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좋은 글은 울림이 다르다. 이기주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왜 그토록 인기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빗물이 땅에 스며들듯 고요하게 마음에 스며든 문장들이 어제와 다른 공기로 숨쉬게 만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선을 변하게 만드는 에세이 <언어의 온도>. 오랜만이었다. 책을 가까이 둔 사람, 생각이 일상인 사람을 발견한 건. 그저 책이 좋아서 틈틈이 읽는 나를 두고 '세상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잘난척 하려고 가지고 다니는 거야'라고 뒷담화를 퍼부었다던 동료가 떠올려져 픽 하고 웄음이 나고 말았다. 당시에도 상처가 되지 않았던 것은 책 읽는 즐거움을 몰랐던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과 밤새 춤추러 다니고 명품백 구매와 성형을 위해 대출에 대출을 일삼던 그녀의 삶이 나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비교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책을 왜 좋아하지 않지?'라는 생각으로 그녀를 가르치려 들었따면 사이가 나빠졌을 것이 분명하지만 웃고 지나쳤기 때문에 그 순간은 지금 웃고 지나갈 추억으로 남았으리라.

여전히 난 활자의 힘을 믿는다 p 193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밥보다 책이 더 좋았다. 작가는 '중독은 더 심한 중독으로 고칠 수 밖에 없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 경우엔 중독은 더 심한 중독을 가져온 케이스다. 오랜 기간 입/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책을 끊을 수 없었고 좀 더 집중해서 읽는 날이면 항상 곁엔 커피까지 거들곤 했다. 마치 커피와 나란히 기대 한 권의 책을 읽듯 책과 커피로 인해 끊을 수 없는 중독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젠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나의 무릎을 따뜻하게 데우는 고양이까지.....!

 

 

        살면서 내가 용서해야 하는 대상은 '남'이 아니라 '나'인지도 모른다 p302

 

 

짧은 문장에서도 전율을 발견해내는 섬세함. 심상을 고급스럽게 풀어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문장. 페이지를 곱씹으면서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세상에는 수많은 장르의 책이 출판된다. 재미를 던져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가슴 가득 따뜻한 감동을 채워주는 책도 있고 지식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책도 있다. 꼬박 일주일 동안 함께한 이기주 작가의 책 <언어의 온도>는 내게 무엇을 남겼을까. '말과 글'사이에서 시소를 타온 내게.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p43

 

 

책의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살면서 무뎌진 언어의 칼날, 게을러진 배려의 자세, 끊고 산 생각의 힘. 타인을 향해서뿐만 아니라 내게로 향한 방향까지 폐쇄적인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반성해본다. 언어의 온도를 넘어서 인생의 온도도 좀 미지근해져 있는 느낌이든다. 만족스러운 온도를 되찾을 때까지 무엇을 해야할까. <말의 품격>을 읽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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