니의 이미지로 굳혀져갔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일은 그녀가 사담으로 자신의 연애담을 털어놓았을 때였는데, 양다리로 차였던 기억이라든지 사내연애가 잘 되지 않았던 때라던지....이렇게 참해 보이기만 한 그녀에게 제 짝이 아직 나타나주지 않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한편으로 속상했었다. 나의 언니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아는 이도 아닌데 그녀는 이런 마음을 들게 만드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서른 넷에 이르렀을 때 집필한 책인 [나는 튀고 싶지 않다]에서 이야기했다.

 

아나운서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이제껏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왔던 아나운서라는 직업군이 사실은 말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었다니....생각의 틀이 깨어져 버렸다. 그랬다. 전달자로서만보자면 아나운서는 말을 잘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호흡하고 방송을 이끌어가는 순간, 그들은 말을 잘 듣고 잘 할 수 있도록 타인을 독려해야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이었다.

 

튀어야만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일찌기 그녀는 튀지 않는 평범함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증명해낸 산 증인이었따. 그런 그녀의 편안한 방송을 못본지 참 오래되었다. 아직도 아침마당을 진행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시간상 그녀의 방송시간에 TV를 시청할 수 없어 예의 그 편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시청이 가능한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게 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즐겁게 시청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인기에 상관없이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며 신뢰감을 쌓아가는 아나운서라는 믿음을 이미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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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뱀
표성흠 지음 / 천년의시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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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참으로 불행한 왕이었던 것 같다. 그는 살아생전 행복했을까?
많은 재능을 타고 났으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곁에 둘 수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기에 수많은 인재들을 거느리고도 그는 그들의 생명도 자신의 생명도 보장할 수 없는 비운의 왕이었다.

드라마를 보면 강직하고 강인하되 자신의 뜻대로 밀어부쳐도 성사되지 못하는 일투성이였고 정약용, 김홍도, 홍국영 등등을 곁에 두었지만 끝까지 가까이 두지 못했던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오늘 한 사람을 더 보탠다면 [열하일기],[양반전]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 연암 박지원이 그 인맥에 보태진다.

소설은 정조 16년 정월. 경상도 안의현에 신임 현감이 부임하며 시작된다. 그가 바로 연암 박지원이다. 권력에 밀려 왕의 믿음을 등에 업고도 조정을 떠나와야했던 천재는 순탄한 길을 버리고 초야에 뭍혀 지내면서도 글을 짓고 사람들을 관찰했다.

시가 곧 사람이라고 믿는 사내.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할 줄 아는 사람. 시도의 아름다움을 선택할 줄 아는 그는 선비의 모습 보다는 모험가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돈만 있다면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공명첩이 남발되던 시기가 작가의 길을 걸었던 그의 눈엔 가시처럼 거슬렸음이 분명했다. 그의 작품들에도 촌철살인적 상황들이 줄지어진 것만 봐도 세상을 얼마나 불편해하며 한탄했는지 알 수 있다.

벼슬길에 올라 양반을 이어가는 자, 양반이지만 학업정진만 할 뿐 벼슬길을 탐하지 않는 자, 양반을 동주고 사거나 특별공로를 인정받아 양반으로 신분을 갈아타는 자까지 양반을 3종류로 나눈 그는 공명첩으로 신분을 획득한 이들을 일컬어 염소수염양반이라 칭했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너무나 연암다워서.

인간의 본성을 물이 고요히 가라앉아 대상물을 비추듯 바라본다는 해안을 가진 그의 곁에 어느새 자미라는 신비로운 여인이 머물면서 이야기는 약간 핑크빛이 되나 했으나 역시 뿔뱀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시대의 아웃사이더인 연암비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속되지도 않은 소설의 깊이가 마치 무더운 날 시원한 대밭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연암이 안의에 내려와 지내던 4년. 그는 여전히 이방인이면서도 가장 날카로운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일상을 소설화하기 여념이 없는 지식인이자 작가였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그는 정말 뿔뱀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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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의 엄마에게 - 아주 특별한 입양 이야기
이정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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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무릎팍도사에 탤런트 신애라가 나와 자신이 가슴으로 입양한 두 딸 자랑에 침이 마를새가 없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는데, 공개입양의 밝은 이야기만 듣다가 그 양면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던 계기는 [친절한 미선씨]라는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였다.  공개입양해서 딸이나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 엄마들이 나와 진솔하게 자식키우는 속내를 털어놓았는데 역시 가까운 친척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시선과 사소한 말실수가 그들에겐 비수가 되어 꽂힐 때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 독기가 게임 아이템처럼 칼 모양으로 던져지는 모습이 눈 앞에서 바로 보여진다면 가슴아프게 하는 말들이 조금은 줄여질 수 있을까?

[내 딸의 엄마에게]라는 감동서적을 읽으면서 나는 또 다시 배려와 말조심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너무나 자신과 닮아 있어 입양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가족 모두 손꼽아 기다리며 사랑으로 입양한 딸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그녀를 낳은 미혼모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는 워킹맘의 이야기는 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가슴으로 흘리는 눈물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입양을 결정해놓고 훗날 아이가 보고 싶다는 제안을 거절한 엄마는 둘째 아들을 낳은지 6년이나 흐른 뒤 딸을 입양하면서 모유수유가 가능한 몸이 되는 기적을 경험했다. 간절함이 일으킨 기적일까. 듣고서는 거짓말이라고 할만한 이야기를 나는 눈으로 읽으며 공개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행복의 표정들을 발견하며 가슴절절한 이야기들을 깔끔하게 읽어냈다.

