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음식일기 - 매일매일 특별한, 싱그러운 제철 식탁 이야기
김연미 지음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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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음식을 먹어야 한다지만 사계절 내내 갖종 채소나 과일을 볼 수 있는 요즘, 제철음식에 대한 개념은 옅어져버렸다. 간혹 건강을 위해 제철음식들을 검색해볼 정도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포토그래퍼 커플을 봐 왔던 내게 이 둘의 작업이 합쳐진 '푸드 포토그래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 김연미의 삶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과 함께 한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삶엔 즐거운 기다림이 있었다. 나 역시 요리하는 엄마의 딸로 살았건만 우리는 참 달랐다.

 

 

 

 

채소와 과일에게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만의 계절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울을 벗어났는데, 게을러진 것 외엔 소득이 없는 것 같다. 심적 성숙은 1도 채워지지 않는 듯 했고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는 이 곳에서도 여전했다. 적어도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기를 바랬건만. 그 분노를 잠재우기에 <365일 음식일기>만한 책이 없었다. 매일 사진 한 장과 짧은 글 몇 줄 남겨진 것이 전부지만 그 한 페이지를 읽고나면 얻어지는 마음의 여유분은 참 컸다. 그래서 아까운 마음이 들고 말았다. 하루하루 해당 날짜의 페이지만 읽을 것! 꼭 한 페이지씩만 읽으면서 그래도 아직 꽤 많이 남았음에 행복해하는 중이다.

 

 

그러고보니 언제나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올렸는데, 이 책만큼은 읽는 도중에 올리고 있다. 이 속도로 읽는다면 책읽기는 12월 31일에 끝난다. 그리고 평소대로 쓴다면 12월 31일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바로 그 감동을 이어 쓰거나 그 다음날인 2018년 1월 1일에 리뷰를 쓰게 될텐데. 너무 좋아서, 알려주고 싶어서, 같은 감성을 가진 분들과 공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좋은 건 나누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오지랖이 넓은 편도 아닌데 늘 그랬다.



우아하게 부어진 차 한 잔, 검은색과 자색의 대비가 멋드러지진 안나수이 수프(자색고구마), 2월에는 유채나물이 향긋하다고 했고, 5월에는 아스파라거스가 한참이었다.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쓰여진 그녀의 짧은 일기 속에서 계절이 지나고 있었다.

 

 

 

8월 13일의 음식일기장엔 발사믹 식초가 곁들여진 '파스타 샐러드'가 올려져 있다. 다음 페이지를 열어보고 싶지만 '마시멜로우 효과'를 기대하듯 내일의 장은 내일에. 그래서 아직 8월 13일 이후의 페이지에 담긴 계절음식은 알지 못한다. 궁금한 건 못참는 편인데도 신기하게 참아진다. 오히려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이 마음 그대로 인생의 고비고비도 여유를 갖고 넘어갈수만 있다면, 이 책은 내게 그 어떤 마음공부서적보다 좋은 친구로 남을텐데......!


사계절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절이 담긴 사진일기를 쓴다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의 노고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감동받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 빼놓지 않고 2017년 말일까지 꾸준히 한 페이지씩 펼쳐볼 생각이다. 이렇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든 순간부터 이 책은 내게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하루 일과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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