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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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알바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하야미즈 슈고에게 한 주에 한 번 방문하면 되는 다도코로 요양병원에서의 당직 아르바이트는 그야말로 '꿀알바'였다. 괜찮은 알바비에 비해 할 일이 너무 없었던 것. 소개해준 선배 의사 덕에 작년부터 알바당직을 서고 있지만 사건이 있던 날은 사실 그가 근무해야하는 날짜가 아니었다. 고자카이(선배 의사)에게 사정이 생겨 당직을 바꿔주었던 것. 그리고 꿀알바는 하루 아침에 지옥행으로 변했다.

응급환자가 없어 당직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슈고는 곧 호출되었다. 편의점 강도가 인질을 이끌고 병원을 접수했기 때문에. 게다가 인질인 마나미는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치료를 위해 처음으로 수술실 문을 열었던 슈고 앞에 나타난 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수술실이었고 놀랄 틈도 없이 그는 봉합을 서둘러야 했다. 하지만 수술 침대가 두 개. 이상한 일이긴 했다.

끝이 아니었다. 핸드폰이 갑자기 터지지 않았고 유선 전화는 모두 차단되어 있었다. 인질범의 행동반경과 어긋나 있는 곳까지. 내부 조력자가 있는 것일까? 의심되는 상황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병원장이었는데, 그는 슈고의 출근 전 이미 퇴근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인질극이 한참 벌어지는 가운데 홀연히 나타난 그가 여러가지 이상한 행동을 일삼기 시작했다. 그가 내부조력자인 것일까.



요구에 응하면 새벽에 병원에서 나가겠다는 인질범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여덟시간만 잘 버티면 된다. 하지만 원장은 다른 일을 벌이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편의점 강도, 일곱 환자, 알지 못했던 첨단 수술장비, 문이 잠긴 창고, 비밀금고, 3천만 엔이라는 거금을 들이밀어도 돈 말고 다른 것을 내어놓으라는 강도의 태도, '원장을 조심하라'는 간호사의 경고, 이식 수술을 받은 이름 없는 어린 환자....

 


 

폐쇄된 병원 전체가 밀실이 되어 버린 상황 속에서 홀연히 발견된 의문의 차트 속 '신주쿠 11'의 의미가 밝혀지면서 미스터리 소설은 크라임 소설로 변해버렸다. 그동안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을 받아온 병원의 선한 이미지는 한순간 추락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인질이었던 마나미가 3천만 엔과 함께 사라지면서 소설은 다시 미스터리로 치환된다.



모든 의문이 풀리고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었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어서는 안되었다. 작가는 마지막 한 방을 남겨두었으므로. '에필로그' 파트를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던 건 독자로서는 너무나 감사할 일이었다. 하룻밤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밀실이라는 환경적 제약은 긴장감을 조성하기 충분했고 하나하나 풀어지는 미스터리는 숨막히는 심리전에서 작은 숨구멍을 만들어주었다.

 

 


"내일 아침까지 무사히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연쇄살인이 일어난다거나 자극적인 살육이 자행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에 대한 심한 배신감이나 상대적인 박탈감을 남기는 소설도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정신적인 상흔없이 읽기 좋았다. 주변에 편하게 권하면서. 

 

 

-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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