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합니다
나나옹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통통한 노란 고양이 한 마리. 궁뎅이 팡팡 해주고 싶은 뒤태. 집사라면 심쿵할만한 내용. <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합니다>는 집사가 아니었어도 분명 반했을만큼 재미난 일상들로 채워져 있었다. 귀여운 그림들과 유머러스한 일상 플러스 약간은 변태적인가? 싶을 정도의 상상. 왜 고양이 엉덩이는 이토록 사랑스러운 것일까. 뉘집 고양이 할 것 없이 모든 고양이의 엉덩이는 사랑스럽다. 물론 만화가처럼 막 만지고 싶다 ~ 가까이 가서 관찰하고 싶다~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합니다>를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내 고양이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두드리며 구경했다. 여섯마리의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지만 궁디팡팡을 좋아하는 녀석은 딱 절반 정도다. 모든 고양이는 다들 너무 달라서 때로는 '고양이스럽다'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책, 고양이 만화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똑같지'라고 감탄한다. 이상하게도 그렇다.

 

 

스스로 변태만화가라고 칭하고 있는 그녀의 비밀스런 애묘생활은 남다르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던 날 엔진룸 속에서 울고 있던 기름이 잔뜩 묻은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서 키우게 된 한 아줌마와 구조당시부터 손발이 커서 거대묘가 될거라고 예상됐던 노랑고양이 '토토'는 가족으로 함께 살고 있다. 제 밥그릇에 두 발을 담그고 있어도 '귀엽다'라고 칭찬받고 냄새나는 장화 속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어도 '귀엽다'고 허그 당한다. 세면대/세탁기/냉장고 속에서 반견되어도 웃음이 터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는 노랑둥이만은 싫다고 선언했던 애묘인이었다. 먼저 키우고 있던 삼색의 나짱이 살아 있을 때 늘 괴롭히러 왔던 옆집 고양이가 노랑둥이였던 것. 설상가상으로 집사도 고양이도 스트레스 만땅 상태인데 옆집 할머니는 '우리 데쓰오는 그런 짓 안해'라고 모른 척 해 버린 탓에 미운 털이 더 박혀 버린 듯. 하지만 3개월령의 300g 토토를 냥줍하면서 노랑둥이 집사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집사가 토토를 사랑하는 건 분명한데, 토토는 어떨까.

보는 내내 궁금했다. 스카치테이프로 날짜별 고양이 수염을 스크랩하고, 따라다니면서 엉덩이를 관찰하는 집사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토토의 생각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녀석이 하루하루를 얼마나 신나게 보내고 있는지는 페이지마다 빼곡했다. 행복한 고양이, 토토.

 

 

가족의 성향은 비슷했는지 그녀의 시댁에서는 도도한 흰 고양이 '나나'를 반려중이었는데 친칠라 실버인 나나는 열 아홉살의 노령묘였다. 그래서인지 시댁에서는 사람 먹는 것도 탐내면 그냥 주곤 했는데 그런 나나의 식욕이 사라질때마다 온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혈압이 상승되곤 했다는 부분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별은 피할 수 없다지만 근 20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을 하루 아침에 볼 수 없게 되다니......두려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만화가 끝날때까지 나나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몇번의 고비는 있었지만.

 

 

고양이 집사로 살면서 깨닫게 된 몇가지가 있다. 인생을 너무 빡빡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그 누군가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아무일로도 채워지지 않은 오늘도 함께라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이다. 내 고양이들이 알려준 것들을 이 만화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참 따뜻한 만화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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