양쪽 할머니 모두에게 사랑받고 자란 딸. 오빠 둘의 사랑을 듬뿍받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경상도 사나이지만 딸바보인 아빠의 사랑까지 받고자라는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란 행복 그 자체였다. 친자식에게도 못된 짓을 서슴치 않는 금수만도 못한 부모가 9시 뉴스에 심심찮게 보도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라 이 가족들의 단란함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마음으로만 살아간다면 세상은 얼마나 포근해질까 꿈꿔볼 정도였다.

아이 생모에게 가졌던 작은 미안함을 털고 이 가족이 더 사랑으로 똘똘 뭉쳐 살아가길 사회의 한 일원으로 바라게 되는 것은 욕심이 아닐 것이다. 참으로 예쁘게 살아가는 가족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그들이 만들어 가는 세상 속에 나 역시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밝고 건강한 그들 가족이 세상을 향해 내뿜는 행복 바이러스가 오늘도 여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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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캔들 -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 명작 스캔들 1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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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누드모델은 프락시텔레스의 프리네라고 한다. 유녀였던 그녀는 신성모독으로 법정에 섰지만 법정에서 옷을 다 벗어 자신의 나신을 드러내 재판관들의 마음을 매혹시켜버렸기 때문에 무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유명했다. 세상에 "미모보다 더 불공평한 것은 없다"는 생각에 종지부를 찍게 만드는 일화가 아닐 수 없겠다.

 

시간대를 옮겨 이젠 언제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한참 재미있게 시청했던 [명작스캔들]은 좋은 작품들을 쉽게 다가가 재미있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아쉽게도 시간대를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볼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그간 시청했던 작품들로 인해 나의 눈과 귀는 많이 고급스러워져있었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던 중 장 프랑수아 셰뇨의 [명작스캔들]을 읽게 되었는데 일화 하나하나가 너무나 재미있어 손을 놓치 못하게 만들고 있따. 가령 네덜란드 화가인 히에로니무소 보스 가 그린 "최후의 심판"은 목밑에 바로 달린 발을 붙인 사내나 괴로움에 사지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사질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놀랍기 그지 없었고 사람을 꼬치에 꿰어 굽고 분쇄기에 가는 저 상상력은 화가의 악마적 성향을 나타내는 것인가 싶다가도 "쾌락의 정원"이라는 그림 속 환함과 달콤함을 보면 또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합쳐져 참 혼란스럽게 만든다.

 

카라바조, 앙리 마티스, 고야, 세잔, 고흐, 피카소, 다빈치에 이르기까지 대가들의 그림을 한꺼번에 보면서도 보는데만 그치지 않고 꼼꼼히 그림 속 숨겨진 비밀들을 찾게 만드는 저자의 글솜씨에 탄복할 따름이다. 여름이라 시원한 곳만 찾던 내게 책은 또 다른 시원함을 가져다 주었는데 바로 여유가 만들어준 시원함이었다.

 

뭔가 또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찼던 내게, 명작들은 삶을 다시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는 팁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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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예습장
공병각 글.그림 / 양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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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보다 그 속 글씨를 더 유심히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있다. 바로 수수한 감성으로 다가와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감성디자이너 공병각의 책들이다. 먼저 전작을 구매하며 받았던 스티커를 다이어리 여기저기 붙여 다녔더니 사람들의 문의가 장난이 아니었다. 동그란 스티커 속 글씨들이 그렇게 예뻐 보였나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사면 주는데 저자의 예쁜 글씨들을 책에서 더 구경할 수 있다고 권해주곤 했었다.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글 속이 아닌 겉 포장지인 글씨체에서도 나타낼 수 있구나 싶어져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번 책도 내용보다는 그 글씨구경이 재미나 "어머","어머" 의 감탄사를 연발하며 구경했다. [잘 지내니? 한때, 전부였던 사람]에 비해 공감도는 개인적으로 약간 아쉽움이 남도록 떨어졌지만 그래도 글씨를 구경하는 재미만큼은 쏠쏠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왔다고 주변에 알려주고 있는 중이다. 그의 글씨에 매료되었던 지인들에게-.

 

소개팅이든 데이트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기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그 준비를 위한 내용을 담은 듯한 [사랑예습장] 속에서 시처럼 글처럼 낙서처럼 써내려진 메모 하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내 사람이 될 것 같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흔들리고 있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난 너 아니면 안되는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넌 내가 아니어도 되는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내 힘으론 안되는구나


 

사랑의 시작부터 헤어짐의 과정까지 이렇게 간략하면서도 순차적으로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니....얼마나 깔끔한 전개인지. 게다가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짧은 메모의 탄생이 놀랍기만 했다.

 

너무나 맘에 드는 메모라 친구에게 살짝 적어 보내면서 나는 오늘 주저리주저리, 덕지덕지, 깔끔하지 못한 글들을 또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반성을 해 본다. 세상 떠난 큰스님의 말씀처럼 글공해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후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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